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울려 퍼진 훈민정음 ‘나랏말싸미…’
- ‘노브고로드 한글학교’ 학생들, 한글날 맞아 ‘훈민정음 서문가’ 합창 - 전쟁 중 러시아에서 전하는 평화와 희망의 한글 노래에 가슴 뭉클 - 한국 알기 퀴즈게임, 한복 입어보기, 한국음식 체험 행사도 열려
인터뷰365 박현수 편집위원 = 지난 5일 러시아 벨리키노브고로드의 ‘노브고로드 한글학교’에서 578돌 한글날 기념 노래로 ‘훈민정음 서문가(세종대왕/강순예 작사, 전영준 작곡)’가 울려 퍼졌다.
전쟁의 고통 중에 고려인과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한글학교 학생들의 노래에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간절함과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다.
노브고로드 한글학교(교장 김영호)가 있는 러시아 벨리키노브로고도는 러시아의 탄생지이자 가장 오래된 도시로,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약 530㎞,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 쯤에 자리 잡고 있다.
한글학교 교사들은 노브고로드주의 주도인 벨리키노브고로드에서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역사를 가르치며 재외동포들의 한민족 정체성을 높이며 이 지역에 한국을 알리고 있다.
2009년 이 지역에 한글학교가 처음 설립됐을 때,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고, 고려인 동포들만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협력업체인 ‘DK RUS’가 들어와 현재 한국인은 3~5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측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국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봄부터 현대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철수할 정도에 놓여 실업자 양산 등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도 러시아로부터 비우호 국가에 포함되어 정치, 경제, 문화 등 한·러교류에 재외국민들이 활동하는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러시아 벨리키노브고로드의 많은 사람이 미래가 불안한 때에 노브고로드 한글학교는 지난 5일 한국문화행사를 통해 잠시나마 모두가 즐겁게 함께 웃는 시간을 보냈다. 또한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며 이 지역에 희망과 사랑을 전했다.
김영호 교장은 “매년 해오던 행사지만 특히 한글날 행사를 겸한 이번 ‘2024 추석 행사'는 한국 알기 퀴즈게임, 한복 입어보기, 한국노래 부르기(훈민정음 서문가), K팝, 한국문양 색칠하기, 한국음식과 달고나 체험, 윷놀이와 투호놀이, 제기차기 체험 등을 하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서향정 교사는 “한글학교 학생들은 한국인이라기보다는 거의 외국인들”이라면서 “한국말을 못하는 고려인 학생들이 어려운 ‘훈민정음 서문가’를 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한 자 한 자 읽어가는 모습이 참 대견했고, 노래로 빠르게 배워 선보일 수 있어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아름다운 지구에 전쟁과 폭력과 불의가 사라지고, 모두가 손에 손 잡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훈민정음 서문가’를 만든 ‘해사한’ 대표 전영준(작곡)과 동시작가 강순예(작사) 씨는 “2019년 시작한 ‘지구 한 바퀴 훈민정음 서문가 부르기’가 지구 6대륙을 돌아 올해 5주년을 맞았다”며 “그동안 많은 한글학교가 참여했는데, 훈민정음 서문가가 러시아에서 울려 퍼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전쟁의 두려움과 불안을 딛고 ‘노브고로드 한글학교’에서 전해 온 소식에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을 느낀다”며 훈민정음 서문가에 마음이 끌렸다는 교장 선생님과 관심과 애정으로 진행한 고려인 김플로라, 박이리나, 러시아인 나스쨔, 따냐 교사들, 노래를 잘 불러 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