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나는 한 마리 개미 外
- [비평연대] 공혜리·김미향·맹준혁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 나는 한 마리 개미(저우쭝웨이 글, 주잉춘 그림, 장영권 옮김, 펜타그램, 2011)
개미를 제대로 들여다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어느새 나는 어른이 되었고, 운동장에서 함께 놀던 개미와 멀어진 만큼, 나를 둘러싼 여러 세계들과도 점차 멀어져있었다.
어린아이의 세계는 작고 가깝다. 그래서 더 자주 엎드리고, 더 쉽게 귀 기울인다. 그러나 어른이 된 아이는 더 많은 관계 속에서 오히려 고립되고, 외로워지기 쉬운 세상을 살아간다. ‘나는 한 마리 개미’는 그런 우리에게 아주 작은 개미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당신은 지금 누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지' 묻는다.
“나는 한 마리 개미. 당신에겐 보이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 나의 세계는 컴컴한 어둠으로 온통 둘러싸여 있지만, 당신이 내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었다면, 당신은 이미 나의 세계에 한 줄기 빛을 던져준 것이다.”
다른 이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일은 서로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일이다. 작가는 ‘개미’라는 장치를 통해, ‘작기 때문에 오히려 더 눈을 사로잡는’ 역설을 보여주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공감의 감각을 다시금 일깨운다. (공혜리 / 비평연대)
■ 오늘부터 머니 챌린지! (김나영 지음, 휴머니스트, 2025)
퇴근길 버스에서 중학생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너 주식 얼마나 있냐?” “나 하이브랑 SM에 투자한 거 좀 있고…” 내 귀를 의심했다. 단타와 장타를 논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돈은 더 이상 어른들만의 세계가 아니었다.
‘오늘부터 머니 챌린지!’는 그런 10대를 위한 현실 금융 수업이다. 첫 알바 계약서, 대리 입금, 중고 거래, 연체 이자까지 저자인 김나영 교사는 교실에서 맞닥뜨린 아이들의 질문을 따라가며 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을 이해하는 감각을 길러준다.
숫자가 아니라 선택의 힘을 키워주는 책. 경제를 ‘나의 언어’로 받아들이고 싶은 10대에게 이보다 더 좋은 출발선은 없을 것이다.(김미향 /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1)
세상이 끝날 것처럼 비가 내린다. 작년에도 이만큼 내렸던가 싶지만, 앞으로 매년 이런 말을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이 시작된 느낌이다. 이런 날씨에 점점 익숙해지는 스스로가 조금 찜찜하다. 지젝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진실임을 알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팬데믹 패닉', 북하우스).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는 지금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한다. 모든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라는 구조의 본질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결핍을 만들어내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자원을 소비하고 환경을 착취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린 뉴딜이든 탄소중립이든 이름만 바뀔 뿐, 자본주의의 성장 논리로는 지금 내리는 이 비를 멈추지 못할 것이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도 비를 멈출 순 없다. 이제는 비와 함께 살아야 하는데,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비의 양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다. 재난은 불공평하다. 누군가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탈성장 코뮤니즘’을 제안하면서, 그 방법으로 '커먼즈'를 제안한다. 커먼즈란 개인이나 기업의 독점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관리하고 공유하는 자원을 말한다. 시장 논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의 방식이다. 계속 내리는 비와 함께 살아가려면,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상상이 필요하다.(맹준혁 / 출판편집자·콘텐츠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