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시조’로 저항을 외치는 ‘상상의 조선’...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 - 런던 웨스트엔드 콘서트 공연 성료 -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앙상블상,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녀신인상 수상 -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안무상·남우신인상 수상

2025-09-15     주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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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노래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다 같이 노래하는 일은 감정의 고양뿐 아니라 노래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힘에 휩쓸려 모두 어딘가로 함께 향할 수 있도록 만든다. 운율이 있는 언어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해 소리 내어 부를 수 있도록 만든 음악인 ‘노래’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묶어주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 속에서 ‘노래 부르기’를 통해 사회 변화를 촉구했던 문화사학자 버니스 존슨 리건(Bernice Johnson Reagon)은 노래가 “공기”와 같으며, “해방의 도구”라고 말한다.

미국 흑인들의 시민권 획득과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한 대규모 집회에서, 복음성가의 “음악과 템포, 가사”를 바꿔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자유의 외침이 될 노래들을 만들었던 프리덤 싱어스(Freedom Singers)의 창립 멤버인 리건은, 자유의 노래들이 “철광석을 강철로 만드는 용광로 불길처럼”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연대와 유대를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올버니 주립대 재학 중 시위에 참가했다가 유치장에 갇혀 밤새 노래를 불렀던 때를 회상하는 리건은 “노래가 억압 속에서도 자유를, 위험 속에서도 용기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덧붙인다. 그녀는 사회를 바꾸는 것은 노래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이지만, “어디에서도 노래가 그토록 강력한 차원에서 특정 역할을 하는 것을 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다”라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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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대학로에서는 ‘시조’를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상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의 성공적인 다섯 번째 시즌이 막을 내렸다.

예매처 평점 9.8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9월 8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질리안 린 극장(Gillian Lynne Theatre)에서 단 하루 동안 100분으로 압축된 ‘콘서트’ 버전을 선보이며 큰 호평을 받았다.

영국 언론 다수의 매체가 “전통과 현대의 독특한 조화”와 “중독성 있는 음악과 역동감 넘치는 안무”, 그리고 “완벽한 앙상블의 호흡과 에너지”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또한 “엘리트 계층에 도전하고 부패를 규탄하며, 대중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자들을 고발”하고 “억압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과 저항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이 뜨거운 마음을 품게 되는 경험에 주목했다.

‘스웨그 에이지(Swag Age)’라는 작품명의 어색함에 대한 지적과 인물의 변화가 다소 급작스러운 점, 전형적인 유형의 인물들에게 복잡성을 부여할 필요성에 관한 언급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힘”을 지닌 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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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의 작가 박찬민은 ‘런던 코리아 링크’(London Korean Links)와의 인터뷰에서, 170분 길이의 원작을 축약하면서 “리듬과 에너지, 자유를 향한 불타는 외침”이라는 핵심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런던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공감하고 “변화를 향한 선언(declaration for change)”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조’를 국가 이념으로 하는 ‘상상의 조선’에서 마음껏 시조를 읊조릴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백성이 느끼는 억압과 답답함은, 영국 관객에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sonnet)가 사라진 영국’을 상상하도록 만들었고, 수탈과 고난 속에 있는 백성들을 대신해 ‘탈’을 쓰고 시조를 읊으며 부당함을 외친 ‘골빈당’의 존재는, 의적 로빈 후드(Robin Hood)를 떠올리도록 했던 것 같다.

또, 린 마누엘 미란다 작사/작곡의 힙합, 재즈, R&B 음악이 섞인 브로드웨이 흥행 뮤지컬 '해밀턴(Hamilton)'과 유사하면서도, 한국 전통 장단과 국악기, 탈춤이 융합된 신선함과 K-pop 느낌의 군무의 조화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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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초연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전통과 현대를 세련되고 재치 있게 결합한 소재와 음악, 안무, 의상 및 무대연출로 국내에서도 차별화된 특징과 신선한 매력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아 왔다.

극장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넘버, 한국적인 춤사위와 힙합댄스가 결합된 안무의 활용, 국악기와 오케스트라, 밴드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소리의 어울림은 초연 당시부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듬해인 2020년 앙코르 공연에 돌입하도록 만들었다.

캐릭터의 특징이 분명하게 살아있고, 해학과 유머가 돋보이며,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연기와 춤, 노래를 열정적으로 선보이는 진솔한 앙상블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작품인 '스웨그에이지'는,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앙상블상,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녀신인상 및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안무상·남우신인상 수상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불러왔다.

2025

2025년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초연의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감정 전달력의 강화와 기존 안무의 업그레이드, 조명의 정교함을 더해 밀도를 높이는 선택을 했다.

특히 무대와 객석이 보다 많이 호흡하고 하나가 되는 느낌을 선사한 특징이 있는데, 커튼콜에서 객석이 모두 함께 ‘오-에-오’를 외치면서 리듬을 탈 때, 관객 역시 ‘상상의 조선’ 속 백성으로 몰입된 상태로 자유를 외치며, 한민족 고유의 ‘흥’을 즐기는 시간이 빛을 발했다.

또, 대국민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인 ‘전국노래자랑’의 시그널로 시작하는 패러디 ‘조선시조자랑’에 참가한 경연팀의 시조와 퍼포먼스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뮤지컬의 플롯 진행상의 경연이라기보다는, 실제로 관객이 현장에서 라이브 시조 경연을 즐기는 관중이자 백성이 된 느낌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드러내고 싶은 자유와 기존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외침, 억압에 항거하며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는 저항,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강렬한 열정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의 핵심 메시지다. 흥미로운 점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 설정에서 발견된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운율에 맞춰 ‘시조’에 쏟아내며 위안을 얻는 백성들이 살아가는 나라 ‘상상의 조선’은 “시조의 나라”라고 불린다. 임금은 팔도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을 개최한다.

한 줄의 랩(rap)으로 상대를 도발하거나 펀치를 날리듯 허점을 공격하는 ‘랩 배틀(Battle rap, rap battling)’을 패러디한 형식의 ‘조선시조자랑’은, 무작위로 주어진 국악 장단에 맞춰 즉석에서 시조를 읊으며 경쟁하는 ‘프리스타일 라이브 배틀’을 통해 우승자를 뽑는다. 우승자는 양반 출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국정에 관해 조언할 수 있는 ‘시조 대판서’라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고, 시조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한다.

시조를 통해 “백성의 고충을 가장 잘 표현한 자”라는 우승 기준은 ‘상상의 조선’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리학(性理學)을 지도 이념으로 중앙 집권적 양반 관료 체제를 엄격히 유지한 ‘역사 속 조선’이 아님을 명확히 해준다.

조선 시대 민초(民草)의 삶과 시조, 흥과 가무, 한(恨)의 정서가 닮았을 뿐, 역사 속 조선과는 다른 ‘상상의 국가’는 역사적 고증과 상관없이 작품이 자유로운 스토리텔링을 펼쳐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갈등과 충돌, 고난은 백성들의 자유로운 표현이 나라 안팎을 돌보고 정책을 집행하는 ‘조정(朝廷)’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는 지배층의 음모와 계략에서 출발한다.

조선시조자랑에서 평민 출신 ‘자모’와의 경쟁에 패배한 양반 출신 ‘홍국(泓局)’은, 오직 “백성의 생각을 깨우쳐 불완전한 세상에 힘”을 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조 대판서의 업무에 매진하는 청렴한 자모에게 역모의 죄를 씌워 내쫓고, 공석이 된 시조 대판서의 자리를 차지한다. 모든 권력을 손에 쥔 홍국은 시조를 읊는 일을 통해 더 이상 민심이 들썩이지 않도록 “백성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조선시조자랑을 폐지한다.

“시조가 금지된 시조의 나라”에서 즐거움을 잊은 백성들이 마음속에 숨겨진 말과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은 묻은 채로 15년을 견뎌온 시점이 바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의 출발점이다.

함께 모여 시조를 읊으며 표출하고 싶은 감정을 마음껏 해소할 수 없는 백성들을 위해, 자경단의 성격을 띤 비밀 시조단 ‘골빈당(骨彬黨)’이 탈을 쓰고 곳곳에 나타나, “뚫린 입은 같은데 누구는 자유롭고 누구는 자유롭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인가?”라고 외친다.

관군들은 저잣거리에 나타난 골빈당의 뒤를 쫓지만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백성들이 골빈당과 함께 있거나 동조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곧바로 붙잡아간다.

하지만 억압과 강제, 두려움 속에서도 백성들은 어두운 밤이 되면, ‘국봉관’이라는 현대 시대의 클럽처럼 보이는 공간에 모여 “최고의 시조꾼”이라 불리는 ‘진(眞)’과 함께 시조판을 벌이고,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성벽 높이 쌓는다고 노역을 시킨대도, 전쟁 준비한답시고 농작물을 걷어가도, 술 한잔 걸치면 그만, 다 잊고 흥겹게 놀아보세”라는 백성들의 넘버는 브레이크 댄스와 한국 전통 춤사위가 더해지며 모두의 ‘흥’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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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를 배회하며 시조를 읊다가 관군에게 걸린 ‘단(團)’은 양반 세도가의 자제인 척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모면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의 도움을 받는다. 호패가 없는 단이 관군에게 잡혀가지 않도록 기지를 발휘한 진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스타일로 시조를 읊는 단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진은 국봉관에서 자신과 함께 시조로 한판 겨룰 것을 제안하며 출입증을 건네지만, 단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시조를 읊으며 양반 행세를 하는 단으로 인해 자신들이 해를 입을까 두려운 마을 사람들은 단을 “후레자식”이라 손가락질하며 “민폐 끼치지 말고 조용히 살 것”을 폭력적으로 요구한다.

홀로 남겨진 단은 자모의 무덤가에서 “대체 나 같은 고아 놈은 뭣하러 거둔 거요?”라고 투덜대다가 ‘후레자식’과 ‘망할 자식’, ‘무위도식’, ‘제일 씩씩’과 같은 단어로 말장난을 시작하고, 운율과 함께 리듬을 타며 시조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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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와 운율이 딱 떨어지는 단의 시조는 중독성이 있고, 그의 답답하고 갑갑한 심정을 잘 드러낸다. 단은 정형화된 시조의 틀에서 벗어나 색다른 운율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담아 외치는 자신만의 독특함을 “시조의 새바람 조선 수액”이라고 규정한다.

영어 단어 ‘스웨그(swag)’의 변용임을 관객이 직감하게 되는 단어 ‘수액’은 땅속에서 나무의 줄기를 통해 잎으로 올라가는 액체를 의미하는 한자어 수액(樹液)과 연결된다.

작곡 및 음악감독을 맡은 이정연은 프로그램북에 수록된 ‘작곡’과 관련한 이야기에서, “욕 한마디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단”을 표현하기 위해 “엇박이 강조되면서 유연하고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자메이카 음악 장르 레게의 리듬을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또, 넘버 ‘조선수액’의 선율과 가사는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유사하게 발전해 단의 성장과 함께 노래로 계속된다고 덧붙인다. 조선 시대 한복 차림에 캔버스화를 신고 봇짐을 백팩(backpack)처럼 맨 단의 모습은, 힙합, 레게, 블루스, 스윙 재즈와 꽹과리와 같은 농악에서 사용되는 여러 타악기,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형식, 시조 장단에 쓰이는 다양한 리듬과 구음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장르를 융합하고 조합하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의 융합적 특성을 가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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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의적’이라고 불린 ‘활빈당(活貧黨)’을 패러디한 듯 보이는 골빈당은, 실제 역사 속에서 “조선 시대에 활동했던 시조 집단 ‘경정산가단’”에 기반하고, 관객 대부분에게 익숙한 시조인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와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는, 폭군의 기질과 사상을 갖춘 홍국의 넘버 '이런들 어떠하리'로 활용된다.

궁극의 깨달음과 불교의 사유를 추구하는 나옹선사의 선시(禪詩),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김삿갓의 '죽 한 그릇', 양사언의 '태산가(泰山歌)'로 연결되는 넘버 '시조의 나라'는 백성들의 삶의 방식과 자세에 대한 언급뿐 아니라, 난관 극복과 저항의 정신을 고취하는 맥락까지 확장된다.

국악 장단과 서구 리듬이 조화를 이루는 음악 속에서 탈춤을 포함한 한국 무용과 힙합, 락킹, 비보잉, 스트릿댄스가 결합하는 안무의 역동성은 백성들의 고충과 울분, 부당함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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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나라를 부르짖으며 백성을 억누르고 왕을 쥐락펴락하는 권세가와, 이에 맞서는 비밀 자경단, 아버지의 부당함에 맞설 길을 찾아 나선 딸 진의 저항, 부모 없이 성장한 단의 억울한 가족사와 친부의 존재는 보편적인 플롯 구성을 따른다.

결국 골빈당과 단을 잡아들이기 위한 술책으로 홍국은 15년 만에 ‘조선시조자랑’을 부활시키고, 경연장에 나타난 골빈당의 일원들(호로쇠, 기선, 순수, 단, 진)을 모두 옥에 가둘 뿐 아니라 수장인 ‘십주(十洲)’에게 문초를 가한다.

진이 홍국의 딸임을 알게 된 단은 속았다는 배신감에 가까스로 옥을 탈출한 뒤 골빈당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진이 찾아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과 앞으로의 결심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은 후, 단은 어떤 깨달음에 이른다.

고아인 자신을 거둔 아저씨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아버지였던 자모의 ‘붓’은 단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부채를 펼쳐 든 단은 ‘태산이 높다 하되 포기해서는 안 될,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일 없는 세상’을 인지하며, “역적의 아들”임을 드러내놓고 임금 앞에 서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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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이것이 우리의 숙명인가, 정녕 이것이 당연한 일인가”를 묻는 단의 시조, 즉 단의 넘버는 ‘왜 운명을 스스로 만들 수 없는지’, ‘왜 그저 남들이 살라고 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조선시조자랑’의 결선은 진의 도움으로 풀려난 십주와 호로쇠, 기선(耭先), 순수(純粹)가 합세한 가운데 모두가 함께 “오-에-오!”라는 함성을 외치도록 만든다.

박찬민 작가는 ‘런던 코리아 링크’와의 인터뷰에서, 즐거움을 뜻하는 ‘오(娛)’, 쓰러짐과 죽음, 끝을 의미하는 ‘에(殪)’, 깨달음을 의미하는 ‘오(悟)’로 연결되는 외침이 “저항의 외침이자 희망의 기도”라고 설명한다.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즐거움을 추구할 때 비로소 그 끝에서 깨달음과 마주하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펑크 밴드의 구호나 힙합의 리듬처럼 무대에서 함께 외칠 때 집단적 심장박동”이 되기를 바랐다는 박찬민 작가는 “일어설 것을 촉구하는 호소이자 절망 속에서도 기쁨을 찾겠다는 선언”이라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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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흥과 시조(노래)로 억압을 물리치고 자유를 되찾는 ‘상상의 조선’을 통해 관객이 현재를 비출 수 있도록 만든다. 모두가 함께하는 목소리와 외침, 각자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남이 지시하거나 정해준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게 되면서 비로소 힘이 더해져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게 되는 구조는, 관객의 마음에 뜨거운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상상의 조선’ 속 임금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백성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전하고, 백성들 모두가 고개를 높이 들 것을 말한다.

“나라의 주인은 바로 그대들”이라고 표명하는 임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꿈을 꾸고 소망을 이루는 세상을 이룰 수 있도록” 백성들 모두가 함께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의 실제 역사 속 조선이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은 뮤지컬 속에서 현재의 세상과 과거를 연결하며, 관객에게 묘한 쾌감과 승리감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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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가 담고 있는 보편적 메시지와 선동적인 리듬, 중독성 있는 멜로디, 안무의 역동성과 앙상블의 열정은 전 세계인이 함께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부분들이다.

물론 조선 시대라는 역사를 공유한 우리 민족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각종 패러디, 말장난과 희화화, 웃음 코드를 통해 숨겨진 의미와 다른 맥락을 생산해 내는 해학과 재치가 세계인에게 온전히 전달되기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문장들이 담아내는 말장난과 유려한 어휘 배치를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세계인이 그의 작품에 공감하듯, 우리의 시조가 담아내는 맥락 또한 그런 공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2018년 서울예대 연습실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자”는 열정 하나로 시작된 창작진의 노력이 ‘목숨(壽)’을 걸어서 시조 ‘사랑(愛)’을 ‘외친다(口)’는 뜻의 ‘수애구’로 하나 되어 세계에 울려 퍼질 날을 기대해 본다.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화성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