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강릉 해변서 펼쳐진 박정자 대배우의 생전 장례식

- 공개 부고장 띄운 박정자 배우...영화 엔딩 촬영으로 생전 장례식 진행 -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 명은 그의 가는 길을 배웅했다

2025-05-26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강릉) = 5월 25일 강릉 사천진리 바다 순포 솔숲에서 박정자 대배우의 생전 장례식이 축제처럼 거행됐다.

배우인 유준상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엔딩으로 촬영되는 장면이지만 박정자 배우의 지인 100여 명이 만장을 들고 생전 연극 외길을 걸어온 노배우의 극락왕생을 비는 마음으로 미니어처 상여의 뒤를 따랐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종규 삼성박물관장, 탤런트 강부자 이묵원 부부, 소리꾼 장사익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강릉까지 동행해 가는 길을 배웅했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비롯해 연극계에서도 남명렬 박지일 손봉숙 오지혜 정경순 배우 등이 함께했다.

필자는 이번 행사를 기획한 강릉의 박용재 시인의 안내로 이틀 중 일요일 촬영 행사에 참석했다.

83세의 박정자 배우는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란 공개 부고장을 띄웠다. 유니크한 삶을 살아온 그는 평소 엄숙한 장례식보다 축제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영결이기를 소망했다.

마침 이색적인 인생 영화를 촬영 중인 유준상 감독과 의기투합해 생전 장례식의 염원을 현실로, 그것도 축제처럼 이룬 것이다.

배우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 것일까. 촬영 시간만 3시간이 넘었지만 바닷가 찬바람 모래 위의 박정자는 지치기는 커녕 갈수록 신명이 솟구쳤다.

지인들의 만장 행렬이 뒤따르자 너울너울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가 하면 조문객들과 소풍 온 듯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누구도 애통해 하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밝은 표정으로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사이를 날아오르는 자유로운 영혼에 손을 흔들어 주었다.

조문객들이 든 만장에는 박정자 배우가 출연했던 연극과 영화 작품의 제목이 쓰여 있었다. 필자는 '이어도' 깃발을 만장처럼 흔들었다.

기획자인 박용재 시인에 의하면 가상의 부고장, 가상의 장례식이었기 때문에 조의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실제로 조의금을 낸 지인이 있다고 했다.

박정자 대배우는 그 조의금의 일부를 원로연극인들의 모임인 대학로연극인광장(대연장)이 주관하는 박정자연기상 기금으로 희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