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7) 더 잘 살 수 있는 기적의 문으로 초대하는 '천년의 독서'
- 미사고 요시아키 저 '천년의 독서'
책 한 권에 담긴 활자들이 천지수의 몸과 기억과 희망을 만나 씨앗으로 응결되면, 화가는 그 작은 것을 캔버스에 심고 붓과 물감으로 키워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독서를 통해 창조적 영감을 얻는 실험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책 읽는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리뷰'는 그 대답 중 하나다. 일곱 번째 책은 '천년의 독서'(미사고 요시아키 지음/하진수 옮김/시프)이다.
인터뷰365 천지수 칼럼니스트 = ’사실 절대적인 명저란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손에 들고 읽으며 자신에게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책이야말로 명저라고 말입니다.‘
일본 최고의 서점체인 ’츠타야‘의 북 컨시어시이자 인기 리플릿 ’독서학교‘의 기획자인 미사고 요시아키가 지은 '천년의 독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와 똑같은 말을 나에게 해준 사람이 있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다.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뭐냐고 묻자, ’방금 읽다가 나온 책‘이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미사고 요시아키는 왜 인생에 책이 필요한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인생을 결정짓는 일곱 가지 주제와 그에 따른 통찰과 질문을 건넨다. 나는 저자가 소개한 200여권의 책에 담긴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빠져들면서 그 책들을 어서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그저 펼치는 것만으로 어디든 데려다주는 건 책밖에 없다”라고 고백한 가쿠타 미쓰요의 말에 따르듯이, 내게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앤 웜즐리가 쓴 ’프리즌 북클럽‘(2015)은 교도소에서 열린 북클럽 이야기다. 지난날 강도에게 습격을 당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던 저자는 친구가 권하는 교도소에서 개최하는 독서모임에 용기 내어 참여하게 된다. 그녀는 수감자들의 마음에 와닿을 책을 한 권 한 권 진지하게 골랐다. 어느 날 저자는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을 수감자에게 묻게 되는데, 그중 한 수감자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특정 책이 좋았다기보다는,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내 안의 창문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든 저마다 힘든 상황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읽고 나면 제 인생이 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고, 인생을 바라보는 법까지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수감자의 이 대답에 뭉클해졌다. 나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페인팅 북리뷰를 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게 되면서 똑같이 깨달은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낯선 환경에 놓인 기분이 들면서 나의 모습은 더 뚜렷하게 보인다. 그 어떤 책을 만나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인생을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되는 것만큼 자신을 확장하는 일이 또 있을까? 앤 웜즐리는 수감자가 책과 함께한 감동을 ’프리즌 북클럽‘을 집필해서 전하고, 또 그 책을 읽은 ’천년의 독서‘ 저자가 인상적이었다는 장면을 소개하는 문장에서 나는 공명한 것이다. 타임머신이나 초능력 따위가 없어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방법이 독서로는 이렇게 가능하다.
나는 요즘 도서관을 배경으로 자연을 그리는 재미에 빠져있다. 독서를 통한 ’화학작용‘으로 떠올랐던 ’도서관‘ 영감으로 이리저리 변주를 한다. 도서관에 동물들이 있다. 책장 사이에 위치한 아치형의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 보이는 곳은 책장을 열면 펼쳐지는 미지의 시공간일 것이다. 그곳에는 천년 전의 우주가 있다. 천년 뒤의 세상일 수도 있겠다. 저 멀리 또 다른 풍경이 책의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아련하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내면서 책과의 만남은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천년 전 책의 저자나 그것을 읽은 사람의 생각을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어서란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우주의 시간으로는 찰나와 같다. 그렇지만, 독서를 통해 열리는 상상의 시간은 영원하다.
'천년의 독서' 머리말의 주제는 ’더 잘 읽을수록 더 잘 살 수 있는 기적에 대하여‘다. 나를 찾아온 미지의 세계를 여는 초대장 같은 책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기적의 문을 활짝 열어보려 한다. 그림 속 책장 사이의 열린 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