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감독의 AI스토리텔링] 매일 글 쓰는 20년차 게임기획자, 김현석 작가

[인터뷰365] 김현석(마이즈) 게임 기획자 겸 작가 - 게임기획 등 전문서,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 집필 - 최근 '현업 기획자 마이즈가 알려주는 게임 시나리오 스쿨' 펴내 - "AI활용, 많이 알수록 확장의 폭 넓어지죠"

2025-06-06     이은희 인터뷰어

AI스토리텔링은 인공지능(AI)이 사람과 협력하거나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기술 및 개념을 의미합니다. 스토리텔링 작법서 '4줄이면 된다'의 저자 이은희 감독이 AI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만나 4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 4개의 질문을 던지고, 4문장으로 응답을 듣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인터뷰365 이은희 인터뷰어(/감독 겸 작가) = 일명 '마이즈'로 불리는 김현석 작가는 2000년 초반부터 게임을 개발해 온 1.5세대 게임 개발자이다. 현재는 서일대학교 AI 게임 융합학과의 겸임 교수이며, 게임인재원, 동양대학교, 게임캔버스 등에서 게임 개발에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동시에 게임기획, 게임 시나리오 관련 책, 웹소설, 단편소설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마이즈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말 그대로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단다. 브런치, 인스타, 스레드, 페이스북, 블로그를 운영하며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없다. 이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러 수요자와 소통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다양한 실험을 한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지독한 일인지는 작가만 알 수 있다. 매일 써야 응당 작가라는 것을 알지만 모든 작가가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웹 소설을 쓰면서 주변 환경 묘사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장황한 묘사는 필요 없다는 출판사의 피드백을 받고 이 문제를 극복할 방법으로 시각장애인용 소개서를 작성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글을 쓰면서 우리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얼마나 쉽게 주변을 묘사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는 회고는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창작열이 왕성한 작가인 그는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여정과 경험

- 시각장애인용 콘텐츠 쓰며 느낀 AI 스토리텔링의 확장 가능성

1. AI 스토리텔링 분야에서의 경험과 이룬 성과가 궁금합니다. 

"AI 스토리텔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집필 과정에서 AI를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모르는 분야의 콘텐츠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주로 자료 조사, 내용 검증, 관련 주제나 소재 탐색에 AI를 활용합니다. 덕분에 더 폭넓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순간이 있다면요?

"한 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태블릿 콘텐츠를 쓴 적이 있었어요. 작성한 텍스트가 시각장애인 협회의 감수를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죠. ‘크다’, ‘작다’, ‘빨갛다’, ‘푸르다’처럼 익숙하게 쓰는 표현들이 모두 시각적 경험을 전제로 한 것들이니까요. 그 과정에서 저는 “이 문장은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각의 세계를 AI가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컴퓨터게임학회

3. AI 스토리텔링이 대중과 산업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일까요?

"기존 스토리텔러들? 작가분들이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 AI 때문에 좌절하거나 반감을 갖고 불편해하시는 분들은 보다 자신만의 것, 인간만의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고….(아마도 순문학 계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은 더 넓은 스펙트럼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요. 요즘 어디를 가나 양극화가 심한데, 이 분야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4. AI 스토리텔링 작업에 대한 개인적 정의와 활용 방식이 궁금합니다.

"AI는 ‘버프’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알면 확장의 폭도 좁고, 많이 알수록 확장의 폭이 넓어져요. 이건 단순히 10만큼 알면 30이 되고 100만큼 알면 300만큼 아는 것 아니라 10만큼 알면 30만큼 활용할 것을 100만큼 알면 30000만큼 활용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저는 일을 할 때 폴더를 비워야 할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움을 받고 일 이외에도 코킹이나 상담 외국어 공부에도 활용해요."

2. AI 스토리텔링의 본질과 가능성

- AI스토리텔링은 '창조' 보단 '응용'에 가까워..."굉장히 박학다식한 보조 작가"

1. AI 스토리텔링을 '창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창조라기보다는 응용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AI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대부분의 콘텐츠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응용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극소수의 ‘창조’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우연히 발생하거나, 특별한 조건과 상황이 맞물려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창조의 순간은 AI가 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인간 작가의 창작과 비교할 때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안에서 검증된 정보나 편향성까지 고려해 응용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인간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본’ AI는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객관’의 영역에 가깝고, 인간은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각자의 경험과 감정, 주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합니다.  그래서 목표 지향적인 결과는 AI가 더 잘할 수 있지만, 세계관을 담아내는 깊이는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창조라고 생각합니다."

3. AI 스토리텔링이 인간 창작을 보완하는 방식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나요?

"현존하는 형태와 가장 가까운 것을 예로 들면 결국 보조 작가처럼 자리를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굉장히 박학다식한 보조 작가가 되겠지요. 고증이나 자료 조사는 물론이고 트랜드 체크나 논리적인 오류 등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고, 전개 방식이나 인물 등 여러 방면으로 아이디어 제안도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여러 소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인간 창작의 형태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요?"

4. 현재 AI 스토리텔링 기술이 가장 크게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도 있을까요?

"이건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만 보더라도, 액션, 롤플레잉, 슈팅, 어드벤처 등 장르에 따라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롤플레잉 게임이라도 스마트폰, 콘솔, PC 등 플랫폼에 따라 전달 방식과 서사의 구조가 달라지고, 더 나아가 동일한 플랫폼과 장르일지라도 타겟 이용자에 따라 스토리의 방향성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세상의 취향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다양화되는 만큼, 대상을 탐구하는 데에는 데이터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감각과 통찰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정말 재미없는 스토리를 읽더라도 그것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일은 인간에게 쉽지 않지요. 하지만 AI는 그런 순화된 표현을 그대로 학습하고, 그 안의 맥락까지 믿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삼체'에 나오는 외계인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거짓말’ 때문이라는 설정처럼, 인간이 완전히 솔직하지 않다면 AI가 이해하는 다양성은 현실과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대중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스토리텔링은 가능하겠지만, 특정 타겟이나 개인의 취향에 깊이 닿는 서사를 구현하는 것이 아직 AI에게는 어려운 영역이 아닐까요?"

3. 인간의 역할과 개입

- AI 활용, 기존 관리자나 디렉터 역할과 닮아있어

1. 정확한 프롬프트를 통해 AI를 훈련할 때, 가장 인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인간적이다’라는 표현을 ‘논리적이지 않거나 주관적인 상태’로 이해해 본다면, AI가 실수했을 때 인간의 대응 방식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지요. 틀린 답이 나왔을 때 그걸 단순히 무시하고 다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내 프롬프트가 무엇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는지를 고민할 수 있어요. 그 실수를 기반으로 원하는 답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태도는 오히려 인간적이고 유연한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정해진 절차보다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인간 고유의 사고 흐름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2. AI 스토리텔링에서 오히려 인간 작가가 더 배우거나 개선해야 할 지점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앞서 언급한 단점과 연결되듯, AI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내용을 기반으로 응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인간 작가는 때때로 어떤 주제에 꽂히거나, 주관을 밀어붙이는 일도 있지요. 그 결과가 좋은 창작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단순한 고집으로 흐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AI처럼 무리하지 않는 방식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3. 앞으로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스토리를 만들 때, 가장 이상적인 역할 분담은 무엇일까요? 

"작가님의 저서 '4줄이면 된다'에는 '뼈 글' '살 글' '옷 글'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각각의 내용 안에서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뼈 글'이라면 기본 뼈대에 대한 구성은 인간이 정한 뒤 AI에게 사례를 찾아보게 해서 검증을 하고 '옷 글'이라면 이 뼈와 살에 맞는 제안을 AI에게 여러 개 받은 뒤 그 안에서 인간이 구체화해야 할 것 같아요. 중간에 빠진 '살 글'은 작품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AI와 계속 상의하고 검증을 하며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향후 인간 작가에게 기대되는 새로운 능력이나 감각이 있나요?

"저는 게임 개발 디렉터로 오래 일했는데, AI 활용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성을 잡고, 어떤 일을 직접 할지 혹은 어떤 부분을 맡길지를 판단하는 감각이 중요하지요. 결국 AI 활용은 기존 관리자나 디렉터의 역할과 닮았습니다. 게임 개발이 아니라면 공장 생산 라인의 관리자와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4. 실무 경험과 협업의 미래

- "작업시 막막했던 상황, AI 조언이 도움 됐죠" 

목원대학교_E스포츠

1. 경험상 AI 스토리텔링이 가장 빛났던 순간을 떠올린다면요?

"게임 관련 작업을 하다 보니, 하나의 사건을 20명의 시점에서 풀어내는 스토리를 쓴 적이 있습니다. 누구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이야기의 완성도와 재미가 비슷해야 했기에 균형 잡기가 중요했지요. 하지만 시간 흐름이나 대사 오류, 캐릭터 간 구분이 모호해질지 걱정이 되더군요. 이럴 때 AI에게 각 캐릭터의 감정 타임라인을 정리하게 하거나, 논리적 오류를 점검받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정 캐릭터의 플레이 타임이 부족하다는 점이 발견되어 현재 내용 안에서 구성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끼워 넣을 만한 짧은 에피소드를 제시하게 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확인하면 검증을 잘할 수 있을지 의견을 구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막막한 상황에 조언을 구하는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집필하는 상황보다 그 이전 혹은 이후에 검증할 때가 더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그런데도 인간 스토리텔러의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첫 번째는 뾰족한 대상을 타겟으로 하는 경우겠지요. 두 번째는 다양한 제약과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일정이나 비용, 혹은 감정과 트랜드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하겠지요. 주관과 문화, 그리고 현실 감각이 필요하니까요.

세 번째는 최근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인데요, 정치와 범죄가 결탁하는 이야기가 뻔함에도 의외로 재미있게 다가오더라고요. 하지만 비슷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면, 같은 이야기라도 지루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요즘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을 말하는 줄임말) 콘텐츠에 점점 피로감을 느끼는 현상도 마찬가지이지요. 이처럼 맥락과 시의성을 바탕으로 같은 콘텐츠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감각은 인간만의 특징이라 생각합니다."

한성대학교

3. 저 같은 인문학 기반 작가와 협업할 때, 가장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오랫동안 게임 개발을 해왔고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은유나 비유, 감정을 다루는 부분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게임 시나리오는 명확한 목적과 행동 유도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감성적인 서사나 표현은 늘 고민되는 영역입니다. 이런 부분은 인문학 기반의 접근이 더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4. 향후 꿈꾸는 AI와 인간 작가 간의 이상적인 협업 프로젝트가 있나요?

"크래프톤에서 출시한 ‘언 커버 더 스모킹 건’은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AI 스토리텔링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작가가 세계관과 핵심 구조, 주요 이벤트 대사만 설정해 두고, 그 외의 인물 대사는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며 유저와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기존처럼 정해진 대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채팅처럼 직접 입력하면 AI가 이에 맞춰 반응한다는 점에서 AI 스토리텔링의 미래 가능성을 체감하기에 정말 훌륭한 사례이니,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 그가 이렇게 거침없을 수 있는 이유는, 창작자로서 ‘자신의 것’을 단단히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였다. 대중이 좋아하는 콘텐츠라면 자신도 그것을 좋아질 때까지 경험해 본다는 그는 최근 성공한 콘텐츠로는 BL을, 실패한 콘텐츠로는 쇼츠를 꼽았다. 대중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몰아가는 태도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앞으로도 쏟아낼 수 있을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다음에는 어떤 콘텐츠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