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 시인의 시로 보는 세상 풍경] (20) 79세에 박사학위 딴 김홍인 회장의 열정을 배운다

2025-08-25     홍찬선 칼럼니스트

인터뷰365 홍찬선 칼럼니스트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고통에 빠져 있을 때인 1998년, 한 통신사의 광고 카피(문구)다. 나이 들었다고 움츠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카피는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뀐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92세 어르신이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하고, 102세 할머니가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하며, 96세 노정객이 골프에서 샷이글에 버디 5개를 몰아쳐 2언더파 70타를 기록한 것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홍인

79세에 박사학위를 딴 김홍인(金洪仁, 1947~) 전 한국니토옵티컬 회장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 회장은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한국철학과 대학원에서 논문 '유학의 정명(正名)과 그 현실적 실천으로서의 업(業)'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72세 때 석사학위를 시작해 2년 반만에 마치고, 74세에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5년 만이었다. 젊은이들도 5~10년 걸리는 것을 고희(古稀, 70세)는 물론 희수(喜壽, 77세)도 넘긴 어르신이 해낸 것이다. 그야말로 이루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렸다.

긴가민가했었다
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젊은이들도 도중에 좌절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는데
고희와 희수를 넘긴 분이 과연…

하는 의문은 기우(杞憂)였다
5년만에 박사학위 논문을 들고 오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

불볕더위에 소나기땀을 얼마나 흘렸고
살에는 엄동설한에 손은 또 얼마나 곱았으며
지도교수의 점잖은 붉은글씨에 또또 얼마나 주름살 늘었고
투섬플레이스 종업원의 눈살은 또또또 얼마나 따가왔을까

하는 생각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활짝 펴지는 함박꽃웃음에
무더위 날리는 ‘정명의 업’에

한돌 지났다고 으스대던 애송이는 쥐구멍을 찾았고
‘정명의 업’을 실천하는 분들의 축배가 이어지는 동안
뜨겁던 햇살도 귀뚜라미 선율 따라 시나브로 착해지는 것이었다

김홍인 박사는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나 네 살 때인 1950년, 6.25전쟁 와중에 부모님을 따라 월남했다.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LCD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1999년 초 퇴직하고, 그해 가을 ‘한국니토옵티컬’을 창업했다. 일본에서 자본금 65%를 대고, 김 박사는 15%, 보광창투가 20%를 출자해 세운 한일합작 회사였다. 김 박사는 CEO(최고경영책임자)로서 한국니토옵티컬을 직원 1000명, 매출액 1조 원으로 키웠다.

2015년 4월, 성균관대학교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SAHA) 3기로 입학했다. 필자와 SAHA 3기 동창이다. 김 박사는 69세에 공자와 유학에 대한 눈을 뜨고 학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동양인문학아카데미를 마친 뒤 유학동양한국철학과 대학원에 들어가 2년 반만에 석사학위를 마치고 반년 쉬었다가 박사과정에 입학, 5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44년 동안 일터에서 배운 경험을 학문으로 정리하겠다는 다짐이 멋지게 꽃피웠다.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아들딸은 아들딸답고

기업가는 기업가답고
노동자는 노동자답고
대통령은 대통령답고
주권자는 주권자답고
강아지는 강아지답고
무궁화는 무궁화답고
해달별은 해달별답고
땅물불은 땅물불답고

모든 것이 이름에 맞게 맡은 바 일을 하니
올바른 일이 꽃 피워 살림이 무럭무럭 자라네

- 홍찬선, '정명으로 정업을 펼치다' 전문.

김홍인 박사는 박사논문에서 공자(孔子, BC551~BC479)의 대표적 정치철학인 정명(正名)사상을 고 이건희(李健熙, 1942~2020) 삼성회장이 주창한 ‘업(業)의 개념’으로 연결시켜, 정체에 빠져 뒷걸음질 칠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하다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의 정명사상이 단순히 도덕적 정적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적인 실천적 업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명사상과 업의개념을, ▲도덕정신적인 치인(治人)의 업인 기업윤리와 ▲물질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치물(治物)의 업인 업의개념 및 ▲치물을 위한 마음 자세인 기업가정신으로 확장하는 ‘정명경영(正名經營)’을 이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홍인
김홍인

기업가를 비롯한 사회지도층들은 먼저 자신의 도덕적 기업윤리를 생활화하는 수기(修己)를 한 뒤에, 다른 사람을 올바른 삶으로 이끄는 치인(治人)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도덕적 치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물질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치물(治物)의 업(業)을 활성화시키며, 이를 위해선 올바른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나와 내편이 하면 틀린 것도 옳고
너와 네편이 하면 옳은 것도 틀린
어처구니없는 고무줄잣대

시험지유출을 한 아버지는 3년형을 모두 살았는데
아빠찬스 쓴 누구는 2년형의 3분1만 살고도 사면복권되었다
일제의 강압으로 고통 받은 위안부를 두 번 울게 한 누구도
일제의 압제를 되새기는 광복절에 사면되고

소도 웃을 빌어먹을 세상
고사리손 아이들에게 부끄럽다
자꾸 어긋나는 역사가 안타깝다

- 홍찬선, '고무줄잣대' 전문.

김홍인 박사는 2500여년 전에 공자가 정립한 정명사상이 버려야 할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앞으로 도덕적이면서 풍요로운 살림을 해 나갈 수 있는 ‘정명경영’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남의 앞에서 남을 위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의 솔선수범이 정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