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 365칼럼] 고대 그리스 신들의 속삭임, ‘하프’를 아시나요?
- 음악의 신 아폴론이 즐겨 연주...“하프 선율 흐르면 전쟁도 멈춘다” - 하프의 매력 속으로...하피스트 박수원 독주회, 내달 12일 오후2시 예술의전당서 개최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우리는 흔히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익숙한 악기들에 둘러싸여 자란다. 그런 가운데 ‘하프’는 어딘지 멀리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낯설고 고전적이며, 오케스트라의 무대 한쪽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우아한 실루엣. 하지만 그 정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하프는 실로 깊고 다채로운 언어를 가진 악기다.
“물이 흐르는 소리 같아요”,
“천사들이 속삭이는 것 같아요”,
“아무 말 없이 위로받는 기분이에요.”
하프의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달라진다. 감정은 정확한 단어로 붙잡히지 않지만, 그 울림은 분명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린다.
하프는 줄을 뜯는 악기다. 활도, 건반도 없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곧 연주자의 마음이고, 그 마음이 줄을 타고 공기 속으로 퍼져나간다. 그렇게 울리는 소리는 물방울처럼 맑고, 동시에 바람처럼 자유롭다.
그 형상은 삼각형을 닮았다. 마치 하늘을 향해 세워놓은 투명한 계단 같다. 하프의 줄은 보이지 않는 음계의 사다리이고, 연주자는 그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소리의 구름 위를 걷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하프를 ‘신들의 악기’라 불렀다. 음악의 신 아폴론이 즐겨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하프의 소리가 닿는 곳엔 전쟁도 멈추고, 신들의 마음조차 가라앉는다고 했다. 그 신화를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 건, 하프의 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 고요한 설득력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이런 고대의 악기를 듣는다는 건 어쩌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아주 아름다운 연결일지도 모른다. 기술과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손끝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하프는 충분히 특별하다.
더욱이 이 악기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한 구성원일 때는 섬세한 배경이 되고, 독주 악기로 설 때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고요하게, 그러나 강하게 전달한다. 때로는 시(詩)처럼, 때로는 기도처럼, 때로는 잊고 있던 기억처럼—하프의 선율은 다정하고도 단단하다.
국내에서도 하프의 매력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이름은 하피스트 박수원이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수학하고, 수많은 연주회와 콩쿠르에서 자신만의 울림을 만들어온 연주자다. 지금은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단정한 음색 속에 숨겨진 깊은 호흡, 화려함보다는 진심이 묻어나는 연주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만약 지금까지 하프는 나와 무관한 악기라고 생각해왔다면, 이 봄에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박수원의 독주회 같은 무대에서 울리는 하프의 선율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 당신은 아마 깨닫게 될 것이다. 이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을 다정히 두드리는 ‘속삭임’이라는 걸.
하프는 듣는 이에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