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알람시계가 떠오르는 '탁란(托卵)의 명수' 뻐꾸기

2025-09-04     이용주 작가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뻐꾸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뻐꾹, 뻐꾹’ 하고 반복적으로 울어대는 특유의 울음소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새는 세계적으로는 유라시아의 온대와 아한대, 아프리카 중부와 남부, 동남아시아, 수마트라, 보르네오, 일본 등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봄이 되면 찾아오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다.

한때 매시 정각마다 뻐꾸기가 자동으로 나와 울고 들어가는 알람시계가 유행하면서 뻐꾸기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새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뻐꾸기의 크기는 대략 32~34㎝ 정도로, 몸빛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띤 회색이며, 날개 끝과 꼬리는 옅은 검은색이다. 아랫면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검은색을 띤 회색이며, 배와 그 아랫부분은 흰색 바탕에 옅은 검은색의 가는 가로줄 무늬가 있다. 눈과 눈테가 노란색이고, 날개는 길고 뾰족하고 꼬리도 길게 뻗어 있어 비행할 때 매우 민첩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런 겉모습을 얼핏 보면 참매나 새매 같은 맹금류와 닮아서 작은 새들이 경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새들에 비해 다리가 매우 짧은 신체적 특징도 가지고 있다.

뻐꾸기는 주로 낮은 지대의 산지, 넓게 트인 개활지, 농촌의 야산, 농경지 주변의 산지와 잡목림, 주택지 주변에 살며, 주로 나무 위나 전선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먹이는 나비, 풀무치, 메뚜기, 나방, 매미, 벌, 파리 등의 유충과 성충 및 알을 먹는데, 특히 해충으로 알려진 모충(毛蟲)을 잘 먹는다. 털이 빽빽한 송충이류의 독충들을 대부분의 새들이 기피하지만, 뻐꾸기는 이를 잘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먹이경쟁에서도 유리하고 생태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뻐꾸기의 가장 큰 특징은 ‘탁란(托卵)’으로 불리는 독특한 번식 방식이다. 탁란이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그 새에게 자신의 새끼를 대신 기르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 뻐꾸기의 알을 억지로 떠맡는 대표적인 종으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딱새, 동박새, 멧새, 산솔새, 개개비, 검은딱새, 때까치, 종달새,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등이 있다.

뻐꾸기의 알은 기막히게도 숙주 새의 알과 매우 비슷해서 숙주 새가 그냥 속아 넘어가게 된다. 또한 뻐꾸기 새끼도 어미 만큼이나 전략적인 얌체 행동을 보이는데, 부화를 하자마자 둥지와 먹이를 독차지 하기 위해 숙주 새의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성애가 강한 숙주 새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뻐꾸기 새끼를 자기 새끼처럼 헌신적으로 키우게 된다.

어느 조용한 숲속에서 자신보다 덩치가 3~4배나 큰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붉은머리오목눈이 한쌍을 만났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새끼를 둥지에서 밀어내 죽게 만든 얄미운 뻐꾸기 새끼지만, 어미새들은 모든 걸 잊어버리고 먹이를 공급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뻐꾸기 새끼의 큰 입속에 먹이를 주기 위해 머리를 집어넣는 그 장면을 보면, 다시 한번 자연의 다양성에 대한 놀라움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부모는 항상 자식을 용서하고 헌신하는 존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