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이상우의 인물수상(隨想)·시사칼럼집 ‘긴 생각 짧은 글‘
- 스포츠신문 전성기 이끈 언론인...추리, 역사소설 50여 권 펴내
인터뷰365 김두호 기자 = 최근 각 분야 명사들과 관련된 특기할만한 일화와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된 시사칼럼을 모아 수상록(隨想錄) 형식의 신간 ‘긴 생각 짧은 글’(지식공작소 발행)을 펴낸 언론인이며 작가인 이상우(1938∽ ) 저자는 먼저 활동 이력을 몇 줄 정도로는 소개할 수 없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첫 민간신문은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에서 유래된다. 그로부터 활자 인쇄 신문의 편집제작 형태는 90여 년이 지난 1985년 6월 서울신문에서 창간된 ‘스포츠서울’과 함께 역사적 변혁기를 맞이한다. 스포츠서울이 신문 사상 처음으로 한자 혼용의 세로짜기 신문 편집제작 시대를 뒤엎고 가로쓰기에 순 한글판, 여기에 최초의 컬러면 제작까지 동시에 도입, 실현하면서 언론문화의 일대 개혁기를 열었다.
바로 그 신문 혁신의 사령탑이 한국일보에서 건너온 이상우 스포츠서울 창간 국장이었다.
스포츠서울이 신문 독자들의 반응과 성향을 가장 민감하게 드러내는 가판시장에서 가로쓰기 교과서로 공부한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백만 부 스포츠신문 시대로 접어들자 종합일간신문들도 앞다투어 가로짜기 신문 편집시대로 들어섰다.
본래 말수가 적고 생각이 깊은 성품의 이상우 언론인은 스포츠서울을 제작하면서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쉬지 않고 가동해 추리소설과 역사소설을 꾸준히 발표해 베스트셀러가 된 ‘안개도시’ ‘화조 밤에 죽다’ ‘모두가 죽이고 싶던 여자’ 등 6편의 소설이 영화와 TV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신간 ‘긴 생각 짧은 글’은 오래전부터 ‘공정뉴스’ ‘민주신문’ 등의 매체에 연재해온 저자의 시사칼럼 제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데 이번 수상집의 내용은 모두 102편을 수록하고 있지만 대체로 한 편당 2∽3 페이지 정도의 숨이 짧은 글이다. 그러나 스토리는 생각이 깊고 여운이 긴 간결한 언어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상적이고 잊을 수 없는 명사들과의 에피소드로 이어지고 있다.
“잘난 사람은 많아도 스승은 없다”는 제목을 책머리 제목으로 올려놓고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세상에 대한 우려로 시작한 작가의 글은 1부 ‘잊지 못할 사람들’에서 자신의 대학시절 은사였던 시인 구상 선생과의 추억담을 먼저 풀어놓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 간부 시절 곧잘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고 삼청동을 걸어 한국일보로 제자를 찾아오곤 했다는 구상 시인과 그 시대의 기인 중광스님, 천상병 시인들이 교유한 일화들이 끈끈하게 이어진다. 특히 아들이 죽음을 맞이한 시간에도 대학 강의를 우선한 구상 시인의 생전 인품에 새삼 경외감이 따른다.
한국일보 편집책임자로 시사만화 ‘두꺼비’의 안의섭 만화가와 한 시대를 함께 하면서 풍자만화로 권력의 언론통제에 맞서다가 정보기관에 불려 다니며 나누고 겪은 드라마틱한 체험 일화를 공개하고 일간스포츠 사장 시절 고우영 만화가와 나눈 추억담도 재미있게 등장한다. 미스코리아 행사를 주최했을 때 미스코리아 후보가 탄 차에 동승한 고우영이 고속도로 이동 중 소변을 참지 못하고 사고를 일으켜 미스코리아 후보의 바지를 빌려 입은 일화도 나온다.
언론사 재직 시절 한국일보 부사장, 서울신문 사장직무대행, 국민일보 사장 등을 역임하고 스포츠서울에 이어 스포츠투데이, 굿데이신문을 창간하기도 했던 이상우 작가는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으로 적을 두고 2022년 한국디지털문인협회를 창립,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증권신문사 회장으로 있으면서 시사 칼럼을 쓰는 현역 저널리스트인 그는 주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많아 그들과 함께하며 간직한 뒷얘기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긴 생각 짧은 글’의 2부 ‘잊지 못할 날들’까지는 ‘발바리 추억’의 강철수, 코미디 황제로 일컫기도 한 고 이주일에게 큰 절을 받고 일어난 황당한 사건에서 이장호와 정지영 감독, 수많은 화제의 영화를 제작한 고(故)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 등 영화 연예인을 비롯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고르바초프와 못 이룬 약속’ 등의 추억담도 포함되어 있다.
3부 ‘미래로 가는 길목’, 4부 ‘정치, 꼴도 보기 싫다’, 5부 ‘그래도 과거는 미래를 만든다’에서는 이 시대 사회적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건과 현상을 두고 핵심이 되는 문제점을 냉철하고 깊이 있게 지적한 읽히는 칼럼으로 수록하고 있다.
스포츠신문 전성기를 이끈 대표적인 언론인인 이상우 작가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재기(才氣)와 탁월한 창의력의 사례를 든다면 ‘오늘의 운세’라는 신문의 인기 연재물을 꼽을 수 있다. 스포츠신문 편집국장 시절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오락성 연재물로 등장시킨 것인데 지금은 종합 일간지들도 연재물로 채택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은 장편 역사소설 ‘북악에서 부는 바람’ ‘세종대왕’ 등 6권, 추리소설 ‘악녀 두 번 살다’ ‘컴퓨터 살인’ 등 17권, 단편집 ‘파혼여행’ ‘반달곰은 알고 있다’ 등 6권, 언론 평론과 에세이집 ‘한글신문 연구’ ‘권력은 짧고 언론은 영원하다’ 등 6권을 비롯해 추리평론과 에세이집으로 ‘이상우의 추리소설 탐험’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등 4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