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 外

- [비평연대]김성신·김미향·맹준혁의 500자 서평

2025-06-27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김윤담 지음, 다람, 2024)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는 가정 내 정서적 학대를 다루고 있는 에세이다. 저자가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 모든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담고 있다. 정서적 학대 속에서도 부모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엄마를 향한 미움과 사랑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고 번민했던 딸의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엄마와 함께 있으면 자꾸 죽고 싶어져서, 자꾸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살기 위해 결혼했고 그렇게 도망쳤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해결되지 않았단다.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 것이다.

저자는 엄마로부터 도망쳐야만 했던 이유를 매일 밤 울며 적어 내려갔던 건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천륜 끊은 자식’이 아니라 그저 ‘정서적 학대로 자란 아이’일 뿐이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자신의 세상 안에 갇힌 엄마를 딸의 힘으로는 조금도 바꿀 수 없으니, 그런 엄마를 그 자신으로 살게 두고, 자신은 ‘나’로서 살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엄마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소통은 물론 관계까지 완전히 단절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판단이 결국 옳았음을 확신하며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정서적 학대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죄책감을 강요할 수 없다. 부디 아픈 기억을 품은 채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관계가 곧 존재일 수는 없다. 관계는 나를 위한 것이어야지, 내가 관계를 위해 존재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한 인간이 독립적 주체로써 홀로 서가는 과정을 극적인 장면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비평연대가디언즈)

김성신<br>

■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 2021)

이 그림책은 저자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한 편의 시처럼 풀어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시인으로, 이 그림책이 그의 첫 어린이책이다. 그는 말을 더듬는 자신의 경험에 천착하여 이미 시집 '바보(Blert)'를 출간한 이력이 있다. 캐나다 시문학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캐나다 라트너 문학 신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화자는 매일 아침 낱말들의 소리에 둘러싸여 잠에서 깨어난다. 소나무의 '소'는 발음되지 못한 채 '스-'로 남을 뿐이다. 까마귀의 '까'는 발화되지 못해 공기 중의 '끄-'로 채워질 뿐이다. 그래서 미처 다 말할 수 없는 낱말들의 소리에 둘러싸인 화자의 하루는 "돌멩이처럼 조용"하다. 학교에선 늘 "말을 할 일이 없기를 바라"고, 행여 선생님이 발표를 시켜도 화자는 맘처럼 말할 수가 없다.

화자의 아버지는 기운 빠진 화자를 데리고 강가로 간다. 거기에서 아버지는 화자를 도닥인다. 아버지는 화자가 입을 열 때 스며 나오는 달빛을 보는 사람이다. 넌 저 강물처럼 말하는 아이라고, 아버지는 가만히 화자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때, 화자의 두 눈은 번쩍 뜨이고 첫 장처럼 6칸으로 나누어진 그림과 네 칸으로 나누어진 글자들이 등장한다. "물거품이 일고 / 굽이치다가 / 소용돌이치고 / 부딪"친다. 벌거벗고 강물 속을 유영하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속이 탁 트이게 아름다운 시드니 스미스의 터치가 자유롭다.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캐나다 총독 문학상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퍼블리셔스위클리 올해의 그림책, 커커스리뷰 올해의 그림책 등을 수상한 작가답다. 그전까지 시종 어둡던 그림의 톤이 빛처럼 환해진다. 그 뒤, 마침내 화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된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위축되어 있는 자녀의 기운을 따스하게 북돋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터치감이 살아 있는 그림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터치하고, 시적인 문장들은 어른 독자가 읽어도 손색없다.

어쩌면 수많은 어른들 역시 화자처럼 대체로 말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문이 막힌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말하기는 여전히 두렵고 삶은 아직도 무겁다. 거의 모든 면에서 어른들 역시 유창하지 않다.

굽이치고 부딪치는 강물을 바라볼 것. ‘나’는, 그리고 삶은 저 강물과도 같다고 느껴볼 것.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레 꾸준히, 흘러가는 대로, 더듬거리며, 그저 가볍게 살아낼 것.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읽다보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이,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김미향<br>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마크 그레이엄, 제임스 멀둔, 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2025)

현재 우리 앞에는 두 가지 낭떠러지가 있다. 첫째로 AI로 인해 내가 추출되거나, 둘째로 AI를 사용하지 않아 내가 도태되거나. 솔직히 이미 AI를 사용하지 않고 회사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눈앞에 보이는 굉장한 생산성을 포기하고 업무에 나를 갈아 넣어야 한다. 특별한 뜻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길을 택할 사람은 드물다. 물론 새로운 지옥은 모든 사람들이 이 생산성이 익숙해지는 순간 펼쳐질 것이다.

이미 우리는 챗GPT 같은 도구가 돌아가는데, 케냐나 우간다의 데이터 라벨러들이 시급 2달러도 안 되는 임금으로 착취당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데도 생성형 AI는 그것이 하나의 헤프닝인 것처럼 버젓이 우리 사회에 침투하는 중이다.

기계를 바꾸지 않으면, 기계가 우리를 바꿀 거라는 이 책의 얘기에 거의 다 동의하지만 현실적이라고는 차마 말 못 하겠다. 다만 인문 교양서의 결론이 현실적인 경우는 잘 없으므로 지금 딱 읽기 좋은 교양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변화는 시작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다. 현재 상황에 관한 대안을 내놓기엔 모든 게 다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맹준혁 / 출판편집자·콘텐츠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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