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이생진 시인의 ‘흰구름의 마음’

2025-09-18     김지수 칼럼니스트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흰구름의 마음 / 이생진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 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

- '시, 실컷들 사랑하라' (책과 나무, 2023)

이생진(1929~ ) 시인은 충청남도 서산 출신으로, ‘섬 시인’이자 ‘바다의 시인’으로 불립니다.

그는 제주와 남해, 섬마을을 찾아다니며 바다와 섬, 등대, 산과 나무, 구름과 바람, 그리고 고독을 노래하였으며, 무엇보다 사람을 깊이 사랑한 시인입니다.

서울 보성중학교에서 영어와 미술을 지도하던 그는 시집에 직접 그림을 싣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수사보다는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서정으로 평가받아, 오늘날까지 한국 서정시의 맥을 잇는 대표 시인으로 꼽힙니다.

시집 '산토끼', '그리운 바다, 성산포', '먼섬에 가고 싶다', '혼자 사는 어머니', '시와 살다'를 비롯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아노를 배우며 불멸의 그림을 남긴 고흐의 삶을 담은 '반 고흐, 너도 미쳐라'(2008), 92세까지 그림을 그린 피카소의 삶을 같은 나이에 시로 풀어낸 '나도 피카소처럼'(2021), 그리고 2023년에는 시선집 '시, 실컷들 사랑하라' 등 총 42권을 펴냈습니다. 또한 윤동주문학상과 상화시인상을 수상하며 그의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습니다.

백수(白壽)를 앞둔 시인을 존경하고 흠모하는 모임 '진흠모'는 2006년에 결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인의 시와 철학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