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가 만난 人] “공중화장실이 왜 ‘공중’이 아니라 ‘땅’에 있어요?”
[인터뷰365] 전광진 성균관대 문과대학 명예교수 - 초등학생 문해력 향상 해결책 ‘신사임당 사자성어 200’ 출간 - “족보는 ‘족발·보쌈세트’…초중고생 문해력 현저히 떨어져 심각 - 초등학교 재량학습·자율학습에 도움…한자 교육 새 바람 기대 - ‘우리말 속뜻 논어’ 등 4대 역작 하나로 묶은 ‘속뜻사전 앱’ 주목 - 조선일보 ‘생활한자’ 칼럼 12년간 3,300회나 연재 대기록 세워
인터뷰365 박현수 편집위원 =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에서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라고 알고 있었다”, “‘사건의 시발점이다’라고 했는데 ‘왜 선생님이 욕하냐’고 했다” 등 교원 10명 중 9명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응답해 화제가 됐었다.
또 체험학습 시간에 학교 인근 공원을 지나가다가 한 학생이 느닷없이 묻는다.
“선생님! 공중화장실이 왜 ‘공중’이 아니라 ‘땅’에 있어요?”
공중(公衆)과 공중(空中)의 차이를 알자면, 한글만으로는 안 된다. 한자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기초 한자를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자를 공교육에서 가르치지 않고, 사교육에만 의존하다 보니, 사교육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박용선 경북도의회 의원은 “우리말을 바르고 정확히 쓰기 위해서는 한자 교육이 필요하고, 교과서에 있는 한자어만이라도 제대로 익히는 게 바람직하다”며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런 시점에서 쉽게 한자 교육을 할 수 있는 해결책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신사임당 사자성어 200’(속뜻사전교육출판사)이 최근 출간됐다.
"한자어 어휘력, 전 과목 성적 좌우합니다"
작고(188×130㎜) 얄팍한(156쪽) 포켓용 책으로 휴대하기 편하고 정가도 5천 원으로 저렴하다. 저자도 눈길을 끈다. 한자의 메카 성균관대 문과대학 전광진(69) 명예교수다. 한자 교육 활성화와 학생들의 문해력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인세(10%)를 받지 않고 펴냈다.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최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먼저 책을 펴내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귀여운 자녀의 공부문제가 가장 큰 걱정일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교과서에 석류알처럼 송송 박혀 있는 한자어를 읽을 줄은 알지만 무슨 뜻인지, 왜 그런 뜻인지 그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자어 어휘력이 전 과목 성적을 좌우한다는 사실도요.”
자녀들만 한자어 속뜻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학창시절에 한자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거나, 학습한 지 오래된 학부모들조차 속뜻을 모른 채 막무가내로 개념만 받아들인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다. 때문에 ‘암기식 학습’을 탈피해서 근본적인 ‘이해식 학습’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다.
책 이름 앞에 ‘신사임당’이 들어간 까닭은 뭘까.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최고액권인 5만 원 권에 영정이 실려 있을 만큼 위대한 인물입니다. 자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아들 이율곡이 조선 중기 최고의 학자가 됐습니다. 자녀 교육 성공을 소망하는 ‘현대판 신사임당’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교육 열망을 담았기에 감히 ‘신사임당’이란 네 글자를 이 책의 제목에 넣었습니다.”
초등학생용 한자책인데 왜 ‘사자성어’를 표제로 삼은 이유를 물었다.
“낱낱 한자를 하나씩 개별적으로 익히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네 글자로 짜인 단어, 즉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읽고 외우면 매우 효과적이지요. 천자문(千字文)이 250개의 사자성어로 구성된 것이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천자문을 보면 되지, 왜 ‘사자성어 200’을 따로 만들었는지 질문했다.
“천지현황(天地玄黃)은 예전의 사자성어입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요. 그래서 ‘십중팔구(十中八九)’로 시작하는 이 책을 엮었습니다. 요즘도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 200개를 초등학교 졸업 전에 차근차근 익혀 두면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공부까지 튼튼한 학업 기반이 될 것입니다. 한자도 알아야 이율곡 같은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한글만 아는 학생과 한자도 아는 학생은 생각의 깊이가 다르고 성공의 높이도 다릅니다.”
책 표지에 수박을 잘라놓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흔히 ‘수박 겉핥기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맛있는 수박을 먹는다는 것이 딱딱한 겉만 핥고 있다는 말로, 사물의 속은 겉만 봐서는 전혀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자어도 수박 같아서 속뜻을 알아야 제대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넣었습니다.”
이 책은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다른 책에 없는 ‘속뜻 풀이’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사자성어에 관해 다른 책에는 ‘양적으로 많을수록 좋음’이라고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많을 다, 더할 익, 좋을 선’이라는 속뜻 훈음에 아울러, ‘많으면[多] 많을수록[多] 더욱[益] 좋음[善]’이라는 속뜻 풀이가 징검다리같이 덧붙여 있다. “이렇게 속뜻, 즉 의미를 알면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속뜻 풀이가 이해력, 사고력, 어휘력, 문해력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 다른 책에 없는 ‘사자성어 짝짓기’(3종)가 부록으로 실려 있다는 점이다. 첫말 짝짓기(68개), 끝말 짝짓기(62개), 끝말잇기(50개)가 소개되어 있어, 사자성어를 보다 쉽고 신바람 나게 외울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한자 공부를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자학습을 자율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은, 초등 한자 교육에 새바람을 일으킬 조짐이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자 교육, 한자학습은 ‘어렵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선생님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일반적인 견해였지요. 낱낱 한자의 자형과 이론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낱말, 특히 사자성어를 중심으로 속뜻을 풀이하다 보면 혼자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의 재량학습, 자율학습, 늘봄학습 등에 자투리 시간이 많아진다. 그때 한자 교육이 학교 단위, 학년 단위, 학급 단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정 학습에서도 한자 공부를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신사임당 사자성어 200’은 한자 교육과 한자 공부에 ‘새바람’이 일고, 학생들에게는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한글 서사학’ 개척자...우리나라 첫 우리말 한자어 전문사전 등 '4대 역작' 펴내
전 명예교수는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NTNU)에서 문학석사를, 국립대만대학(NTU)에서 문학박사 취득했다. 경희대 중어중문학과 조교수 및 부교수,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성균관대 문과대학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중국의 로바족·어윙키족·부눈족·세딕족 등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에 대한 한글 서사체계를 선구적으로 연구하여 ‘한글 서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쓴 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능력 신장을 위해 ‘LBH속뜻학습법’을 창안했으며(2005), 속뜻 학습법 활용을 위한 ‘속뜻사전’(전3종, 2007)을 편찬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선생님 한자책’ (2013), ‘우리말 속뜻 논어’(2020), ‘우리말 속뜻 금강경’(2000), ‘고품격 한국어: 사자성어, 상용속담’(2024) 등 전문 저술(역서 포함) 20종과 학술 논문 50여 편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우리말 한자어 전문사전인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비롯해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 ‘선생님 한자책’, ‘우리말 속뜻 논어’는 전 교수의 땀과 꿈이 영근 4대 역작으로 꼽힌다. 이 네 권을 하나로 묶은 ‘속뜻사전 앱’도 주목받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속뜻사전을 검색해서 다운로드 하면 된다.
전 교수는 대만에서 출판된 중국 언어문자학 분야의 전문 저서 2종은 전 세계 유명 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대학원생 필독서로 활용될 정도로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아 북경대학 대학원 초빙교수로 초청되어 특강을 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생활한자’ 칼럼을 12년간에 걸쳐 3,300회나 연재한 대기록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