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잊혀지지 않은 이름들’ 갤러리 박영 기획展 개최
- ‘6.25’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가족들 겪은 비극과 슬픔 주제 - 6월 31일까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1층 전시실서 - 김범수 심수진 오흥배 이준 전주영 정재철 등 6인 작가 참여
인터뷰365 박현수 편집위원 =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며,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기억을 회복하고 현재를 반영하는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 등 6인의 작가가 전하는 ‘잊혀지지 않은 이름들’이라는 주제의 작품들이다.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은 경기도 파주 소재 오두산통일전망대 1층 전시실에서 갤러리 박영 특별기획으로 ‘잊혀지지 않은 이름들 전(展)’을 열고 있다. 오는 6월 31일까지. 당초 지난해 10월 22일부터 3월 31일까지 일정이었으나 호응이 높아 3개월 연장해 전시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김범수 심수진 오흥배 이준 전주영 정재철 등 6인의 작가가 6.25 전쟁 당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겪은 비극과 슬픔을 주제로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작품 등 약 50여점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이들의 잃어버린 삶과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사회적 다짐을 담고 있으며, 이산가족과 그들의 아픔까지도 넓게 아우르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는 분단의 상처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은 역사 속에서 잊혀져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재조명하며, 이들의 삶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남긴 흔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범수 (설치, 미디어) 작가는 영화 필름에 다양한 역사와 배경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정지된 상태에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차원의 미적 언어를 창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영화필름과 아크릴 박스, LED를 사용해 가로 10줄, 세로 5줄의 총 50개의 아크릴 패널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윤동주의 ‘서시’의 핵심 단어들인 서시, 별, 밤 등을 반복적으로 깜박이게 하며, 윤동주가 시에서 담아내려 했던 자기 반성과 자아 성찰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연출을 통해 6.25 전쟁의 비극을 상기시키며, 납북자와 억류자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윤동주의 순수하고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다짐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고 상처받은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의미로 작품을 완성했다. 김범수의 시그니처 방식인 영화적 이미지와 빛의 변주를 통해, 이번 전시는 역사적 기억을 예술로 재해석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정재철(평면, 회화) 작가는 렌티큘러 렌즈를 활용해 윤동주의 초상을 제작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그는 윤동주의 얼굴을 그린 뒤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위에 물감을 덮은 후 다시 한 번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을 거쳐 두 이미지가 각도에 따라 교차되도록 구현했다. 이를 통해 윤동주의 얼굴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윤동주라는 인물을 현대적인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 작품은 특히 윤동주가 남녘땅에서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만주 땅에 묻힌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그를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김범수 작가의 라이팅 패널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윤동주의 시와 인물을 예술적 맥락에서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데 의미를 더한다.
심수진 (평면, 회화) 작가는 탈북 작가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통스러운 이별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녀의 고향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어촌 마을로,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남다른 경험을 하며 자랐다.
그러나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온 이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순간 고향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다시금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이 경험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주었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통해 그 감정을 표현하게 됐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에서 심수진은 크릭 기법을 사용하여 갈라진 분단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그 안에서 꽃처럼 각자의 삶을 피우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작품은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도 희망을 전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사용된 한지는 한국 고유의 고풍스러움과 투명함, 그리고 찢어지지 않는 특성을 살려 표현되었다. 또한, 나뭇잎을 재해석한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한지와 아크릴, 칼을 결합하여 밑색이 드러나고 비쳐지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오흥배 (평면, 회화) 작가는 최근 작업에서 인간, 자연, 진리 등과의 관계를 주제로 삼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에 주관적 상징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풀어나간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산책로의 돌, 들풀, 장난감, 생활용품 등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종종 무시되는 것들이다. 이러한 일상적 대상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서로 관계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상징과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물망초의 꽃말을 주제로 한 특별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납북자와 이산가족 등에게 자연을 통한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잊혀진 존재들에 대한 기억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준 (설치, 조각)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맹목적인 사랑의 필요성과 그 관계 속에서의 유대감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서로 다른 신체의 일부분이 하나의 인체로 합쳐지거나, 인연을 상징하는 실로 연결된 모습을 통해 부모와 자식, 연인 등 다양한 관계에서의 끈끈한 유대감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납북되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과 남아있는 가족들 간의 감정적 유대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남북의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불완전한 신체의 형상은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하며,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완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전주영 (평면, 회화) 작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과 질 들뢰즈의 철학적 담론에 기반한 작업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한다. 특히, 그는 북한의 단절된 현실과 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반대되는 현실 속에서 지속되는 다양한 소통 방식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무의식과 전의식, 타자와의 소통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하여 하나의 공통점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특별작인 ‘스페이스’(space, 2024년 作)는 DMZ(비무장지대)를 모티브로 제작됐었다. DMZ는 오랜 시간 동안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유일한 자연 공간으로, 겉으로는 평온하고 잔잔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끊임없는 긴장이 존재하는 장소다. 전주영 작가는 북한과 남한에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DMZ의 공존을 포착하며, 이는 우리 삶의 이중성을 반영한다.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수많은 갈등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DMZ의 풍경은 내면의 긴장을 담고 있다.
갤러리 박영 안수연 대표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며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두 명의 탈북 작가가 참여했다. 그들이 느끼는 물망초의 뜻과 결부하여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캔버스에 녹아 있는 그림들이 선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