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시인으로 살아가는 '인간시장'의 김홍신...시집 '그냥 살자' 출간

- 시로 담아낸 잘 사는 법 '그냥 살자' 펴내

2025-08-16     김두호 기자

인터뷰365 김두호 기자 = 소셜미디어에는 고해(苦海)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에 대한 동서고금 전해오는 좋은 말씀들이 차고 넘친다. 쏟아져 나오는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들도 다양한 삶의 행태와 지혜를 제시하지만 향기를 느끼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지러운 언어의 유희시대에 “인생은 짧은데 흔들리며 산 세월은 왜 그리 길었는가”를 반문 반추해가며 스스로의 삶을 통해 느끼고 발견한 꾸밈없는 행복한 인생의 지혜, 어렵지 않고 쉽게 사는 삶의 진리를 동요 가락의 시로 정리한 김홍신 시집 '그냥 살자'(작가 출판사)가 출간된 뒤, 참 좋은 시집으로 모처럼 시(詩) 출판업계와 독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시집 머리에 올린 ‘대바람 소리’부터 김홍신 시인의 시어(詩語)는 그냥 다른 시집들과 차별화 됨을 금세 간파할 수 있다.

하늘에게 어찌 살라느냐 물으니
대나무처럼 살라하네
대나무는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아
마디 있고 속 비어 그렇다네
인생의 고비가 마디요
속을 비우는 건 마음 내려놓는 거라네

대나무에게 어찌 살라느냐 물으니
바람처럼 살라하네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지
걸림 없고 자유로워 그렇다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리고 하늘도 웃는다네

시집 뒤쪽에 '시로 쓴 인생론과 그 향방'을 주제로 해설을 실은 김종희 문학평론가는 위의 시를 두고 “대나무에 마디가 있고 속이 비어 있기에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언표(言表)다. 시인은 곧바로 대나무의 모형을 인생사의 면모에 대입한다”고 평했다.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 평론가는 또 “김홍신이 시를 썼다. 이는 이어령이, 박경리가 시를 쓰고 시집을 낸 것만큼이나 새롭고 또 놀랍다. 김홍신의 시에는 언어의 기교나 관념의 유희가 없다. 소박하고 조촐한, 그러나 품격 있고 의미 깊은 인생론의 언사들이 오랜 격언처럼 줄지어 있다. 이 시의 행렬은 그가 살아온 세월의 경과와 그 연륜의 원숙성을 반영한다”는 서문으로 그의 시를 설명하고 있다.

김홍신이 누구인가, 어느덧 팔순을 눈앞에 둔 노령기로 접어든 이 문재(文才)는 르포 형식의 소설 ‘인간시장’을 문학사상 첫 밀리언셀러로 이끌어 낸 소설가였다. 시리즈로 발표한 그 소설의 ‘스물두살 작은악마’편에 등장한 장총찬이라는 인물은 법망을 빠져다니며 착한 자를 괴롭히는 사악한 무리에게는 법보다 주먹이 통하는 정의의 활극을 보여준 영웅으로 대접받았고 뒤에 히트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김홍신 작가는 어느 해 정치인으로 국회에 나타나 제15대와 16대 의정활동 평가에서 8년 연속 1위의 성적표로 뛰어난 정치 활동의 역량과 열정을 평가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돌연 정치인의 위세를 발로 차내듯 미련 없이 버리고 작가로 되돌아가 대하역사소설 ‘김홍신의 대발해’ 전 10권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작가 활동으로 각종 문학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더불어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건국대 석좌교수로 강의실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왔다. 여기에 평화재단 고문, 동서문학상운영위원장, 홍상문화재단이사장 등 많은 사회단체에도 적을 두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지만 영롱한 눈동자와 낭랑한 목소리로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며 살아온 ‘똑똑한 남자, 작은 거인’이 이번에는 시문학을 통해서도 결국 ‘비우고 베풀면서 살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어렵게 살지 말고 쉽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시를 통해 일깨워 주고 있다.

다음은 '그냥 살자'에 수록된 ‘인생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의 시다.

사람 사용 설명서에 
설마 울고불고 찡그리며
살라고 적혀 있을까?

행복이 어디 있냐고 물으면
내 마음 속에 있다면서 
늘 마음 밖
남이 가진 줄 알았지

별고 없이 평균 수명만큼만 
살아 있으면 좋겠다 싶은
나이가 되자

눈 뜨면 가슴에 손 얹고 
읊조리고 읊조린다

살아있음은 천하제일의 기적
우주만큼 중에 오직 하나뿐
잘 놀다가지 않으면 불법

김홍신 시인의 시 사상은 어쩌면 종교가 제시한 ‘무소유’와 ‘사랑(자비)’, 곧 욕심 줄이고 베풀기를 앞세우면 한 세상을 무리 없이 살 수 있다는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자신의 인생 철학을 시로 풀어낸 것도 같은 김홍신 시의 세계는 근래 TV방송 프로나 유튜브 출연을 통한 강연에서도 수시로 들을 수 있는 인생 체험 고백담의 설득력 있는 열변과도 맥이 통한다.

지금 여기, '인터뷰365'에서 문화전문지 쿨투라(발행인 손정순)의 계열 출판사인 ‘작가’를 통해 출간한 시집 '그냥 살자'의 시인으로 김홍신을 소개하였지만 근래 그의 인생 행복론과 관련한 강연 내용을 접해본 사람들은 그의 직함이 사회 정의가 흔들리는 불안정한 가식과 모순의 시대에 자신의 인생 체험을 통해 발견한 진실의 삶을 전파하는 ‘행복 전도사’가 적합한 직함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시집의 제목으로 불러낸 '그냥 살자'는 전문(全文) 8행의 짧은 자문자답의 시구지만 여운이 길고 넓고 깊다.

어찌 살아야 합니까
인생사 전쟁터가 아니더냐

 웃고 건강하고 신나게 살고 싶습니다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살라

그리 살기가 어찌 쉽습니까
인생사 쉬우면 재미가 없느니라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그냥 살라

'그냥 살라' 시집은 1부 ‘대바람 소리’에서 15편, 2부 ‘겪어보면 안다’에서 16편, 3부 ‘인생 사용 설명서’에서 16편, 4부 ‘모루’에서 17편 등 모두 64편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