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정지비행과 급강하 사냥의 명수 황조롱이

2025-08-28     이용주 작가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황조롱이는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서식하는 귀여운 소형 맹금류다. 백제시대에는 여성 전용 매사냥에 쓰였던 새로 ‘도롱태’라 불렸다고 한다. 이 새는 유라시아 대륙 전역과 아프리카 북부, 중동, 심지어 인도 주변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체수도 많고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며, 특히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군을 상징하는 군조(郡鳥)로 지정하고 있다.

황조롱이의 몸길이는 수컷이 33㎝, 암컷이 38㎝이고, 암수의 모습이 약간 다르다. 수컷은 머리와 꼬리가 회색이고, 꼬리 끝과 날개 끝에 검은 무늬가 뚜렷하다. 등은 갈색 바탕에 검은 반점이 흩어져 있으며, 배는 황갈색에 흑갈색 세로줄이 있다. 반면 암컷은 전체적으로 갈색빛이 강하고 꼬리와 날개 끝 부분만 검은색으로 장식되어 있어 수컷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황조롱이는 산지의 절벽, 농경지, 도시 건물 등 다양한 서식지에서 둥지를 튼다. 특히 인간이 만든 아파트나 건물 틈은 고양이와 뱀, 오소리 같은 천적이 접근하기 어려운 안정적인 공간이어서 자주 선택된다. 이는 인간이 자신들을 직접적으로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적절히 적응한 것인데, 모 방송국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TV 동물농장’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새끼를 키우는 사연이 다수 소개되기도 했다.

황조롱이는 주로 작은 설치류인 들쥐와 두더쥐를 비롯해 곤충, 도마뱀, 작은 새 등 다양한 동물성 먹이를 잡아먹는다. 특히 사냥할 때 독특한 비행 방식으로 유명한데, 먼저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돌다가 ‘정지비행(hovering)’을 선보인다. 그들은 마치 공중에 매달린 듯 머물러 있다가 목표를 발견하면 갑자기 급강하해 먹이감을 덮쳐 사냥한다.

황조롱이는 작고 귀여운 인상에도 불구하고 결코 만만치 않은 사냥꾼이다. 동그란 검은 눈과 앳된 얼굴 덕분에 ‘귀여운 맹금’이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그 속에는 도시와 자연을 넘나들며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내는 강인한 본성이 숨어 있다. 인간 가까이에서 살아가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굳건히 지켜내는 황조롱이는 우리가 매일 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맹금류다.

특히 황조롱이의 정지비행과 급강하는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다이빙 국가대표 선수를 보는 듯하다. 다이빙 선수가 높은 도약대 위에 올라가 자세를 잡고 순간을 기다리다가, 힘찬 점프와 함께 공중제비를 돌며 수면을 향해 정확하게 떨어지듯, 황조롱이도 하늘에서 가볍게 정지비행을 이어가다가 목표물을 발견하는 순간 날카롭게 급강하해 사냥감을 낚아챈다. 그 모습은 자연이 선사한 완벽한 곡선미와 속도감이 어우러진 예술에 가깝다.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정지비행 중인 황조롱이를 발견한다면, 당신도 심사위원이 되어보자. 그 우아한 정지비행과 치밀한 급강하가 과연 몇 점짜리 연기일지, 자연의 경기장에서 점수를 매겨보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