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미망인’(1955)과 배우 이민자·나애심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7)] - 韓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1923~1986) 연출작 ‘미망인’

2025-06-17     백학기 칼럼니스트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6)] '양산도'(1955)와 배우 김승호·박암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영화 ‘미망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인 박남옥(1923~1986)의 연출작이다. 박남옥 감독은 ‘마음의 고향’을 찍은 친구 남편 윤용규 감독의 소개로 영화계에 편집 조수로 입문한 이후 배우 최은희 데뷔작 ‘새로운 맹서’(1947) 스크립터로 일했다. 이후 언니에게 돈을 빌려 ‘자매영화사’를 차리고 첫 작품으로 ‘미망인’을 찍는다.

이 영화는 그래서 제1회 자매영화사 작품으로 이니셜됐다. ‘이웃에 이러한 미망인(未亡人)이 있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딸을 혼자 키우는 여주인공 이신자(이민자 분)는 6.25때 사망한 죽은 남편의 친구 성진(신동훈 분)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성진이 신자에게 애정을 갖기 시작하자 이를 질투한 성진의 처(박영숙 분)는 젊은 애인 택(이택균 분)과 뚝섬 해수욕장에서 밀회를 즐긴다. 그때 뚝섬에서 딸 성주가 물놀이를 하다가 익사할 뻔 했을 때 한 남자가 나타나 생명을 구해준다. 공교롭게 이 남자는 젊은 애인 택이다. 이 일로 인해 신자는 택과 사랑에 빠진다.

‘미망인’은 한국 전쟁 이후 서울의 황폐한 풍경을 배경으로 전쟁미망인이 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의 욕망과 내면을 심도 있게 다룬다.

“오늘 아침에 부인께서 찾아왔어요. 우리 사이를 오해하고 있어요.”라는 신자의 대사에 이어 수표 이만원정을 건네받는 신자의 구차한 일상에서 보듯 미망인의 일상생활을 통해 당시 시대와 사회상의 리얼리티를 그려낸다.

판잣집 단칸방에서 혼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신자는 일요일에 뚝섬으로 놀러 가는데 공교롭게 본처와 랑데부를 즐기는 젊은 남자로 인해 물에 빠진 딸이 살아나고 이를 통해 사랑에 빠지는 묘한 관계의 플롯이 설정된다.

뚝섬에서 젊은 남자와 노는 본처, 그리고 딸과 뚝섬에 놀러 온 미망인, 물놀이 중 위험한 상황에 처한 딸을 구하는 젊은 남자. 이어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미망인 등 플롯이 다분히 만들어진 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캐릭터와 리얼한 연기로 이 부분은 채워진다.

배우 김진규의 전처인 미망인 역의 이민자(1929~1986)는 박남옥 감독과의 친분으로 캐스팅됐으며 ‘과거를 묻지 마세요’ 가수 나애심이 ‘미망인’에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사족을 말하면 이민자는 일본에 건너가 도쿄에서 ‘민자’ 클럽을 운영하며 살다가 56세에 세상을 떠났다.

한편 투포환 선수 출신답게 체력이 뛰어난 박남옥 감독은 촬영현장에서 자신의 갓난아기를 등에 업은 채 ‘레디고’를 외쳤다고 전해진다.

현재 보존된 필름은 후반부 10분 가량의 사운드가 유실된 상태. 한국전쟁 이후 필름과 기자재가 열악한 상황에서 최초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는 의의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아카이브 프리즘 총서 ‘한국영화 100선’에서 이화진은 ‘미망인’에 대해 이후에 제작된 ‘동심초’(1959),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와 달리 여성으로서의 자유의지와 독립적 행보가 두드러진다며 여성의 욕망을 다루는 기존의 관습과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