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공간은 전략이다 外

- [비평연대] 최여정·강민지·김성신·설명문의 500자 서평

2025-08-08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신혜우 지음, 한겨례출판사, 2025)

한 달여전, 화분을 하나 선물받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식물이었다. 선물로 흔히 보내는 실내공기정화 식물들인 이레카야자, 스파티필름, 산세베리아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가느다란 가지 줄기에 실핏줄같은 곁가지들이 뻗어있고 작은 단추 같은 동그란 이파리들이 아카시아 잎처럼 마주보고 펼쳐져 있다.

언제부턴가 식물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것저것 키워보기도 하고 런던에서 지낼 때는왕실정원 큐 가든에 종종 들르는 일이 큰 기쁨일 정도로 어느정도 식물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생처음 보는 식물이었다. 구글렌즈, 챗 gpt에게 물어봐도 아리송한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던 중 '식물학자의 숲속일기'에 자연스레 손이 갔다. 어느 토크 자리에 신혜우 작가와 함께 초대받아 만남을 앞두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무엇이든 관심이 가는 대상이 생기면 더 알고 싶어지는게 당연지사다.

작가는 식물학자이면서 과학적인 식물 그림을 그린 공로를 인정받아 2025년 런던 린네 학회 질 스미시스상을 수상한 독특한 경력이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생의 순환을 나타내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챕터의 산문집에서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원으로 지내며 매일을 걸었던 메릴랜드 숲속의 사계절, 열두 달 식물 이야기가 담백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담겨있다.

분명 어제까지 탐스럽게 피어 있던 목련꽃잎이 무심히 떨어져 짓밟힌 것을 보며 그 예고 없음에 허탈하곤 했는데 이제는 알겠다. 꽃잎이 떨어지는 과정 하나마다 식물이 정확하게 계산한 움직임이 담겨 있다는 것을. 그러니 ‘무심히’란 인간의 언어일뿐 식물은 매순간 자신의 할 일을 성실히 해낸다. 슬펐다가 우울하고 화내고 또 기뻐하는 우리의 모든 일상이 작은 꽃봉오리, 나무로 가득한 숲, 그리고 대자연의 조화 앞에서 한 없이 겸손해진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순환의 연결 고리. 아, 선물로 받은 미지의 식물 이름은 모르는 채 지내도 괜찮겠다. (최여정 / 작가·문화평론가·비평연대)

최여정<br>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바꾸는 생존독서 (송선규 지음, 애플씨드, 2025)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바꾸는 진짜 독서를 위하여>

‘나는 왜 책을 읽는 걸까?’

이 책을 펼치기 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가장 열심히 독서했던 시기를 돌아보면 대부분 삶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였다. 그럴 때 나는 무작정 눈에 띄는 책을 집어 들고, 중요한 문장을 메모하거나 마음에 남는 문장을 곱씹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책은 열심히 읽었지만, 여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다 보니 마음만 조급해지고, 내용은 제대로 와닿지 않았다. 결국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삶 역시 쉽게 바뀌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바꾸는 생존독서'는 바로 그런 고민에 명쾌하게 답해준다. '생존'을 위한 목적 있는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생존 독서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가 아니라, ‘내가 가진 문제에 있어 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책에서는 먼저 나의 삶 속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춰 주제 중심의 독서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문제 하나를 중심에 두고, 그에 관련된 책을 마인드맵처럼 그려 최소 5권 이상 읽어보는 것이다. 이후 10권, 20권까지 확장해가며 책들 사이의 공통점과 통찰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실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실제로 저자는 20권 정도를 집중적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책을 읽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내용이 빠르게 휘발되는 걸 자주 경험했다. 아마도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건, 이제는 단순히 '많이' 읽는 것보다도 하나의 문제, 주제에 몰입해 '집중해서' 읽는 독서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바꾸는 ‘생존 독서’다.

이 책은 독서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방법과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지금 내가 어떤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문제를 책을 통해 풀어가고 싶다면, 이 책은 더없이 실용적인 멘토가 되어줄 것이다. (강민지 / 문화평론가·프롬레코드대표·비평연대)

강민지<br>

이 모든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권윤지 지음, 미디어샘, 2025)

"나는 그의 투명한 손으로 길러졌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영혼의 딸이고, 가문의 딸이며, 당대사의 증언자이자 시대의 딸이다."

기나긴 이야기가 때론 단 한 줄 속에 녹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은 붉고 찐득거린다. 끝없이 유동하는 진액같은 문장이 지면 위로 자꾸 흐른다.

권윤지라는 이름의 아티스트이자 전사. 그는 자신의 삶을 신화적 서사로 만들어 세상에게 들려준다. 이 책은 어떤 각오일 수도 있고, 선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가 그의 작품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생 자체를 재료로 쓴 것, 피를 물감으로 쓰듯. 책이 그렇다. 묘하고 통증이 있다.(김성신/출판평론가, 비평연대 가디언즈)

김성신<br>

공간은 전략이다 (이승윤 지음, 북스톤, 2025)

종로 부암동에는 내게 특별한 장소가 되어준 레스토랑이 있다. 한 예술가가 한옥을 개조한 공간인데, 어둑한 붉은 빛 실내에 주인장이 직접 프린트한 여러 사진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들어올 땐 분명 한옥이 맞았는데, 식사를 하는 내부는 마치 유럽의 수도원 같은 공간감을 준다. 창 밖으로는 부암동 작은 정원의 녹음이 보이는데, 강원도에서 상경한 내가 서울에서 고향의 분위기를 느낀 몇 안되는 곳이었다.

종종 이런 곳들이 있다. 내게 기억과 경험을 주는 공간들. 나는 그런 공간을 장소라고 부른다.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곳, 다시 찾게 되는 곳. 내게는 그런 장소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런 장소에 대한 열망은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신세대들에게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다.

브랜드들은 이러한 현상을 전략화한다. 브랜드 철학과 헤리티지를 공간에 녹여내고 소비자들에게 상품이 아닌 경험을 제공한다. 소비자를 단순 구매자가 아닌 팬으로 만든다. 이미 많은 핫플레이스들은 이러한 논리로 신 상권을 일구었다. 인사동이 그랬고, 성수동이 그렇다.

이 책은 단순히 기업과 브랜드의 공간 전략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공간의 전략과 그들이 제공하는 경험을 읽다보면, 나의 최애 브랜드, 그 때 그 장소. 어느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떠오른다. 내 취향과 내가 쓰는 플러스펜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는 책이다. (설명문/ 건축설계 및 공간디자이너·비평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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