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연극 ‘슬픈 전설의 화가’서 부활한 화가 천경자...정중헌 극단생활 대표 “20년 숙원 결실”

- 정중헌 극단생활 대표, 천경자 예술과 인생 그린 '슬픈 전설의 화가' 올려 - 조선일보 언론인 출신 정중헌 대표, 천경자 화가 취재하며 인연 맺어 - 정중헌 원작, 강영걸 각색 연출...배우 우상민, 천경자 역 열연 - 천경자 화가의 어록과 발자취, 창(唱)과 탈춤으로 풀어내 - 9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서 공연...“천경자 애호가들 우대해 드려요”

2025-07-03     이승한 기자

인터뷰365 이승한 기자 = “화가 천경자와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연극이에요. 작고한지 10년, 세인들에게 잊혀져 가는 천경자를 ‘전설의 화가’로 재조명하는 공연인만큼, 애호가들에게는 티켓 할인 혜택도 드리려고 해요.“

7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슬픈 전설의 화가’를 공연하는 정중헌 극단 생활 대표는 천경자 주제의 이 연극 무대를 올리기 위해 20년을 준비했다며 애호가들의 관람을 권유했다.

조선일보 문화부 미술 기자로 천경자 화가를 취재했던 정 대표는 2006년 3월 평전(評傳) ‘천경자의 환상여행’을 출간했다. 2021년 이를 공연할 수 있도록 희곡으로 창작한 ‘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를 냈다.

천경자

”기자가 희곡을 쓴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어요. 화가의 자서전과 저의 평전 위주로 천경자의 예술과 인생을 그리다 보니 드라마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극작가에게 의뢰하면 극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겠지만, 천경자만이 지닌 진정성을 픽션으로 훼손하고 싶지 않아 부족하더라도 제가 공연 대본을 썼지요.“

이를 강영걸 연출이 마당극 형식으로 각색, 드라마보다는 천경자 화가가 남긴 어록과 발자취를 창(唱)과 탈춤으로 풀어내는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슬픈 전설...’이란 제목은 천경자 화가가 자선전과 작품 제목으로 즐겨 썼던 수사(修辭)에서 따왔다. 제목에 ‘천경자’를 붙이지 않은 것은 문제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제 꿈은 천경자 화가의 주옥 같은 작품들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세계 일주 스케치 작품 역시 현지 풍광과 함께 영상으로 보여주는 다큐적인 공연이었지만, 저작권과 유족 동의 등 난제가 해결되지 않아 마당극에 천경자의 혼백을 불러내 독백을 하고 춤과 소리로 정과 한을 풀어내도록 한 것이지요.“

연극계의 원로인 강영걸 연출과는 '작은 할머니' 등 4편의 연극을 함께 공연해 소통이 잘 됐지만, 이번 작업은 강영걸 연출의 각고의 노력과 그만의 메소드가 아니면 불가능할 만큼 어려웠다고 정 대표는 털어놓았다.

강 연출은 화가와 기자를 양 축으로 하고 그 사이를 고수가 이어주되 모든 배역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형식으로 화가 천경자의 예술 인생을 무대에서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힘을 쏟았다.

형식은 정해졌는데 이를 무대에 구현해 낼 배우를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강영걸 연출은 창을 하면서 연기도 하는 배우를 캐스팅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하차해 난관에 부딪혔다. 이때 강영걸 연출과 뮤지컬 '넌센스'부터 오랜 연을 맺어온 배우 우상민이 기꺼이 배역을 수락했다.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우상민은 개성적인 연기 뿐만 아니라 소리와 춤도 해낼 수 있는 만능연기자로 정평 나 있어 천경자 역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연습을 지켜보면서 놀랐어요. 우상민 배우가 하루가 다르게 제가 기자 시절에 만나 인터뷰하고 교류했던 천경자 화가와 닮아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천경자의 긴 독백 연기를 버거워하더니 며칠 안 가 천경자의 육성처럼 소화해 내는가 하면, 극의 내용에 맞게 소리도 만들어오고 춤 전문가에게 특별 안무를 받는 등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특히 천경자 역의 우상민은 동생 옥희가 죽는 장면에서 구음(口音)과 만가(挽歌)로 장내를 숙연케 할 예정이다.

”아! 라일락!“으로 끝낸 상호라는 남자와의 애증 어린 일상을 원숙한 연기로 풀어낸 우상민은 아프리카 스케치 여행 대목에서는 춤과 소리와 연기가 어우러진 3박자로 이국적인 풍광을 온몸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중헌 대표의 분신이기도 한 기자 역은 강영걸 연출의 신춘문예 공연 '구덩이'에서 탈춤과 연기로 호평을 받은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의 배우 권겸민이 맡았다. 그는 아프리카 스케치 기행 장면에서 다양한 경관과 감정을 탈춤으로 보여준다.

고수와 천경자의 분신 등 멀티 역을 맡은 배우 강윤경은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강영걸 연출의 ‘작은 할머니’ ‘불 좀 꺼주세요’ 등에서 삼빡한 연기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북 장단으로 흥을 돋우며 연기도 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제가 어렵게 천경자 연극을 만드는 것은 오직 한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한 시대를 용광로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불태운 화가,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과 6.25전쟁, 혁명 등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오로지 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불타는 예술혼으로 자신을 해방시킨 레전드 화가 천경자를 기리고 보다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정중헌 대표는 서울문화재단의 원로지원금과 사비로 이번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2017년 아마추어도 연극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지원해 주는 (사)한국생활연극협회를 창립해 6년간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20편의 공연과 경연과 시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현재는 원로연극인들의 모임인 대학로연극인광장(대연장)의 수석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시절에 천경자 작품 전시회에 갔거나 회고록, 수필집, 평전 등을 접한 ‘천경자 애호가’ ‘천경자 덕후’들에게는 입장료를 할인(50%)해 주려고 해요. 제가 직접 대화해보면 알 수 있거든요. 어렵게 올리는 공연인만큼 많은 분들이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