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100) 우주를 그리는 시인, 노래하는 화가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나는 중학생 때부터 시를 써왔다. 시를 쓸 때마다 이 시는 어떤 모습의 그림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특히 아름다운 풍광이나 우주삼라만상의 변화를 표현하는 시를 쓸 때는 나의 상상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풍성해졌다.
나는 약 20여년 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온 것을 구현하고 싶었다. 즉 동서양의 물질과 사상을 융합하여 우주를 시로 노래하는 우주시인, 그림으로 그리는 우주화가가 되고 싶었다.
왜냐하면 무한광대한 우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보고 들으며 시와 그림으로 표현해왔다. 따라서 시와 그림은 호모사피엔스의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우주와 소통해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러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살아 숨 쉬는 삼라만상과 이야기하며 살고 있다. 나는 우주를 사랑하며 해와 달과 별을 노래하며 그림으로 그린다. 별은 나의 어머니요, 우주는 나의 아버지다. 우주를 가슴에 품고 우주만물과 꿈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우주를 시로 노래하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와 그림은 우주와 소통한다. 시는 우주의 소리요, 그림은 우주의 형체다. 즉 시와 그림은 결국 우주의 다른 표현이다. 시는 형체가 없는 우주이고, 그림은 형체가 있는 우주다. 그림은 말 없는 우주이고, 시는 말하는 우주다. 나는 오랫동안 말하는 우주를 쓰면서 이를 형체가 있는 우주로 그리고 싶었다.
시와 그림은 서로 통한다. 시는 마음의 소리요, 그림은 마음의 형체다. 즉 시와 그림은 결국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이다.
북송 때의 예술가 곽희(郭熙)는 “시는 형체가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형체가 있는 시이다(詩是無形畵, 畵是有形詩)”라고 표현했다. 왕유의 그림을 보고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라고 평가했다.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는 “그림은 말 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Painting is a mute poetry and poetry is a speaking picture)”라고 말했다. 시와 그림은 표현방식이 다를 뿐 원리는 서로 통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 선비들은 그림을 그릴 때 좋은 시 한 구절을 함께 적었다.
나는 그림과 시의 아름다운 조화를 생각하며 자연과 영혼의 원형을 융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와 그림은 번득이는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근원의 존재에 대한 오랜 번민과 탐구의 결과물이다. 즉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다가서는 깨끗하고 뜨거운 마음의 산물이다.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동서양의 사상과 물질을 융합해보려는 나는 동양의 물질인 먹과 서양의 물질인 유채로 그림을 그린다. 먹은 우리 조상들이 즐겨 쓰던 시와 그림의 소재요, 유채는 서양의 화가들이 즐겨 쓰던 명화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의 표현과 잘 어울리는 한지에 먹과 유채를 융합하여 그림을 그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먹과 한지는 수 백 년을 견디고, 유화는 최소 6개월은 되어야 완성이 되는 숙성된 맛이 시와 같아 감칠맛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100회에 걸쳐 시와 그림이 곁들어진 우주칼럼을 써왔다. 나는 앞으로도 우주를 주제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상상력과 융복합 능력이 고갈되지 않는 한 우주칼럼도 계속 쓸 생각이다. 이러한 우주칼럼을 100회가 넘도록 꾸준하게 게재해주신 '인터뷰 365'의 김두호 대표님과 김리선 편집장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그림 ‘우주삼라만상 211003’을 그리고, 시 ‘우주를 그리는 시인, 노래하는 화가’를 썼다.
우주를 그리는 시인, 노래하는 화가
우주를 그리는 시인은
이슬 맑은 들판에 흩어진 햇살도 줍고
바람에 일렁이는 노을의 눈빛에 황홀해 하며
별빛 따라 하룻밤 지새우기도 하면서
생명의 신비로운 탄생을 노래하는 신의 심부름꾼
사뭇 피려던 젊음을 폭풍우처럼 보낸 아픔으로
상처의 꽃과 언어의 맨살을 만져보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는 가슴 속에서 찍어낸 피로
원죄의 틀을 깨며 깨달음의 울음소리를 내지르는 선각자
우주를 노래하는 화가는
이웃들의 삶의 무게를 기꺼이 나눠지고서
펄럭이는 외로움도 아픈 추억으로 새기며
우주와 인간과 삶과 죽음을 고뇌하는 영혼의
궁극적인 표현을 그림으로 순화시키는 한 사람의 생활인
그대의 아픔과 슬픔까지도 보듬으면서
애틋하고 살가운 정감을 통해 주변을 맑게 복원시켜
더 넓고 아름다운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 내는
바로 당신의 눈높이에서 사랑을 그리는 삶의 동반자
왜소하고 슬픔 많은 이 땅의 시를 노래하는 화가는
서민들의 속 깊은 언어를 헤아릴 수 있도록
영혼마저 태워서 하얗게 제가 되는 일에 앞장서며
침묵의 소리를 감성으로 표현하는 나지막한 구도자
/우주화가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