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인공인간’과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상상’...조엘 폼므라 ‘이야기와 전설’

[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 - 몰리에르상 9회 수상에 빛나는 프랑스 극작가⸱연출가 조엘 폼므라의 첫 번째 내한 공연 - 2020년 초연작⨉몰리에르상 4개 부문 노미네이트 - 2024년 LG아트센터 서울 기획공연 CoMPAS 24 시즌 프로그램

2024-12-29     주하영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대, 인간이 기계와 결합하는 “사이버네틱 생물, 이른바 사이보그”가 될 지점에 대한 최초의 예측은 1993년, 미국의 SF 작가이자 수학자, 컴퓨터과학자인 버너 빈지의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에세이에서 출발했다.

빈지는 정보 기술이 진보하는 경이로운 속도에 주목하며, 1993년을 기준으로 ‘30년’이 되는 2023년까지 “기계가 사람의 지혜를 능가하는 초월적인 지성을 획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11월 30일, 인간 사용자와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거대언어모델인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했다. 이후 챗GPT는 세 차례에 걸친 성능 업그레이드를 이어갔으며, 2024년 9월에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는 기존의 생성형 AI와는 다른 “추론 가능한” AI 모델을 공개했다.

'박태웅의 AI 강의 2025'에 따르면,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답을 하는 AI의 반응은 현재 사람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빠른 속도이며, 스마트폰과 PC에서 구동되는 소형 인공지능들은 곧 “충실한 개인 비서”가 되어줄 즈음에 이르렀다.

박태웅은 “AI는 향후 1~2년 안에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형태”를 갖게 될 것이며, 로봇과 AI의 결합이 “몸을 가진 AI”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1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현대 프랑스 연극계의 대표 연출가”이자 “몰리에르상 9회 수상 극작가”에 빛나는 조엘 폼므라(Joel Pommerat)의 첫 내한 공연이 있었다.

폼므라의 다른 작품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 창작진에 의해 국내에서 공연된 적은 있지만, 폼므라가 직접 연출한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한국을 찾아 관객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폼므라는 2019년에 집필한,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 속에 기계와 공존하게 될 미래의 청소년들을 상상한 작품 '이야기와 전설(Contes et Légendes)'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자아 형성과 정체성, 관계맺음, 사랑과 죽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자 했다.  

폼므라의 '이야기와 전설'은 프랑스의 저명한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철학자인 장-가브리엘 가나시아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2016년에 집필된 책 '로봇과 함께'(원제:En compagnie des robots)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과 로봇은 공존을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에서 촉발된 상상인 만큼, 연극 '이야기와 전설'은 로봇이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게 되고 반려동물에 빗댈 수 있을 만큼 “강한 애착을 형성”하게 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 어떤 사회 문제와 정체성 형성의 혼란이 찾아올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을 담고 있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폼므라는 프로그램북을 통해 프로젝트의 시작은 “어린 시절”이었음을 언급하는데, “자아를 형성하고 만들어가는 시기”인 10세 이후의 청소년기가 “인간형 로봇”과 함께 일상을 영위하는 “미래사회”에서 어떤 위기를 맞이할 것인지, 어떤 일상의 사건들과 마주하게 될 것인지를 궁금해한다.  

폼므라는 “로봇은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만 유효”하다는 가나시아의 말을 인용하는데, 이는 “인공적으로 인간적인” 로봇의 정체성이 “자연적으로 인간적인” 우리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은 ‘인간’이 아닌 ‘기계’일지 모르지만, 기계와 기술을 창조한 인류의 특성, 즉 우리가 역사를 통해 구축해 온 ‘인간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공감과 연민, 소통의 모범을 보이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 격려를 제공하는 교육의 주체가 ‘부모’가 아닌, “인공 인간”이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존재가 다른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될 때, 아이들의 정체성에는 무슨 일이 발생할까? 

연극 '이야기와 전설'은 11개의 짧은 파편처럼 펼쳐지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폼므라는 “인생의 가장 도전적인 시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사춘기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이 인간을 닮은 외모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감정적 반응과 살아있는 존재처럼 성격을 형성하는 ‘인공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일화들을 나열한다.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성을 향해 거친 언어를 쏟아내는 10세 소년 두 명의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야기와 전설'은 로봇 혐오와 젠더,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 사랑이라는 감정의 혼란, 가짜 관계와 진짜 관계의 구분, 노동력의 대체, 기억의 상실과 죽음의 문제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도록 관객들을 상상의 ‘미래사회’로 이끈다.  

폼므라의 “파편들로 구성된 모자이크 구조”는 영화에서 장면이 전환될 때 검은색으로 화면이 변하면서 장소의 변화나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게 되는 ‘페이드 투 블랙(fade to black)’ 기법에 비유되는데, 폼므라만의 두드러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르푸앙(Le Point)'과의 인터뷰에서, 폼므라는 파편적인 에피소드의 나열이 “처음에는 하나의 긴 플롯을 구성해야 하는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택한 시도였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하는 선택”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장면과 장면은 서로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지만, 특정 상황 속에 놓여있는 인물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각 상황이 품고 있는 사회⸱정치적 맥락이나 철학적 질문, 윤리적 태도, 이데올로기 등을 노출하게 된다.

연극이 “삶의 유동성”과 일상의 “리듬감”을 반영할 뿐 아니라 관객의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짧은 장면들의 이동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폼므라는 '이야기와 전설'을 통해 긴 에피소드와 짧은 에피소드를 빠르게 교차시킨다.

막이 열리면, 여자 로봇을 사람으로 착각하고 성관계를 시도하려다 창피를 당했다는 10세 소년이 폭력적인 비속어를 쏟아내며 로봇을 향한 혐오를 드러낸다. 하지만 20대 초반 여성으로 보이는 존재는 자신이 로봇인지 사람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10세 소년은 또래의 친구에게 사람인지 아닌지 만져보고 오라고 등을 떠밀고, 두 소년이 옥신각신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로봇인지 인간인지 알 수 없는 존재는 다른 20대 초반 여성이 나타나자 곧바로 자리를 뜬다.

욕설과 성적 표현들이 난무하는 짧은 장면의 충격은 당혹스러운 웃음으로 이어지고, 암전 이후 곧바로 전환된 장면에서, 사회자는 객석을 향해 로봇 공학의 발달과 상품화된 로봇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자는 “로봇의 사회적 수용”이 이루어진 지 30년이 되었으며, 현재 ’로비’라는 이름의 교육용 로봇이 8~15세 아이들을 위한 학습 가이드로 “30개국 60만 가구에 판매”되었음을 언급한다.

인간과 닮은 외모를 가져야 할 ‘미학’적 필요뿐 아니라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 또한 이해할 수 있도록 신체적 특징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는 사회자의 설명은 안드로이드 로봇 구현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보행능력과 손동작의 민첩함’이라는 점을 더한다.

자신의 팔다리를 시각화하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수많은 센서를 포함해 여러 기술적 장치의 도움을 받아 인간처럼 걷는 로봇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설명은 걷는 동작을 보여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무대 위에서 팔을 앞뒤로 흔들며 걷기 시작하는 ‘로비’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인간과 로봇의 짧은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전환된 무대에서 ‘로비’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항상 나아지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하는 등 인간과 같은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는 기질 혹은 성질과 관련된 질문이나 친구와 “잘 지낸다”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드러낸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10대 소녀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10가구 중 1가구가 로봇을 소유하는 사회에서 ‘인공 인간’이 “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성격을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말하는 소녀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스티븐’이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 로봇과 더 가까워 보인다.  

타인에게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회에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해 주는 존재와의 관계를 로봇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고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은 에피소드를 통해 구체화된다.

“운명의 상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법이라고 말하는 14세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가 로봇인 ‘스티븐’에게 애정을 느끼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가짜 감정을 진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안정적인 관계를 좋아한다”는 여자친구는 갑자기 등장한 여동생에 의해 남자친구와 헤어질 마음을 품고도 진실을 숨겼다는 사실이 폭로된다.

연인의 관계는 깨지고, 여동생이 언니의 남자친구에게 짝사랑의 마음을 고백하는 막장 드라마와 같은 전개는 관계와 진실, 거짓과 진심에 대한 질문을 불러온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다수의 소년들이 “사회의 여성화”를 염려하는 한 남성에게 “남성성”에 대한 교육을 받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용기와 근육, 힘, 명예는 남성성의 가치이지만 아름다움은 여성성의 가치로 분류되는 기준은 미래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과거 사회로 회귀한 듯 느껴진다.

아버지의 강요와 억압에 의해 교육을 받으러 왔다는 아이들은 굴복하지 않는 ‘전사’가 되는 법을 배운다. 여성성을 드러내는 또래를 향해 공격성을 보이고, 원하지 않더라도 그냥 따라 하는 ‘모방’을 통해 남자답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아이들은 ‘젠더 전쟁’ 속에 자신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고 외친다.

젠더의 갈등과 대립에 대한 주제는 ‘자율작동’을 기본으로 하지만 원칙이 정해져 있고 ‘규범’대로 설계된 로봇에 대한 정보와, 로봇이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을 인지할 수 있는지, 신체적 공격을 당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지, 신의 존재를 믿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짧은 질의응답 장면으로 연결된다.  

폼므라의 <이야기와 전설>은 영국 극작가 카릴 처칠의 2012년 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을 떠올리게 만드는 질문들이 겹쳐지는 특징이 있다. 다음 에피소드는 식구들이 모두 반려로봇을 따로 소유하고 있는 부유한 계층의 집을 배경으로 한다.

2년간 일주일에 4회 수영장 청소를 하러 오던 인간 노동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편지 한 장으로 해고된다. 유지 보수와 관련된 노동은 인간이 하고, 학습을 보조하는 교육의 역할은 기계가 하는 세상은 인간 가족이 비운 집에 반려로봇들만이 남아 테니스 경기를 시청하고, 인간 노동자에게 앉아서 기다리라고 권하는 상황을 낳는다.

에피소드는 또 다른 남녀 청소년의 연애와 젠더의 혼란, 로봇의 역할에 대한 주제로 이어진다. 불우한 결핍 가정에서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엄마 옷”을 꺼내 입은 13세 남자아이의 이야기가 곧바로 펼쳐진다.

엄마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아이 넷과 남겨진 아버지가 어린 동생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큰아들은 아버지를 향해 신랄하고 공격적인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아들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전화한 13세 여자아이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욕설과 함께 분노하면서도, 자신의 어린 동생들은 기필코 자신이 돌볼 것이며, 아버지는 나가서 돈이나 벌어오라고 소리친다.  

아이를 양육하는 역할이 여성인 어머니에게 전가되는 맥락은 다음 에피소드에서도 연결된다. 교모세포종이라는 악성 암으로 인해 3~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는 청소와 빨래, 요리와 같은 집안일을 자신이 죽고 난 뒤 대신해줄 존재로 5년 동안 사용된 중고 로봇 ‘로비’를 선택한다.

‘로비’를 팔려는 아이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로봇을 떠나보냄으로써 부모에게 ‘성숙’을 증명하고, 새로 출시된 로봇을 사는 비용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참을 수 없지만, ‘로봇’이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에 대해서는 “안심이 된다”는 시한부의 어머니는 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장을 관철시킨다.

인간의 ‘죽음’과 존재, 정체성의 문제는 로봇의 ‘기억 삭제’의 에피소드로 연결된다. 인간 사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축적된 기억을 모두 리셋하고 삭제한다는 것은 곧 로봇의 ‘죽음’으로 볼 수 있는가의 질문이 제기된다.  

죽음과 사랑의 주제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통해 또다시 회귀한다. 시한부 투병생활로 고통을 겪어 온 아이는 아이돌 스타가 “공연용 로봇”으로 대체된 세상에서 ‘에디’라는 스타 로봇에 기대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기적적으로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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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어머니는 ‘에디’를 초대해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주지만, 출시된 지 20년이 지나 ‘에디’가 곧 폐기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팬들에 관한 모든 세부적인 것들을 기억하고, 통화 내용, 콘서트에 입고 온 옷과 이름까지 전부를 기억하는 ‘에디’가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은, 기계라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결코 어떤 것도 잊지 않으며, 희망과 사랑을 잃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로봇인 ‘에디’가 평생 만난 모든 사람들의 말과 표정을 기억하는 일이 당연함에도 마치 ‘인간’ 아이돌 스타가 모든 팬들과의 기억을 간직한 것과 같은 ‘감동’을 느낀다.

로봇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청혼을 하지만, 몸이 느끼는 반응은 같은 ‘인간 친구’를 향해 작용하며, 서로를 안고 춤을 추고 키스를 하는 특성은 가변성과 불안, 혼란으로 점철된 인간 정체성의 문제를 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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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극작가 에드워드 본드는 “자신을 이해하라는 말은 자신이 속한 상황을 이해하라는 뜻”이며, “세상이라는 무대의 구조를 이해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폼므라는 로봇과 공존하게 될 미래의 사회 속 사춘기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속하게 될 ‘상황’들을 상상해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인공인간’이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 로봇은 기계이며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로봇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소통과 관계맺음의 방식, 일상생활과 교육을 함께하고 동화되는 일은 인간에게 분명 필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로봇이 삶의 일부가 될 미래의 구조를 이해하지 않으면, 자아를 완성시켜야 할 시기에 놓인 청소년들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정체성과 관계, 가족, 사랑, 계급, 산업까지 침투하게 될 ‘불안’이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물론 2020년에 초연된 폼므라의 '이야기와 전설'이 표현하는 로봇의 기능이나 모습이 2017년에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획득한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에 머무른 듯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 곧 다가오게 될 ‘미래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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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신작 '넥서스'를 통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가 자신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을 만들어내면서 “인류 스스로를 실존적 위기에 밀어 넣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현재에 이른 사피엔스는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를 혁명 앞에서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

폼므라는 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인간이 결국 ‘로봇과 공존하는 공동체’라는 미래 구조 속에서 현재와 조금 다르거나 낯설지 모르지만, 크게 달라질 것 없는 갈등과 혼란에 놓이게 될 것임을 제시한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다가올 것 같은 일상에 로봇이 함께 하는 삶, 그 삶 속에서 인류가 맺는 관계와 젠더, 사랑, 죽음, 기억과 같은 것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그런 미래가 펼쳐질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혼란의 미래가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