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피아골’(1955)과 배우 노경희·이예춘·허장강·김진규·윤왕국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8)] - ‘반공 휴머니즘의 걸작’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

2025-06-24     백학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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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은 ‘반공 휴머니즘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휴전 2년 후 본격 빨치산들이 등장하는 영화라는 이유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경희, 허장강, 이예춘 주연으로 김진규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능과 맹목적인 공산주의자들의 최후를 이강천 감독 특유의 리얼리즘 수법으로 날카롭게 묘사한 흑백 반공영화(反共映畵)이다.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 토벌 작전에 참전했던 전북경찰국 공보주임 김종환이 이강천 감독과 함께 빨치산들의 기록과 수기들을 모아 각본을 썼다고 전해진다.

영화 내용을 보면 38선 휴전 이후 지리산의 빨치산들은 토벌대의 끊임없는 추격에 시달린다. 피아골을 본거지로 숨어있는 아가리 부대가 어느 날 경찰지서 일각을 습격했다가 실패한다. 이 과정에서 한 대원이 도망 도중 부상으로 인하여 소총을 버리고 온 사건이 생기고 그 대원은 총살당한다.

이런 무자비한 처사에 대원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문화정치책인 김철수(김진규 분)는 인간 본연의 향수로 고민이 심각해진다. 한편 그의 기품있는 체취에 연정을 품은 여간부 애란(노경희 분)에게 대장 아가리(이예춘 분)가 추근댄다.

이때 피아골도 경찰에게 포위되었다는 정보를 전하러 온 여자대원 소주(김영희 분)가 대원 만수(허장강 분)와 유철(윤왕국 분)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가리의 열화같은 발악. 공포에 사로잡힌 만수는 자기 비행의 폭로가 두려워지자 동료 유철과 달석을 살해한다.

난데없이 쏟아지는 포탄에 만수는 쓰러지고, 철수는 간신히 암굴까지 피신했으나 실신해 버린다. 이튿날 아침 암굴 속에 애란이가 있음을 보고 놀란 철수는 골짜기로 내려가 구명미를 챙겨와 애란이와 나누어 먹으면서 애란의 인간적인 본심을 알게 된다.

누워

여배우 노경희(1929~1995)의 본명은 노숙진. ‘피아골’ 촬영 다음 해, 그 유명한 정비석 소설 ‘자유부인’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저명부인 역할로 출연한다.

배우 이예춘은 해방 이후 ‘현해탄은 알고 있다’‘성춘향’‘지옥문’ 등에 출연한 악역 전문 배우로 이덕화의 부친이다. 선이 굵고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감도는 독특한 개성의 배우로 이름났다.

배우 김진규는 도쿄 우에노 음악학교를 다니다 1944년 가수로 데뷔했다. 이듬해 연극 '살구꽃'으로 처음 연극배우 무대에 선 이래 배우 장동휘 등과 극단 ‘장미’를 창립하여 첫 공연으로 '아름다운 새벽'을 무대에 올렸다. ‘피아골’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영화에 데뷔했다. 이후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끄는 배우로 활약했다.

배우 허준호의 부친인 허장강은 1944년 태평양악극단 소속으로 연극배우로 데뷔해 광복 후 반도가극단(半島歌劇團)에 들어가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예명 ‘장강’(長江)은 연극연출가 겸 영화감독 서항석씨가 ‘뚝섬의 물이 마를 소냐, 기나긴 강물처럼 부디 오래 살고 대성하라’는 뜻으로 붙여주었다고. 1954년 영화 ‘아리랑’의 주연으로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영화가 촬영 중 에피소드 하나. 1955년 촬영 당시는 휴전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리산에 빨치산이 남아 있던 시기. 제작진이 촬영하다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현지 주민이 분장한 배우들을 보고 진짜 빨치산인 줄 알고 '동무들 수고하십니다'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간 일이 있었다고.

‘피아골’로 이강천 감독은 1956년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상인 제1회 금룡상(金龍賞) 감독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