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재난현장서 취재한 기자의 기록...'기후 붕괴 대한민국'
- 기후환경 전문기자 황덕현이 전하는 기후재난의 현주소와 우리의 생존전략 - 기후재난 절망 속 행동의 길 제시하는 신간...환경 교과서이자 정책 필독서 - 폭우·폭염부터 사회불평등까지, 기후위기를 삶과 경제의 언어로 풀어내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폭우는 한순간에 도심을 강물로 만들고, 불길은 산을 삼킨 뒤 도시의 담장을 넘는다. 계절의 시계는 고장난 듯 제멋대로 움직이고, 봄눈은 꽃망울을 덮쳐 계절의 순서를 바꿔 버린다. '기후 붕괴 대한민국'(빌리버튼 출판사)은 이런 기이하고 무서운 풍경이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은 이미 우리 뒷마당에 도착해 있는 불청객, 대한민국을 흔드는 현실이다.
저자 황덕현은 기후환경 전문기자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재난의 한복판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에서 펜을 잡아왔다. 동시에 그는 대기환경과학을 전공한 연구자다. 학문의 언어와 현장의 언어,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점에서'기후 붕괴 대한민국'은 단순한 환경서가 아니다. 기자의 발로 쌓아 올린 사실과 과학자의 눈으로 해석한 데이터가 교차하며 ‘팩트’와 ‘맥락’이 살아 있는 기후 연대기가 된다.
기자의 눈과 학자의 시선이 교차한 책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후의 파편들이 책 속에서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진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무너지는 지하차도, 한여름 전력대란을 부르는 폭염, 기름값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는 식탁물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독자들은, 기후 붕괴는 추상적인 과학 용어가 아니라, 내 월급 봉투를 얇게 만들고 내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구체적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저자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사라진다는 상징적 그림을 넘어, ‘우리 삶의 장부’가 어떻게 기후에 의해 쓰이고 지워지는지를 설명한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가 땅값을 갉아먹고, 바닷물에 잠긴 논밭은 밥상 물가를 올린다. 잦아지는 재난은 보험료를 끌어올리고,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그의 글은 수치와 통계를 단순 나열하지 않는다. 마치 기자회견장에서 공무원의 건조한 브리핑을 듣는 대신, 현장 취재기를 생생히 전해 듣는 듯하다. 그는 데이터 속에 숨은 인간의 얼굴을 보여준다. 물난리 속 대피소에 몸을 뉘인 노인의 주름살, 더위에 쓰러진 노동자의 땀방울, 가뭄에 갈라진 땅을 움켜쥔 농부의 손길이 그의 문장 속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은 수학 공식이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로 기후 위기를 말한다.
기후 위기는 곧 경제 위기
'기후 붕괴 대한민국'은 단순히 공포의 보고서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무너져가는 지구의 풍경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끄집어낸다. 해외의 기후 정책 사례, 탄소 포집과 재생에너지 기술, 숲과 바다의 탄소 흡수 전략을 분석하며 한국에 적용할 길을 모색한다. 저자는 “늦었지만,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메시지는 풍수(風樹)의 교훈처럼 다가온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가 강해지듯, 위기가 닥쳐야 우리는 행동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두려움’이 아니라 ‘행동’을 촉구한다. 그것은 무너진 집터에서 희망의 벽돌을 다시 쌓자는 제안이다.
교육 현장과 정책 입안자들의 필독서
'기후 붕괴 대한민국'은 단순한 교양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 교과서다. 일선 학교의 환경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과학 교과서가 원리를 가르쳐 준다면, 이 책은 그 원리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보여준다. 학생들은 북극곰 대신 ‘우리 집의 내일’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또, 이 책은 정책 입안자들의 책상 위에 놓여야 할 필독서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공무원들, 국가 예산을 짜고 법안을 만드는 이들에게 이 책은 “왜 기후가 곧 정치이며 경제인가”라는 답을 준다. 기후 붕괴는 더 이상 환경부만의 의제가 아니다. 재정, 산업, 복지, 외교까지 아우르는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 주제임을 이 책은 날카롭게 일깨운다.
책은 하나의 거울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풍경을 향해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기후 붕괴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거울 앞에서, 우리는 외면할 수도, 핑계를 댈 수도 없다. 다만 행동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책은 행동을 가능케 하는 지식의 무기, 실천의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