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外

- [비평연대] 서민서·최상현·김재훈·김성신의 500자 서평

2025-09-12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악셀 하케 저, 양혜영 역, 다산북스, 2025)

마지막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뱃가죽이 아프도록 웃어본 적이 언제인지 가늠해 본다. 종일 머리를 굴리고 사람 구실을 하느라 애쓰다 보면 웃음은 자꾸만 뒷전이 되곤 한다. 하루의 끝에 쉽고 빠른 웃음을 찾으러 숏츠의 바다에 뇌를 빠뜨리지만, 실소만 감돌 때가 다반사. 그나마도 ‘이거 보고 웃어도 되나?‘하는 자기검열이 생길 때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남을 비웃는데 투영하곤 한다는데. 생각 없이 웃으려다 내 부족함을 마주하곤 웃음기가 가시곤 한다. 게다가 중간 광고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구호 성금 광고가 나오면 숙연하기 그지없다. 전쟁, 기아, 기후 위기… 이런 세상엔 수심 가득한 표정이 어울리지 않을까?

저자 악셀 하케는 순수하게 세상을 보고 웃을만한 것에 맘 놓고 웃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삶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때론 일상의 우울이나 세상의 비극에 심취하더라도 웃음으로 털고 일어나는 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 고통을 외면하고 웃어넘기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상심하면서도 유쾌할 수 있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 그저 웃고 즐기자는 것이 아니다. 주저앉아 있을 때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웃음이기 때문에, 이 책은 유쾌함을 삶의 태도로 삼는 법을 철학적으로 알려준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싶다면 이 책이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서민서 / 출판마케터·비평연대)

서민서

■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마크 코켈버그 저, 연아람 옮김, 민음사, 2024)

자기 계발은 성장을 위한 동기가 되지만 무한 경쟁 시대에 불안과 욕망을 먹고 소비로 전환한다. 사람들의 주머니를 착취하여 자본가의 배를 불리는 자기 계발 시장에서 AI와 알고리즘까지 더해지니 사람들의 판단은 흐려지고 불안만 증폭한다.

이 책은 자기 계발이란 정언 명령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까지 1장부터 3장까지 언급하고 있다. 4장부터는 감시 자본주의와 데이터 경제라는 키워드 하에 왜 우리는 자기 계발이란 이름 하에 착취를 정당화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언급한다. 아울러 5장에서 7장까지 AI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자기 계발의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불안한 사회에서 자기 계발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미미했다. 오히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문제의 탓을 돌렸다. 알고리즘에 잠식당한 우리는 필요치 않은 것들을 소비하느라 내 주변의 환경을 상상하는 힘이 빈곤해지기 시작했다. 정치의 타자화, 타인을 공감하기보다 갈라치기가 그런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SNS 알림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당신에게’라는 카피가 적힌 메시지를 읽었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는 휴대폰에서 잠깐 벗어나면 이 메시지가 뜰 날은 줄어들지 않을까. 모든 것을 빨리 이루어야 한다는 경쟁 체제에서 비롯한 자기 계발 시장에서 벗어나려면 역설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지우는 알고리즘이 아닌 ‘탈’고리즘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최상현 / 출판평론가·9N비평연대)

최상현<br>

■ 유럽 도시 기행 1(유시민, 생각의 길, 2019)

유럽도시기행_김재훈

“건축은 중력에 대한 투쟁이다.”

이 글귀를 보고 처음엔 단순히 건축만을 이야기하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자,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이자 안내서, 건축에 관한 보고서이면서 동시에 역사와 인문학서라는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도시와 사람, 그리고 거리를 구성하는 풍경에 대한 저자의 사유는 유럽 거리의 삽화와 짧은 글귀와 어우러져, 그곳의 냄새와 기억까지 스며들듯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의 필력은 화려하지 않은 깔끔함 속에 빛난다. 사소한 장면도 흥미롭게 다가오며, 지식을 뽐내는 대신 독자 곁에 앉아 차분히 들려주듯 풀어낸다. 여행 중에 쌓은 경험과 생각이 역사적 기억과 맞물려 전달될 때, 독자는 마치 ‘알쓸신잡’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있는 듯한 친근함을 느낀다. 도시의 풍경과 짧은 일화 속에서도 인문학적 깊이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와,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다.

'유럽 도시 기행 1'은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건축물과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대신,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이야기를 느끼게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한다. 콘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며,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

(김재훈 / 건축설계·공간 디자인·비평연대)

김재훈<br>

■ 수영 그만두기(린 섀프턴, 최리외 번역, 위고, 2025)

'무슨 책이 이렇게 수채화 같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에 그려진 장면들은 '수채화'였다. 유화와 달리 수채화는 잘못된 붓질을 덧칠로 감출 수가 없다. 수채화에서 덧칠을 할 땐, 먼저 칠한 물감을 감추기 위함이 아니라 드러내기 위해서다.

"수영 선수들의 목표는 오로지 시간에 맞춰진다. 적수와 대적한다거나 검투사처럼 대결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에 가깝다. 이 스포츠는 무심한 시계로 판정된다. 수영을 하던 시절, 나는 예선에서 늘 익숙한 얼굴들을 보았지만 그들을 이름만큼이나 시간 기록으로 기억했다. 10분의 1초, 100분의 1초 단위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 린 섀프턴은 어린 시절 수영 선수였다. 그는 전국 최고의 수영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먹고, 여행하고, 샤워했지만 자신은 꽤 괜찮을 뿐,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게 불과 14살 때다. 그는 다른 길을 걷기로 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하지만, 그저 이루지 못한 꿈에 관한 이야기나 펼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기억은 인내에 대한 통찰, 사랑에 대한 이해, 자유와 인생에 대한 깊은 사유로 계속 번지고 또 번져나간다. 수채화 물감과 똑같다. '스며듦'이라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만드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문체가 인상적이다. '수영 그만두기'는 내면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얻는 진정한 용기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수영'에 관한 이야기지만, 가장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김성신 출판평론가, 비평연대 가디언즈)

김성신<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