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싱잉로드·크리틱·언더독 마인드外
- [비평연대] 김성신·김재훈·서민서·정수빈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 싱잉로드(김형균 글 그림, 이든하우스, 2025년 출간예정)
‘포레스트 검프’의 시나리오는 영화가 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유니버셜 영화사의 창고에 처박혀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시나리오가 다시 발견되었고 파라마운트에 팔리면서 영화가 된다. 윈스턴 그룸의 원작 소설이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기까지는 무려 8년이나 걸렸다. 5,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포레스트 검프’는 무려 6억 8,31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시대를 너무 앞선 탓에 평가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마치 틀렸거나 부족한 무엇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오래된 더미 속에서 종종 어마어마한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위대한 작품은 힘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살아 언제고는 존재감을 드러내고야 마는, 그런 생명력 말이다.
나는 이 책 ‘싱잉 로드’에서도 스스로 발산하는 뜨거운 생명의 힘을 느낀다. ‘이게 영화가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오직 한국인만이 쓸 수 있는 이 스토리가 영화가 되면 세상의 변화와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까?’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젊은 영화인이 쓰고 그린 이 책은 즐거운 궁리까지 한가득 안겨준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비평연대)
■ 크리틱(서울대 건축학 교실의 열린 수업) (김지우 지음, 학고재, 2018)
"크리틱이란 예술 분야에서 작가가 여러 사람 앞에 작품을 공개하고 비평과 조언을 듣는 것, 또는 작품을 평가하는 비평가나 평론가를 말한다." _ 책 속에서
건축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것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을까? '서울대 건축학 교실의 열린 수업 크리틱'은 5년제인 건축학과의 마지막 종지부인 졸업 작품을 내보이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드는 학생들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SITE/주제 – Developing – Mid Critic & Feedback – Prepare Last critic - FINAL
건축학 학생들의 종지부인 ‘졸업설계’의 과정이다. 1~4학년까지는 주제와 SITE, 즉 장소를 정해줬다면 졸업설계는 맨땅에 헤딩, 포괄적인 큰 주제만을 주고 제로에서 시작한다. SITE를 먼저 정하고 주제를 후에 정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내가 설계해 보고 싶은 주제를 먼저 정한 뒤 그에 적합한 SITE를 선정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방향을 잡고 열심히 디벨롭을 해서 중간 크리틱까지 넘어 무사히 최종까지 가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건축학과 메인 과목 '설계 스튜디오'에서 5학년 졸업 작품을 위한 교수님과 학생 간의 1대1 크리틱 현장의 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동시에 읽는 독자는 크리틱 현장에서 관찰 하는듯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표현이 아주 좋아요, 평면에 힘이 없다는 것만 빼고요','그래도 입면을 닫고 정리가 되면 잘될 것 같아요' 교수들의 크리틱에는 절대 '칭찬'만 존재하지 않음을 말한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교수의 크티틱을 각각의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 것인가? 궁금하게 만든다. 단순히 '건축학은 이런 수업을 들어요.'가 아닌 '설계의 난제'를 맞이하는 학생들의 일상과 생각들을 보여준다.
일련의 과정을 지나온 건축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에겐 학생 때의 희로애락의 추억과 '이 문제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나라면 이렇게 진행할 것 같은데’ 다른 관점에서의 건축적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건축학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이면서도 배움의 현장을 간접적으로 생생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담았다. 제목처럼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학생의 작품들과 나 스스로를 크리틱 해보길 바란다. (김재훈 /건축설계·공간디자인·비평연대)
■ 상실의 기쁨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3)
몸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감각하는 최초의 통로이자, 평생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애증의 친구다. ‘수족이 잘리다’, ‘눈멀다‘ 같이 신체 훼손에서 나온 인용구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너무나 익숙해진 일상의 몸이 기능을 잃을 때의 무력함과 답답함은 한 사람의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건강한 사람들은 무리 없이 기능하는 몸이 영원할 거란 환상을 가지고 살다, 불현듯 필연적으로 닥쳐올 노화를 느낀다. 그럴 때면 “너는 눈과 귀 중에 뭐가 더 소중해? 둘 중 하나를 잃는다면 어쩔래?” 같은 선택 게임을 하곤 한다. 상실의 공포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유의화다.
책의 저자는 더 이상 이런 대화가 놀이가 아니게 됐다. 뇌졸중으로 하루아침에 한쪽 시력을 잃고, 나머지 한쪽도 언제 기능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 저자는 시력 상실 이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이야기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상실된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극복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고자 발악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상실에서 한발 나아가 타인의 상실에도 가닿으려 한다. 한쪽 눈이 감기면 타인의 상처를 보는 다른 눈이 뜨인다. 그리고 그 상실을 서로 저울질하며 불행 대결을 하지 않고, 느슨하게 공감과 연대를 하는 것. 자신의 고통만 전시하거나, 타인의 상처를 값싸게 연민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귀하다.
상실로 인해 삶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보는 이야기. 사실 클리셰 중에서도 닳고 닳은 클리셰다. 저자 역시 자조적으로 책의 내용이 진부한 클리셰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클리셰는 진실의 아주 가까운 친척이고, 통찰의 보급형 유사품이라고. 상실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며 지금껏 내가 겪은 상실과 앞으로 다가올 상실을 가늠해 본다. 저항하지 않고 순하게 받아들이길 바랄 뿐이다. (서민서 / 출판마케터·비평연대)
■언더독 마인드 (정영한 지음, 웨일북, 2023)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말 못 할, 아니 말을 안 하고 살아갈 뿐이다‘
’타인의 일기장을 살펴본다면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 한 책이다. 춤추는 아나운서, 클럽하우스(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의 Siri 등의 타이틀로 이름을 알렸던 정영한 MBC 아나운서. 순조로운 항해만으로 그의 삶을 살아왔을 것 같지만, 이 책에는 6평 단칸방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언더독(under dog)이란 이길 가능성이 적은 선수나 팀을 가리키는 말로, 자신이 가진 결핍을 ’어떻게(how)‘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낼지에 대한 것을 일컫는 단어가 ’언더독 마인드‘이지 않을까 한다. 그만의 언더독 마인드를 활용해 결핍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용기를 실행의 시발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밀리의 서재 기준(2025.02), 이 책을 서재에 담은 회원과 자기계발 분야에서 모두 20대 여성이 가장 즐겨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마 고민이 가장 많을 시기에 ’나다움‘을 찾고, 헤매고 있는 삶에서 우뚝한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해서가 아닐까.
그런 이들에게 그가 추구하는 문구이자 전하는 메시지가 있으니, “’의아함‘은 그들의 몫, ’언더독’은 나다운 걸 한다”이다. 책을 통해 온전한 나만의 방법으로, 나다운 것을 해낼 수 있는 삶을 살아보길 바란다. (정수빈 / 서평칼럼니스트·비평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