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정대구 시인의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 / 정대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니, 때와 장소를 가려서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
진정한 너는 어디 있고
나는 어디 있어
무수한 가면들이 몰려가고 몰려오는
날라리 같은 이 슬픈 시대에
진정 내가 달아야 할
아침에 달고 나간 얼굴과
저녁에 달고 들어오는 얼굴이
왜 같지 않은지
울고 싶어라 달라진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엉엉 울고 싶어라
'내 얼굴 어디 있어'
'내 얼굴 어디 있어'
- '구선생의 평화주의'(도서출판 들꽃, 2006)
정대구 시인(1936~2025)은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1972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이야기가 있는 연작시 '나의 친구 우철동씨'로 등단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김삿갓 연구'를 수행한 문학박사로, 일상의 언어로 인간과 사회를 유머와 공감으로 풀어낸 시 세계를 펼쳤습니다. '겨울 기도', '우리들의 베개', '제부도 들어가는 길', '붑' 등 다수의 시집을 남겼으며, 숭실대와 명지대 등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교육자로도 헌신했습니다. 2010년 ‘시인들이 뽑은 시인상’, 2023년 김삿갓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선한 웃음이 인상적인 시인의 모습은 지난 7월 18일 세상을 떠난 지금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그의 시 또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