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감독의 AI스토리텔링] 청년 창작자가 말하는 AI 훈련법..."명료함 위해 매일 혼냈죠"③
[인터뷰365] '청년 창작자' 전시원·강다빈·안예은·박도울 씨 - 'AI 영화 공모전' 수상작 '피노키오:비긴즈' 제작진 4인방 - ‘애매함’을 ‘명료함’으로 바꾸는 작업 통해 AI훈련 - AI에게 ‘페르소나’ 부여로 다양한 시각 제공 가능 - 창작자, AI 질문력과 소통 능력 핵심 역량 갖춰야
AI스토리텔링은 인공지능(AI)이 사람과 협력하거나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기술 및 개념을 의미합니다. 스토리텔링 작법서 '4줄이면 된다'의 저자 이은희 감독이 AI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만나 4가지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응답을 듣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이번 <주니어 세대가 바라본 AI>편은 각 4가지 주제별로 총 4회로 나눠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인터뷰365 이은희 인터뷰어(/감독 겸 작가) = 전혜정 작가는 AI를 ‘사다리 걷어차기 기술’이라고 표현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인공지능으로 글쓰기 한계 실험 중인 'AI 모험가' 전혜정 작가) AI가 경험을 축적하고 성장해 나가기 위한 가교로서의 사다리, 즉 중간 단계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였다. 전 작가와의 인터뷰 이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 사다리를 바라보고 있을 주니어 세대였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러한 두려움에 대한 시니어 세대의 염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그들만의 답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해소하기 위해 4명의 청년들을 만났다. 2024년 서강대학교를 기반으로 설립된 생성형 AI 미디어&테크 학회 ‘헤이트슬롭’ 출신이다. 이들은 최근 CGV가 주최한 AI 영화 공모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영화 ‘피노키오: 비긴즈’로 우수상을 수상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인터뷰에는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정부 과제를 받아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인 전시원 씨,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철학을 전공하며 마케팅적·인문학적 시각을 동시에 쌓아 현재의 AI 역량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강다빈 씨, 서강대학교에서 중국문화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를 전공하고 있는 안예은 씨, 그리고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면서 AI 영상물로 이미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은 박도울 씨가 함께 했다.
3. 인간의 역할과 개입
- 정확한 프롬프트를 통해 AI를 훈련할 때, 가장 인간적인 개입은 어떤 순간에 필요할까요?
▶강다빈 = 원하는 결과물을 정확히 얻어내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게 ‘느낌’을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호한 요청은 AI를 혼란하게 만들고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이 때 인간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단어로 바꿔가면서 내가 상상한 것을 인공지능이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게 훈련해야 해요. ‘애매함’을 ‘명료함’으로 바꾸는 작업이죠.
저는 AI를 많이 혼내면서 훈련 시키는데요, 감정적이기 보단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혼내려고 노력해요. 제 쳇GTP는 나의 요청과 너의 답변이 이러한 점에서 맞지 않는다던가, 한국인이 쓰지 않는 표현으로 답변해서 나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이유로 매일 혼나고 있어요. 하도 혼을 내서인지 요즘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주고 있어요.
▶박도울 = AI가 너무 좋은 말만 해주지 않고,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AI와 대화할 때 이 멘트를 넣고 시작해요. “이 채팅에서 당신이 저를 기쁘게 해주거나 제가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듣고 싶은 말 대신 제가 들어야 할 말을 해주세요.”
- AI 스토리텔링에서 오히려 인간 작가가 더 배우거나 개선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요?
▶강다빈 = AI를 활용할 때 많이 쓰는 방법이 AI에게 ‘페르소나’를 지정해주는 일이죠. ‘너는 000하는 사람이야’하는 식으로 ‘어떤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명령하는 것이에요. 인간은 아무리 역지사지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수많은 삶의 스코프를 작가가 전부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AI는 가능하죠. 이걸 ‘배울 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AI로부터 다양한 사람의 입장과 의견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건 확실해요.
▶박도울 = 스토리텔링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인간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스토리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에요. 스토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보는 것과 아는 상태에서 다시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작가는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보는 것’을 결코 할 수가 없어요. 대중들이 나의 스토리를 처음 접했을 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할 지 예측만 가능할 뿐 결코 직접 느낄 수 없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피드백을 받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시간, 비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요. ‘모르는 상태로’로 돌아가기를 배울 수는 없지만 AI에게 이 일을 시킨다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사실상 무제한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가 있어요.
- 앞으로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스토리를 만들 때, 어떤 역할 분담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나요?
▶강다빈 = 창의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은 인간이,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일반적인 플롯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는 건 AI가 하는 것 같네요. 인간이 소재를 던져주면 그 소재에서 AI가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줍니다. AI의 스토리들을 보다 보면 괜찮은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이렇게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다시 소재를 던지면 AI가 구체화 해줍니다. AI는 많은 이야기들을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이때 나오는 스토리들은 다소 일반적이고 평범한 전개인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 이걸 따를지, 파격적으로 전개해볼지는 인간의 몫이에요. 이 과정을 반복하는 거예요. 굉장히 긴 작업이죠. 스토리가 충분히 구체화 되면 인간이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합니다. 아무래도 같은 인간끼리 통하는 언어나 분위기를 인공지능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 꼭 필요해요.
▶박도울 = 기본적으로 인간이 스토리를 구상하되, AI는 ‘검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추가로 다른 팀원분들이 말한 것처럼 AI가 영감을 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어요.
▶전시원 = 단순 반복작업 등의 일은 AI에게 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략적인 틀이 잡힌 상태에서 구체적인 설정(등장인물 이름 나이 등등) 등이요.
▶안예은 = 실제로 저희도 영화를 만들면서 AI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정할 때가 그랬어요. 피노키오를 제외하고 ‘이블린’이나 그녀의 동생 ‘루비’의 이름은 AI에게 조언을 받아 선정했어요. 이블린의 생김새, 직업, 나이 같은 정보를 AI에게 입력하면, 거기에 어울리는 이름들을 추천해주는데, 그중에서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골랐죠.
아무리 창의적인 인간이라 해도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매번 참신하고 완벽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어렵고, 때론 막막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AI의 제안을 보면 "아, 이런 방식도 가능하구나", "이런 관점도 있네?" 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게 돼요. 이런 점에서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에게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향후 인간 작가에게 기대되는 새로운 능력이나 감각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강다빈 = AI와 함께 작업하는 일은 앞으로 당연하게 여겨질 거에요. 따라서 앞으로는 AI를 잘 학습시키고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AI에게 잘 질문하는 능력”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에게 명령하고 나오는 답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생각하고 논의하면서 상상하고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인간 스스로는 당연하고, AI 역시 깊이 생각하도록 질문을 통해 유도해야 해요. AI의 수준은 질문하는 자의 수준을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으로 인공지능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해요. AI 중심의 작업이 아닌 인간 중심의 작업으로, AI를 유도하고 학습시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작가로서 필요한 능력 같네요.
▶박도울 = 저도 “AI와 잘 소통하는 능력”이 모든 창작 분야에서 요구될 것 같아요. 요즘 AI로 인해 인간의 창의력, 사고력 등이 저하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AI를 안 쓰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것이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무의미한 행위라고 생각해요. AI는 더욱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기 위한 좋은 동반자예요. AI의 도움을 받아 영감을 얻고, 내 작업물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얻기 위해 AI와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거예요.
▶전시원 = 모든 직군에서 본인의 Agent 팀원인 ‘AI와 잘 소통하는 것’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이 중심이 될 것 같고 ‘매니징하는 것’은 AI와 소통하며 대화했던 기록 등을 컨텍스트로 잘 관리하는 능력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 작가라면 해당 팀을 스토리텔링 Agent 팀으로 구성하면 될 것 같구요.
▶안예은 = 지금도 CG나 다양한 기술을 통해 상상 속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지만, AI는 훨씬 쉽고 빠르게 그 과정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능성을 지닌다고 느껴요. 그렇다면 작가는 "이런 걸 만들어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다는, "이런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부터 시작하고 이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지금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실현 가능성이나 기술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상상과 도전을 통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재미있고 신기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길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