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양산도'(1955)와 배우 김승호·박암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6)] - '하녀' 시리즈 김기영 감독의 초창기 연출작 - 사실주의 기법에 기초...'김기영식 개성' 담긴 작품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5)] '마음의 고향'과 배우 최은희·석금성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시인 겸 영화감독) = 영화 '하녀' 시리즈로 유명한 김기영 감독의 '주검의 상자'에 이은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이 '양산도'다. 이 영화는 초창기 김기영 감독의 스타일을 심도 있게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설화로부터 소재를 가져온 '양산도'는 개봉 당시 악평에 시달렸으나 독특한 사운드 운용, 과장된 연기 등 '하녀' 이후 본격화된 김기영 감독의 스타일을 부분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 내용은 조선 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두 남자 수동(조용수 분)과 무령(박암) 그리고 한 여자 옥랑(김삼화 분)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한양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진사의 아들 무령은 마을 처녀 옥랑에게 반하지만 옥랑은 이미 수동과 장래를 약속한 사이.
옥랑 아버지와 함께 진사 댁에 갇히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옥랑이 진사댁 아들 무령과 결혼을 약속하자 그 소식을 듣고 수동은 자살한다.
이 영화는 김기영의 영화 뿌리가 사실주의 기법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사회에서나 있었을 법한 계급차별의 벽을 이야기 배경으로 깔고 있으며 인간의 성(性)과 죽음의 관계에 집착하는 김기영 만의 독특한 개성과 취향이 돋보인다.
옥이가 수동의 무덤에 다가가서 둘이 사랑하고 하늘로 올라가는 결말부의 환상은 김기영 식 판타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악한 영화 기술과 테크니컬적 조건 하에서도 김기영식 개성이 한껏 드러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정종화는 ‘충무로 클래식’에서 영화 '양산도'는 90분의 러닝타임을 정확히 삼등분한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한다.
옥랑을 겁탈하려는 무령과 격투한 수동이 김 진사에게 잡혀가 손가락을 잘리는 것까지 초반 30분에 할애된다. 수동 어머니(고선애)와 옥랑 아버지(김승호)는 들판에 냉수만 떠놓고 둘을 혼인시킨 뒤 서둘러 떠나보낸다. 열녀를 모신 사당에서 첫날밤을 보낸 수동과 옥랑은 무령이 보낸 하인들에게 붙잡히고, 그들은 절벽 아래로 수동을 떨어뜨린다. 옥랑 아버지는 수동이 죽었다는 옥랑의 말에 김 진사의 하인 점돌이를 죽이고, 딸과 같이 옥에 갇힌다. 수동을 찾아 나선 수동 어머니가 절벽 아래에 떨어져 있던 수동을 발견하는 것까지가 2막이다.
이어 수동 어머니가 수레에 수동을 싣고 마을로 돌아오는 것이 3막의 시작이다. 천둥, 번개가 치는 밤, 옥랑을 찾아간 수동은 다시 무령과 격투를 벌인다. 수동이 무령을 죽이려던 순간, 무령이 남편이라는 옥랑의 말에 그는 손을 멈춘다. 무령이 초주검이 되어 돌아오자 김 진사는 수동을 잡으러 나서지만, 이미 목을 매 세상을 떠난 후다.
수동 어머니는 수동의 시체를 옥랑의 가마가 지나갈 길 언덕에 묻고, 혼인날 수동 어머니의 칼에 찔린 옥랑은 수동의 무덤까지 기어가 죽음을 맞이한다.
김기영 특유의 인장이 느껴지는 유실된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다. “하늘에서 한 줄기 빛과 함께 수동이 내려와 옥랑과 같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