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 시인의 시로 보는 세상 풍경] (19)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는 이제, 그만!

2025-08-22     홍찬선 칼럼니스트
안성

인터뷰365 홍찬선 칼럼니스트 = 안전사고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잃어 부모에게 참척(慘慽)의 고통을 안기는 불효를 저지르고, 엄청난 재산상 피해도 초래한다. 안전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트라우마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겪다가 ‘대한민국은 사고공화국’이라는 불명예도 씌운다.

안전사고는 ▲위험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에서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며, ▲조심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사고를 가리킨다. 안전사고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고, 안전수칙을 정확히 지키며,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안전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이제 그만
사고가 일어난 뒤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겠다는 메아리 없이 공허한 다짐도 이제 그만
엄마 두고 먼저 떠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참척(慘慽)의 불효는 이제 그만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철로에서 작업하고 이동하던 7명이 진주행 무궁화열차에 치여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은 후진국형 사고는 이제 그만

- 홍찬선, '안전사고 이제 그만!' 전문.

지난 8월19일 오전 10시52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충돌사고는 대표적인 안전사고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최근에 내린 폭우로 철로에 이상이 없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특별히 투입됐다.

열차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경보기 4개가 지급됐고, 경보기는 당시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보가 울리자 작업자들은 육안(肉眼)으로 기차가 오는지를 확인했지만, 사고현장 부근의 철로가 곡선으로 돼 있어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철로 폭은 155㎝이고, 무궁화열차 본체의 폭은 280㎝인데, 사고현장 부근에는 비탈진 면이 있고 풀이 자라고 있어 대피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다만, 열차가 온다는 것을 알고 피했더라면 피할 수는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무궁화열차를 운전한 기관사는 관제탑으로부터 별다른 신호를 받지 않아 시속 100km로 달렸다. 사고 뒤 그 기관사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휴가를 냈다고 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아닌 순식간이었다
53m 높이의 다리 상판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쏟아졌다
상판 위에서 작업하던 사람 10명이 함께 떨어졌다
4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동영상으로 전해졌다
다리 아래로 지나가던 자동차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괜찮겠지 하는 방심이 있어서는 안 될 어처구니없는 대형사고를 불렀다

그날의 처참했던 현장은 아직도 치우지 않은 채, 나를 선생으로 삼으라고 외치고 있었다
바우덕이묘를 찾아가는 길 옆에서였다 

- 홍찬선, '안성 청룡천교 붕괴사고' 전문.

안성

6개월 전인 지난 2월25일 오전 9시49분에도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안성구간 청룡천교 공사현장에서 다리 위 상판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하던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국토부가 8월19일(공교롭게도 바로 이날 청도 무궁화열차 사고가 일어났다) 발표한 사고원인은 작업편의를 이유로 교각 위 가로 상판 ‘거더’의 임시 고정장치인 72개의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을 임의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와이어(끈)도 해체했고, 안전인증 기준을 무시한 장비를 무단으로 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거더를 운반하는 장치인 런처는 전방으로 이동할 때만 이용할 수 있는데, 당시 공사현장에서는 후방이동에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이 공사의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한 번의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29번의 자그마한 사고가 일어나고
그런 경미한 부상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적어도 300번의 사고를 예감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진다는데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의 생명을 앗아가기 전에
1994년부터 붕괴 직전까지 건물 균열이 늘어나고 건물 뼈대가 구부러지면서 백화점 전체가 조금씩 기울어 천장에서 모래가 떨어지고 벽에서 물이 새는 일이 잦았으며
1993년 8월에 옥상의 냉각탑을 옮길 때 크레인으로 들지 않고, 밀어 옥상 바닥을 긁으면서 옥상 바닥이 깨져 건물 전체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는데

편작(扁鵲)은 치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어 명의라는 전설을 만들었다는데
대형사고가 적은 선진국도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을 강조한다는데
덩치만 크고 생각이 어린 대한민국은, 여전히 대형사고가 터진 뒤에야 야단법석이고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자그마한 일에는 둔감하다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돈 없고 빽 없고 운 없는 삼무인(三無人)이 떠안는다는데

- 홍찬선, '삼무인의 하인리히법칙 하소연' 전문.

2021년에 제정된 ‘중재대해처벌법’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상자가 생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또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공공입찰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동시 사망한 근로자가 2~6명일 때 1년 제재, 6~10명 1년6개월, 10명 이상 2년 제재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동시 사망자’에서 ‘연간 사망자’로, 반복 발생시 가중처벌 등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후약방문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의 사례처럼 사후에 겁을 준다고 사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지난 1월 경남 김해의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 지난 7월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의 노동자 사망사고, 지난 4일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 감전 사고 등이 일어났다.

하인리히법칙과 편작의 사례를 보고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조짐을 보고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 대형 안전사고는 그만!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자꾸 일어나서는 결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