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진짜 발전이었을까?”...식민지의 빛과 그림자를 다시 묻다

- 서울대 출판문화원, '식민지 근대화의 실상: “반일 종족주의” 비판' 출간 -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 일제강점기의 ‘근대화’ 실상 문제제기

2025-05-07     신향식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최근 전용덕 대구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식민지 근대화의 실상: “반일 종족주의” 비판'(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436쪽)이 출간됐다. 이 책은 2019년 큰 논란을 불러온 '반일 종족주의'에 관한 본격적인 반론서다. 표면적으로는 발전처럼 보였던 일제강점기의 ‘근대화’가, 실제로는 어떤 구조와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하나하나 짚어낸다.

누군가 “일제강점기 덕분에 한국이 산업화되었다”고 말하면 고개가 갸웃해질 수 있다. 기차가 다니고, 도로가 생기고, 공장이 들어선 걸 보면 겉으론 발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발전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고,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가”를 묻는다.

예를 들어 농민들이 열심히 쌀을 지었는데, 일본이 시장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강제로 사 갔다면 그건 자율적인 경제 활동이라 할 수 없다. 게다가 받은 돈조차 ‘강제 저축’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면 그건 거래가 아니라 수탈에 가깝다.

책에서는 이런 예들을 ‘겉으로는 자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제’였다고 분석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강요된 자발성’이라 부른다. 마치 선택지가 두 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쪽으로 몰아가는 구조 속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노동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인이 일본에 일하러 간 것은 자발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로는 낮은 임금, 열악한 환경, 차별적인 대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유로운 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학생들이 학도병에 ‘지원’한 것도 비슷하다. 지원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압박, 장교가 될 수 있다는 유혹, 그리고 “어차피 끌려갈 거라면 지금 먼저 가자”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지원서를 냈다. 이 역시 진짜 자율적 결정이라 보기 힘들다.

전용덕 교수는 경제학자로서 이 모든 과정을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으로 바라본다. 자유로운 거래, 법 앞의 평등, 사유재산 보호 같은 자본주의의 기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단지 도로나 철도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근대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짜 근대화란 단지 건물이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자유가 함께 나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당시 조선인들은 정치적 자유도, 경제적 자유도 거의 누릴 수 없었다. 그 모든 발전은 일본을 위한 것이었고, 조선인은 거기에 동원된 존재일 뿐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비판하려는 목적의 책이 아니다. 과거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오늘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본의 문화나 기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과 ‘일제의 지배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일본과 더 나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라도, 그 시대의 진실을 제대로 아는 일이 먼저다.

무조건 일본을 미워하자는 게 아니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일본을 이해하고, 필요하면 활용하는 태도, 즉 ‘극일(克日)’보다 ‘용일(用日)’의 자세가 지금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식민지 근대화의 실상'은 그런 균형 잡힌 시선을 갖는 데 꼭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