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연두빛 망토 걸친 부끄럼쟁이 청딱따구리

2025-08-14     이용주 작가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청딱따구리의 이름에서 앞글자 ‘청’은 푸른빛 또는 연두빛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청딱따구리는 푸른빛보다 은은한 녹색과 회색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 새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 몽골, 유럽 일부까지 유라시아 대륙의 중북부에 걸쳐 넓게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의 공원, 야산, 산림 지대에서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텃새다.

몸길이는 약 30㎝로, 딱따구리과 중에서 중형급에 속한다. 몸의 윗면인 등과 날개는 초록색이어서 연두빛 망토를 걸친 듯하며, 머리와 목, 몸의 아랫면은 은은한 회색이다. 얼굴 아래부분에는 검은색 가는 뺨선이 부리부터 시작해 뺨까지 이어져 있다. 수컷은 이마에 붉은 반점이 있지만 암컷에게는 없다. 날개 끝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의 가로 줄무늬가 있으며, 다리는 녹색을 띤 어두운 갈색인데, 나무를 수직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튼튼하다. 그리고 부리는 곧고 단단하여 나무껍질을 쪼아 곤충을 찾기에 적합하다.

먹이는 주로 개미를 비롯한 곤충류이며, 나무속 개미집을 부수고 긴 혀를 이용해 개미와 유충을 낚아채 먹거나, 땅바닥에서 개미를 먹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곤충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열매나 씨앗도 섭취한다.

청딱따구리는 성격이 비교적 조용하고 다소 겁이 많은 편이라, 사람 근처에 잘 나타나지 않는 부끄럼쟁이인데, 다만 번식기에는 울음소리나 나무줄기를 두드리는 '드러밍(drumming)'으로 영역을 알린다. 울음소리는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뾰 뾰 뾰 뾰’ 하는 소리를 내는데, 울음소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느려지는 특징이 있다.

은빛 회색과 연녹색의 깃을 두른 청딱따구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숲의 해충을 줄이고 생태 균형을 유지하는 묵묵한 존재다. 숲길을 걷다가 다른 딱따구리과 처럼 숨바꼭질을 하는 듯 나무를 오르내리며 나무 뒤로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청딱따구리를 만나면,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 동그란 맑은 눈과 잠시라도 눈맞춤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