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엄마와 시
2025-09-23 김지수 칼럼니스트
엄마와 시
“시 읽어 줘야 돼.”
수술하고 나면
뭐해드릴까요 여쭤 보니
시 읽어달라고 하시는 엄마.
아픈 얼굴에서
환하게 웃고 좋아하시는 표정을 보니
시가 참 좋아요.
“천천히 읽어 줘,
감정도 넣어야지.”
잔소리가 참 좋아요.
아픈 소리만 하다가
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니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미워하고 싫어하고
화내고 싸우고 편가르고
시 앞에서 부끄러워집니다.
가끔 시는 마음의 약이 되기도 합니다.
아픈 몸과 마음을 잠시 잊게 하고,
우리 곁에 여전히 따뜻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천천히, 감정을 담아 소리내서 시를 읽다 보면
글자에 숨어 있던 마음이 살아나고,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문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감동이 흐릅니다.
사람들은 시가 딱히 쓸모 없다고 하지만,
쓸쓸할 때에는 딱, 시만 한 위로가 없습니다.
오늘은 시가 필요 없는
마음 편안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