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그 여름, 꽃다짐

2025-07-29     김지수 칼럼니스트

그 여름, 꽃 다짐

봉숭아 꽃 물 
손톱에 곱게 들이고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모습에 반해
공부도 잘하겠지 상상했고
농구까지 잘한다는 소문에
괜히 더 설레었다

손톱 끝 바라보며 
여름 보내고 가을 건너 

겨울, 눈이 나리던 날에
선배는 눈이 큰 언니와
손을 잡았다는 풍문이 돌았다

순진하게 기다리던 나를 두고
친구들은 바보 같다 웃었고
괜히 말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토라져 있었다

그 여름은 다시 오고
선배의 목소리는 아득해지고
봉숭아빛 손가락 끝이
달빛 아래
저릿하게 아려온다.

‘꽃 다짐’은 여름날 봉숭아 꽃과 잎을 다져 손톱에 물들이던 풍습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 붉은 물에는 첫사랑의 마음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도, 나쁜 기운을 막으려는 소망도 담겨 있었습니다. 올여름, 꽃 다짐하듯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건강하고 평안한 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