[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아카시아 꽃잎 필 때’(1962)와 배우들...신영균·김혜정·장동휘·박노식·장혁·독고성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24)] - 1960년대 대표 감독 조긍하 연출...독립군과 스파이의 연정

2025-10-14     백학기 칼럼니스트

(23) ‘여판사’(1962)와 배우들...문정숙·김승호·황정순·김석훈·박암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해마다 무덤을 찾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과거 연합군 첩보원이었다. 나애심이 부른 주제곡 ‘아카시아 꽃잎 필 때’에 영화 스토리가 자연스레 겹쳐진다.

“자유의 종소리 들리는 날 양자강 물결은 왜 우느냐/사랑이 흘러간 강언덕엔 아까시아 꽃잎 피네/해마다 초여름 이 무덤에 추억의 눈물로 향을 피우는/외롭게 새하얀 치마폭에 아까시아 꽃잎 피네”

제목부터 관객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은 서정적인 제목의 흑백영화 ‘아카시아 꽃잎 필 때’는 1960년대 대표 감독 중 한 명인 조긍하 감독이 메가폰을 쥔 작품이다. 조긍하 감독은 ‘황진이’(1957)와 ‘육체의 길’(1959)등이 1950년대 후반 크게 성공하면서 1960년대에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 중국 신양을 무대로 빼앗긴 조국의 광복을 위해 분투하는 독립군과 스파이의 연정을 앞세운 멜로성 강한 작품 ‘아카시아 꽃잎 필 때’는 주인공들이 일본 경찰과 쫓고 쫓기는 영화적 긴장감과 스릴러 내용까지 가미해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던져준다. 두 주인공 신영균의 마초적인 연기와 김혜정 배우의 관능적인 연기가 매우 돋보인다.

이 영화는 주연인 왕석(독립투사)역의 신영균, 화심(영국계 스파이) 역의 김혜정과 함께 다까하시(일본헌병장) 역의 장동휘와 비적(중국인) 역의 박노식도 등장한다.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 제일여고를 중퇴한 배우 김혜정(金惠貞, 1941~2015)은 1958년 영화 ‘봄은 다시 오려나’에서 기자 역으로 데뷔했다. 1965년 제8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비슷한 시기 배우 도금봉과 함께 육체파 배우로 널리 알려졌으나 1969년 영화 ‘지옥에서 온 신사’를 끝으로 은퇴했다. 2015년 11월 19일 새벽 교회에 가다 방배역 근처에서 아쉽게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75세.

악랄한 일본 헌병장 역으로 나오는 장동휘는 특유의 눈빛과 제스처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인천 출생인 장동휘 본명은 장갑순. 1939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일제강점기 말기, 중국 본토 허베이성 베이핑과 만주국 신징에 머무르다 8·15 광복 후 귀국해 대한민국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1957년 영화 ‘아리랑’의 주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대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에 이어 춘사대상영화제 남우주연상 춘사영화예술인상을 받았다.

전남 순천 사범 출신의 박노식은 체육이 전공이나, 우연찮게 유랑극단에서 주최한 노래자랑에서 1등을 하면서 공연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영화 ‘격퇴’(1956)에서 검사 역할로 데뷔했다. 마도로스 박이라는 별명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그는 1970,80년대에는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1976) ‘돌아온 용팔이’(1983) 등을 통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액션 연기자 겸 연출 제작자로 유명했다.

이 영화는 또 스크린을 자세히 눈여겨보면 단 한 씬에 출연한 장혁과 독고성이 일본군 단역으로 총을 맞고 죽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아카시아 꽃잎 필 때’는 개봉 당시 부산의 1천 석이 넘는 두 개의 영화관 동명극장과 국제극장에서 한 달여 기간 동안 상영해 10만여 명의 관객이라는 말 그대로 흥행을 기록한 영화다. 또 서울의 반도극장에서는 8만여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