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 (102) 퀘이사(Quasar)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우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퀘이사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퀘이사란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키는 에너지에 의해 형성되는 거대 발광체이다. 퀘이사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0억 배나 되는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다. 그 주위에는 원반이 둘러싸고 있는데, 그 원반의 물질은 회전하면서 블랙홀로 떨어진다. 이때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거대한 양의 빛이 나온다.
퀘이사는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천체이자, 초대질량 블랙홀이며,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활동 은하이다.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데도 마치 별처럼 밝게 보이는 은하이다.
발견 당시에 은하처럼 넓게 퍼져 보이는 천체가 아니라, 별과 같은 점광원으로 보였기 때문에, ‘항성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준성(準星, Quasi-stellar Object)’ 또는 ‘준성전파원(準星電波源, Quasi-stellar Radio Sourc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퀘이사는 전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전자기파 대역에서 매우 강한 에너지를 내며, 전파가 가장 강한 퀘이사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매우 큰 적색편이를 나타내는 퀘이사의 정체는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 초반까지 논란에 싸여 있었다. 지금은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매우 무거운 블랙홀과 그 주변의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빅뱅 후 약 26억 년이 경과한 초기 우주에서 퀘이사들이 활발하게 형성되었다. 당시 우주의 크기는 현재의 약 30%에 불과해 물질들이 조밀하게 모여있었고, 성간 매질도 쉽게 공급되었다. 여기에 은하 간의 병합도 활발해 퀘이사의 활동이 격렬했다.
이러한 퀘이사는 우주의 팽창 때문에 매우 큰 적색편이 값을 갖는다. 지금까지 퀘이사는 20만 개 이상이 발견되었다. 현재 알려진 퀘이사들의 스펙트럼은 0.05-7의 적색편이를 보인다. 표준 우주 모형에 따르면 이러한 적색편이 값들은, 퀘이사까지의 거리가 대략 6억 광년에서 280억 광년에 달함을 의미한다. 퀘이사가 이렇게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고, 광속은 일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퀘이사와 그 주변 환경의 모습은 우주가 탄생한 초기의 모습과 비슷하다.
퀘이사는 지금까지 우주에서 발견된 천체 중에서 가장 밝고, 강력하며, 활동적인 천체이다. 보통 퀘이사는 별을 만들고 있는 젊은 은하의 내부에 존재하며, 우리 은하가 발산하는 에너지의 수천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다. 퀘이사는 엑스선에서부터 원적외선, 전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스펙트럼에서 빛을 방출하고, 주로 자외선과 가시광선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는데, 그중에는 강력한 전파나 감마선을 방출하는 것도 있다.
퀘이사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측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퀘이사가 현재까지 우주에서 발견된 천체 중 가장 밝은 천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퀘이사는 처녀자리에 있는 ‘3C 273’이다. 평균 겉보기 등급은 12.8 등급으로, 아마추어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밝다.
일부 퀘이사는 가시광선과 엑스선 영역에서 빠른 밝기 변화를 보인다. 이 밝기 변화는 수 시간에서,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쳐 일어나는데, 이 변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퀘이사의 빛이 나오는 영역의 크기를 추정할 수 있다. 이는 퀘이사의 밝기가 관측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변화하기 위해서는 퀘이사 전체가 함께 변해야 한다. 정보가 퀘이사 전체에 전달되는 만큼의 시간, 즉 빛이 퀘이사를 가로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퀘이사의 빛이 나오는 영역의 크기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낸다는 것은 퀘이사의 에너지 밀도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퀘이사가 처음으로 발견된 1960년대에는 이렇게 강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퀘이사의 정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블랙홀로 떨어지는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그 에너지원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러한 논란이 해결되었다.
빛은 퀘이사 중심의 블랙홀에서는 탈출할 수 없으므로, 퀘이사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바깥쪽에 위치한 원반에서 발생한다. 블랙홀로 떨어지는 물질은 가지고 있던 운동량 때문에 블랙홀 중심을 향해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블랙홀 주위에서 회전하는 원반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원반을 ‘강착 원반(accretion disc)’이라고 부른다. 강착 원반의 물질은 회전하면서 블랙홀로 떨어지며,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강력한 마찰에 의해 빛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퀘이사는 주로 폭발적으로 별을 만들어 내는 은하들에서 주로 발견된다. 따라서 은하의 별 생성과 중심의 블랙홀 성장은 함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두 가지의 과정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외부은하 천문학의 활발한 연구 주제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그림 ‘퀘이사 242001P’를 그리고, 시 ‘요술쟁이 퀘이사’를 썼다.
요술쟁이 퀘이사
은하의 중심에는
별빛을 모아 모아
한 폭의 거대한 우주화를 그리는
요술쟁이 화가가 살고있지
크고 작은 햇덩어리들을
한 소쿠리에 골고루 채워
맛깔스럽게 버무린 산채비빕밥을
반짝이는 은하수 쟁반에 담아
머나먼 생명의 땅까지 배달하지
별들을 품어 외로움을 달래고
우주의 텃밭에 씨를 뿌려
찬란한 빛의 향연을 연
요술쟁이 퀘이사여
/우주화가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