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조명가게' 설현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아이돌스타에서 12년 차 배우로..."평가 좋았던 적은 처음" - 디즈니+ '조명가게'서 기이하고 스산한 여성 ‘지영’ 역 맡아 - "'설현 나온다는데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댓글 보고 기분 좋았죠"

2024-12-24     김리선 기자
디즈니+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저를 많이 뒤돌아볼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잘 버텼다!“

배우 김설현이 디즈니+ 드라마 '조명가게'로 알차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활짝 미소지었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명 웹툰의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을 맡았으며, 배우 김희원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작품은 지난 4일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생애 첫 미스터리물에 도전한 김설현은 극 속 조명가게의 수상한 손님 ‘지영’ 역을 맡아 기이하고 스산한 분위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매일 밤 버스 정류장에 홀로 앉아 있거나, ‘조명가게’와 비 오는 깜깜한 골목길을 배회하는 지영의 모습은 극 초반 긴장감과 공포감을 안기지만, 감춰진 사연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과 먹먹함을 안기는 인물이다. 

강풀 작가가 “현장에서 진짜 ‘지영’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인상 깊었다”는 말처럼,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그는 ”평가가 이렇게 좋았던 적은 처음“이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다음은 <인터뷰365>와 가진 일문일답 인터뷰.

어느덧 12년 차 배우....드라마에서 처음 본 내 얼굴 "새로웠죠"

디즈니+

2012년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김설현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2017), ‘안시성’(2018), ‘강남 1970’(2015)을 비롯해, ‘나의 나라’(2019), ‘낮과 밤’(2020), ‘살인자의 쇼핑목록’(2022) 등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2022)로 웹시리즈 시상식 ‘LA웹페스트 2023’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올해 서른. 김설현은 10대에 가수로 데뷔해 화려한 아이돌 스타로 군림했던 시절을 거쳐 이젠 어엿한 12년 차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하며 댓글을 찾아본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후 기억에 남는 칭찬 댓글이 있다면?

”'설현이 나온다는데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을 보고 너무 좋았다. 활동을 길게 했다면 긴 시간이다. 기존 이미지를 싹 지우고 새로운 인물로 보여진 것 같아서 좋았다.”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나?

”극 초반 장면이다. 울고 슬픈 신들은 이전에도 해봤지만, 감정적으로 음산한 분위기의 톤과 정서를 가지고 연기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나올까 기대도 되고 무섭고 두렵기도 했는데, 잘 나온 것 같다. 저도 드라마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새롭게 느껴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성과가 있다면.

“많은 선배님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고, 평가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전보다 더 발전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저한테 못 봤던 얼굴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

- 연기적으로 어떤 점이 더 발전했다고 느끼는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내 연기를 볼 수 없다보니 주관적이었는데, 지금은 전보다는 조금 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긴 것 같다.”

배우 김희원의 첫 연출작...감독과 배우로 만나 

김설현은 김희원 감독과 작품에서 함께 출연한 적은 없지만, '조명가게'를 통해 배우와 감독으로 첫 호흡을 맞췄다. 그는 "연출가가 연기를 같이 고민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감독님은 모든 배역을 다 해보고 같이 고민해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현장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많이 개선해주셨죠. 프리프로덕션도 오래 해서 한 회차도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고 들었어요. 준비도 많이 하시고 현장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좋았죠.”

- 이 작품은 배우 김희원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작품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우연한 기회에 감독님을 뵙게 됐다. 제가 초면에 말을 편하게 하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연기에 대한 질문을 편하게 여쭤봤다. "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배님은 어떻게 연기를 하시나요?" 등의 질문을 많이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좋게 봐주셨는지 며칠 후에 한번 보라며 대본을 보내주셨다. 봤더니 강풀 작가님 작품이었다.”

-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뭐였나.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며 '연기는 가치관이다'고 말씀하셨다. 평소에도 연기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슬픔과 감정에 대한 연기, 연기를 왜 하는가 등등.”

디즈니+

- 시나리오를 보니 어땠나.

“재미있었다. 원작도 읽어보니 역시나 재미있더라.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어서 너무 좋았다. 전개 방식도 독특하고, 처음에는 호러라는 장르로 시작했다가 휴먼으로 풀어지는 게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지영’ 역할도 내가 잘 소화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김 감독이 제작발표회 당시 "촌스러운 시골 여자 같아서 캐스팅했다"고 말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기분은 어땠나.

“감독님께서 제게 따로 하신 말씀이 있다. 제가 대중들에게 그동안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스타 이미지로 보였다면, 이번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배우로 각인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씀하셨다고 하더라. 전 감독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고 있으니 감사했다. 누구보다 제가 잘 되기를 바라고 계시다. 감독님은 본인이 연기 잘한다는 말보다 제가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더 기쁘시다고 하실 정도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 현장에서는 어땠나.

“세세하게 디렉션을 주셨다. 어떤 신은 3초 있다가 걷고, 고개를 15도 올리고 눈 밑을 봤다가 정면을 보고 이런식이었다. 시각적으로 효과를 줄 수 있는 연기적인 디자인 부분도 감독님한테 많이 배웠다. 바느질하는 장면의 경우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지라는 상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그 바느질 신이 왜 필요한지, 왜 그렇게 바느질을 해야 하고, 나중에 어떤 신과 붙었을 때 어떤 의미로 보일 것인지를 찍기 전부터 세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바느질하는 모양새가 사실적이지 않을 수는 있지만,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알았기에 그렇게 움직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비 뿌리자마자 빙판길...강추위로 고생 좀 했죠"

- 지영은 극 초반부에는 귀신이나 연쇄살인범으로 오인할 만큼 섬뜩한 모습처럼 보인다.

“지영이가 '조명가게'의 문을 여는 등장인물인 만큼, 지영이의 외모나 톤, 모습 자체가 이 작품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었다. 화면으로 봤을 때는 생각보다 무섭게 나온 것 같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표현할 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감독님이 지금이 딱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4부까지는 지영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다가 5부에 가서야 밝혀진다. 초반에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게끔 조성해야 했다. ‘저 여자 좀 이상하다, 저 여자에게 걸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1인 2역을 한 것처럼 다른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했던 것 같다.”

- 어떤 캐릭터로 묘사하고 싶었나?

“지영은 많은 전사를 가지고 있지만, 톤도 딱 잡고 가야 하는 신이 많아서 그 톤을 잡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초반부는 비주얼적이나 분위기 조성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톤을 잡고 연기했다. 목소리 톤도 장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제 톤이 곧 드라마 톤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편하게 말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씀주셔서 대본을 수없이 읽으면서 목소리 톤을 결정했다.”

-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을 썼던 부분이 있다면.

“보이는 부분에 있어서 더 신경 써서 연기했다. 배우이신 선배님이 감독님이다보니 보이는 부분에서도 어떻게 하면 감정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배웠다.”

- 매회 어두운 얼굴로 긴 머리에 흰색 옷을 입고 등장한다. 스타일링은 어떻게 완성했나.

“외적인 부분은 웹툰에서 등장하는 인물 같아 보이게끔 노력했다. 옷이나 헤어스타일도 웹툰에 나온 대로 했다. 표정도 웹툰에 나온 장면을 참고했다. 최대한 비슷하게 보였으면 했다.”

- 극 속 지영이는 어두운 골목길, 정류장 앞 등 어두운 공간에서 출연한다. 촬영하면서 무섭거나 외롭지는 않았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영이란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을 땐 어둡고, 외롭고, 공허하고, 쓸쓸한 마음이었지만,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선배님에 많이 의지하다 보니 외롭다는 생각은 못 했다.

촬영하면서 추위 때문에 좀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영하 10도 정도 되는 날씨에 하얀 블라우스와 실크 스커트만 입고 비를 계속 맞아야 하는 신이 많았다. 비를 뿌리자마자 다 얼었을 정도였다. 그다음 테이크를 가려고 하면 금세 빙판길이 돼버려서 바닥에 있는 얼음을 깨고 다시 촬영하기도 했다.”

연인으로 재회한 엄태구..."많은 대화는 없어도 편하게 촬영했죠"

- 영화 '안시성'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엄태구와 이번 작품에서 연인으로 재회했다.

“현민 역할로 태구 선배님이 맡을 것이란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선배님께서도 제가 지영 역을 한다고 해서 좋았다고 해주셨다. 하하. 전혀 친분이 없는 상태도 아니고, 이전에 연인으로 나왔던 적도 있으니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인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배님이 연기에 워낙 진심이시고, 나이스하고 좋으신 분이라는 걸 알기에 현장에서 얼마나 또 재미있을까 이런 기대도 했다.”

- 엄태구가 낯가림이 심한 배우로도 유명한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저와 태구 선배님은 촬영 전까지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는 쪽이었는데, 그게 좀 맞았던 것 같다. 억지로 분위기를 풀려고 대화를 시도하는 게 더 불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서로 더 편했던 것 같다. 굳이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해서 더 가까워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가 보면 저희가 대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는 굉장히 편하게 촬영했다.”

- 현장이 조용했겠다. 하하

“억지로 대화를 시도 안 했다 뿐이지, 밥 먹을 때는 대화 잘했다. 하하.”

- 극 속 지영에게 연인 관계였던 현민(엄태구 분)은 어떤 존재인건가.

“지영에게 현민은 어떤 의미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 가족도 없고 어울리는 사람도 없는 지영에게 현민은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영이한테는 그렇게 중요한 의미였기 때문에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등장인물 중 지영은 현민이가 유일하게 기억을 못 하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해석하기엔 지영과 현민의 사랑은 기울어진 사랑이었던 것 같다. 지영도 그렇게 믿었던 것 같다. 현민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 마지막엔 원망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원망의 감정도 물론 있지만, 지영이는 현민을 살리기 위해 그 먼 길을 달려왔다. 현민을 보내고 나니 허탈함이나 공허함도 있을 것이다. 지금껏 하나의 목표 만을 위해 달려왔는데 그 목표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없어지니까 굉장히 허전한 마음도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현민을 따라가는 장면은 현민에게 화가 나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따라간 것으로 생각한다.”

-지영은 사후세계가 아니라 현실에 남아있는 건가?

“현실에 남아있는 거다.”

- 엔딩 이후 현민의 삶은 어떨까?

“계속 괴로워하지 않을까. 지영을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안 되고 계속 괴로워하는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지영이도 보고 싶어서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아직 작품을 못 본 예비시청자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얘기하자면.

“뒷부분을 모르고 본다면 초반 부분에 궁금증을 많이 가질 것 같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오는 사람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염두해놓고 본다면 후반부 내용을 조금 더 추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생각해 본 적은 딱히 없는데, 상상한 적이 있다. 작품에서 어디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어, 그럼 혹시 여기도?" 이런 생각을 했다. 하하.”

디즈니+

- 올 초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실내 클라이밍과 숏폼에 푹 빠진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도 즐겨하나.

“운동을 좋아해서 지금은 헬스를 하고 있다. 클라이밍은 푹 빠져서 하다 보니 주변에서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말하기도 하고, 근육이 너무 많이 붙어서 안 하고 있다. 숏폼은 계속 보고 있다. 끊을 수가 없다. 하하.”

-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액션도 해보고 싶고, 아직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안 해봤다. 그런 장르 속에 있는 내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직 안 해본 것들이 너무 많아서 뭐든 해보고 싶다.”

- 연말이다. 한 해를 보낸 소감이 궁금하다.

“만으로는 29세지만, 올해 서른이었다. 눈 깜짝하니 벌써 연말이더라. 너무 빠르다. 올해 별다른 목표 없이 '건강하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목표 잘 지킨 것 같고,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인연도 만나고, 연기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고 저를 많이 뒤돌아볼 수 있었던 해였다. "잘 버텼다!"”

- 내년 계획이 있다면.

“다음 작품을 만나면 잘 소화해 내고 싶다. 그리고 더 팬분들과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팬과 소통한 지 오래됐다. 작품으로만 만나게 되니까 기회가 적다. 항상 팬분들한테 미안하다. 그래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찾아만 주신다면 팬 미팅도 언제든지 할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