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의 365건강칼럼] 맨발의 기적, 흙 위에 피어난 연대의 꽃

-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원 513명 산불피해성금 2558만5000원 전달 - 19일 경주 맨발걷기 축제서…“APEC 세계 정상들과 맨발걷기” 제안

2025-04-22     신향식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지난 4월, 경주의 봄바람은 다정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여전히 잿더미에서 숨을 몰아쉬는 누군가의 집을 지나쳐 왔다. 산불은 마을을 삼켰고, 그 재를 치우기도 전에 또 다른 계절이 흘러왔다. 그리고 그 날, 맨발들이 모였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회장 박동창)가 지난 4월 천년고도 경주시에서 열린 ‘APEC 2025 KOREA 경주 성공 기원 K-전국 맨발걷기 축제’에 참석해 경북 산불피해 이웃을 위한 성금 2558만5000원을 경상북도를 통해 ‘사랑의 열매’ 측에 공식 전달했다.

누가 거창한 재단이 움직였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이 돈은 513명의 맨발, 513개의 심장, 513개의 손끝에서 태어난 것이다. 커피 한 잔 대신, 택시비 대신, 손주 간식 하나를 참은 대신, 그 작고 소중한 절약들이 모여 숲을 덮친 불길 위에 다시 연대라는 숲을 피워냈다.

맨발은 이웃의 고통 앞 겸손한 몸짓

맨발은 단순히 신발을 벗은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가장 인간적인 언어이자, 지구에게 드리는 침묵의 인사이며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겸손한 몸짓이다.

신발은 사회적 계급과 직업, 체면과 편견을 감춘다. 하지만 맨발은 그 모든 것을 벗겨낸다.  그 위에는 오직 살갗과 흙, 심장과 대지만이 남는다. 그러니 그날, 첨성대를 지나 월정교를 걷던 700명의 발자국은 건강 도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도였고, 위로였고, 선언이었다.

“우리는 함께 걷겠다. 상처 입은 사람들과, 병든 지구와, 그리고 잊힌 가치들과.”

우리는 너무 자주 손으로만 기부하고, 말로만 위로한다. 그러나 이들은 발로서 나누었고, 피부로서 공감했다. 흙은 속일 수 없다. 가짜는 자국을 남기지 못한다. 진심만이 땅 위에 흔적을 새긴다. 그날 맨발로 걸은 3㎞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만 ㎞의 마음의 거리까지 좁혀놓았다.

어떤 이에게는 ‘기부’였고 어떤 이에게는 ‘치유’였으며 또 어떤 이에게는 삶을 다시 붙잡는 한 줄기 빛이었다.

연대는 발바닥에서 시작한다

불이 지나간 자리에 희망이 자란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우지만, 그 재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는 건 자연의 오래된 법칙이다. 산불이 앗아간 삶 위에 맨발이 새긴 발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마다, 조용히 뿌리를 내리는 희망이 있었다. 불타는 산보다 더 빠르게 자라는 건 따뜻한 마음 하나가 다른 마음에 옮겨 붙는 속도다.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 만약 그 자리에 트럼프, 시진핑, 푸틴, 마크롱, 그리고 빌 게이츠와 팀 쿡이 모두 구두를 벗고 같은 흙을 밟는다면? 그건 외교가 아니다. 시위도 아니다. 그건 인류가 ‘회복’이라는 단어 앞에서 같은 줄에 선다는 선언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발이나 노점상 아주머니, 청소부의 발이나, 흙 위에서는 다 똑같이 아름답다. 맨발로 걷는다는 건, 자연과 손을 잡는 동시에,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트럼프의 발이나 청소부의 발이나 똑같다

바람은 잦아들고, 흙은 다시 말라가지만, 그날의 걸음은 아직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따뜻하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바꾸는 일은 대단한 자격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경주의 흙 위에 남겨진 513명의 발자국은 말했다.

 “아니다. 진심을 가진 발바닥이면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든, 신발을 벗고 흙을 밟아보라. 그것은 당신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오래 가는 문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