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원작보다 심리적 특성을 잘 살린 오페라...오페라 '오텔로'

[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 -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마지막 비극⨉예술의전당 2024 SAC OPERA -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2017년 키스 워너 연출 버전 - 현존하는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 카를로 리치 지휘

2024-09-09     주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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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튀르키예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사상가인 메흐메트 무라트 일단은 “고양된 무언가에 속한 느낌을 느끼고 싶다면, 이 세계 너머에 있는 무언가에 속한 듯 느끼고 싶다면, 오페라를 보러 가라”고 말했다.

오페라라는 예술 장르가 음악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충만한 감동으로 무대 위 환상의 세계에 깊이 몰입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연출가이자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오페라 감독을 역임한 카스퍼 홀텐 역시 “오페라는 감정 피트니스 센터와 같다”고 표현했다. 인간이 근육을 만들고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피트니스 센터를 택하듯, 정서적인 단련을 원한다면 강렬한 감정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오페라’를 감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오페라에는 인간의 모든 열정이 표현되어 있다고 말한다. 오페라 속 인물들은 특정한 상황에 직면해 극도로 고조된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그 감정을 노래로 토로한다.

첫사랑의 열병을 호되게 앓는가 하면,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자살에 이르기도 하고, 욕망의 노예로 전락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처벌과 운명, 양심의 가책과 갈망, 욕구와 열정 사이에서 쉴 새 없이 갈등하는 인물들은 구원을 향한 간절한 외침과 고통의 토로, 진실한 고백과 분노의 감정을 음악과 노래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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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의 음악과 ‘리브레토(libretto)’라 불리는 오페라 대본은 서로를 보완하며 인물의 행동과 감정에 열정과 깊이를 더한다. 또, 연출을 통한 무대의 화려함과 상징성은 음악과 대본이 부여한 감정에 어울리는 분위기와 의미를 제공한다.

배역에 따라 소프라노와 테너, 메조소프라노, 바리톤, 알토, 베이스 등 다양한 유형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오페라는 때로는 서정적으로 감미롭게,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강렬한 힘을 부여하며, 오케스트라 음악이 지닌 감정적 영향력과 카타르시스의 효과를 배가한다.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는 관객들의 감정적 연민과 몰입, 정서적 고양을 성취하고, 왜 오페라를 “가장 열정적인 예술 형식”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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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술의전당에서는 2024 SAC OPERA로 기획된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2017년 화제작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Otello)'의 공연이 있었다.

2023년 오페라 '노르마'에 이어 프리미엄 오페라 시리즈로 기획된 '오텔로'의 공연은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2017년 시즌에 초연했던 키스 워너(Keith Warner)의 연출 무대를 그대로 가져왔을 뿐 아니라, “현존하는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라고 불리는 카를로 리치(Carlo Rizzi)의 지휘로 선보인 특징이 있었다.

예술의전당은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기획공연의 취지에 맞게,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성악가들을 캐스팅해 워너 연출의 상징적이고 표현주의적인 무대를 로열 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 그대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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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의 코로나19 확진과 건강상의 이유로 오텔로 역의 테너 테오도르 일린커이가 ‘마르코 베르티’로, 이아고 역의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가 ‘프랑코 바살로’로 교체가 있기는 했지만,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리리코 스핀토 테너 ‘이용훈’이 선보인 동양인 오텔로라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공연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테너 이용훈은 “동양인 성악가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언급하면서,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데뷔 당시에 겪은 인종 차별에 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용훈은 많은 동양인 성악가가 유럽의 오페라 극장에서 오텔로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사실 영국 오페라 무대에서 흑인 테너가 처음으로 오텔로 역할을 맡은 것은 2010년이었고, 로열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흑인 테너 오텔로가 등장한 것은 워너 연출 버전이 삼연을 선보인 2022년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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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연출 버전의 2017년 초연 당시,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오텔로'는 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출연 확정으로 매진 사례를 이뤘지만, 흑인 분장을 하지 않은 백인 오텔로 역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20개국에서 100편이 넘는 오페라를 제작해 온 연출가 워너는 백인 오페라 가수가 검은 피부색의 분장을 하지 않는 연출에 대한 문제 제기에 “관객들의 상상력의 도약”이 필요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그는 2024 예술의전당 오페라 '오텔로'의 ‘연출가 노트’에서 오텔로가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의 흑인이 아니라, 무어인”이라고 설명하는데, 셰익스피어의 시대의 한 초상화에 등장한 매혹적이고 신비한 모습의 “모로코에서 온 무어인 대사”를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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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알현하기 위해 온 무어인 대사 일행은 당시 런던 사람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낳았고, “이국적인 도덕관”을 갖춘 교양 있는 사람들로 여겨지며 유명 인사가 되었다.

워너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등장하는 ‘무어인’ 역시 이러한 매력을 지닌 “밝은 올리브색 피부”의 인물이었지만, 그 또한 ‘흑인’이라는 백인들의 편견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백인 아내 데스데모나와 결혼한 이방인인 오텔로가 사랑을 의심하고 질투에 사로잡힌 채 비극적 파멸에 이르는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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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베니스의 무어인 오셀로'가 이탈리아어 발음과 철자를 따른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되면서, 오히려 무어인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정성과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보다 깊게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텔로의 노래에 “서정적이면서도 바그너 풍의 음악적 폭과 복잡한 화성”을 반영한 베르디의 음악이 오텔로의 정신 상태를 깊숙이 파고들어 탐색하고 있고, 이아고가 심는 ‘질투’의 씨앗에 휘둘리며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오텔로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분열되는 자아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은 누구라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수면 아래 스며들어 있는 베니스 사회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이아고의 ‘적대적 감정’은 오페라에서 ‘악’의 속성을 표방한다.

워너는 “잔혹한 신”을 믿으며 인간의 모든 사악하고 원초적인 욕망을 일깨우는 “분노”이자 “악”의 이미지로 자신을 규정하는 이아고가 오텔로의 정신을 침범하는 과정이 원작보다 오페라에서 더 잘 표현되어 있다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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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텔로의 편집증이 심해지고 암흑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베르디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19세기 멜로드라마 구조에서 벗어나 20세기 심리학적 관점”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베르디의 천재성”을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이에 워너는 오텔로의 고립된 자아의 내면을 구성하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이고 표현주의적인 무대를 구현한다.

따뜻한 빛과 차가운 어둠,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두드러지고, 모로코 특유의 격자무늬가 새겨진 창문 느낌의 벽들이 높게 세워지거나 사라지는 블랙박스와 같은 공간은 오텔로의 심리와 영혼을 반영한다.

‘밀실 공포증’을 불러올 것 같은 답답함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은 베니스의 권위와 기독교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상’이 무대를 가로질러 빠르게 지나가거나 한쪽 구석에 조각난 채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그라피티(graffiti) 낙서로 흘려 쓴 문구들이 유리벽에 등장하거나, 검은 가면을 쓴 거울 속 자아를 비추게 되는 방식으로 자아의 ‘분열’을 상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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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날개 달린 사자상은 베니스의 수호성인으로 신약성서의 마가복음을 쓴 ‘성(聖) 마가’, 즉 ‘산 마르코’가 아프리카 대륙에 처음으로 기독교의 뿌리를 내리게 했음을 상기시키는데, 이교도에서 기독교로 전향한 오텔로의 심적 내부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보편적으로 ‘용기와 강인함, 자기 확신, 군사적 능력’을 상징하는 사자는 1막에서 바다로부터 키프로스 섬을 지키는 오텔로의 이미지와 겹쳐지며, 사나운 폭풍을 뚫고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항구에서, 장군이자 총독인 오텔로가 군중을 향해 “기뻐하라”를 외치는 늠름하고 훌륭한 모습과 동일시된다.

하지만 2막에서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와 부관 카시오의 불륜을 의심하게 된 오텔로의 ‘불안’이 3막에서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오텔로의 베니스 귀환 명령과 카시오의 총독 임명을 전달하러 온 베니스 특사단의 도착 장면에서 흰색의 날개 달린 사자상은 성경에 한쪽 발을 올린 상태로 무대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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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데모나를 비롯한 베니스 인들이 모두 흰색 옷을 입은 가운데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오텔로는 그들 모두와 대립하는 이미지를 형성한다. 키프로스 섬 주민들과 베니스 특사단이 보는 앞에서 데스데모나를 폭력적으로 비난하고 모욕한 뒤, 홀로 남겨진 오텔로는 질투심으로 인한 격렬한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간질 발작을 일으킨다.

이아고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오텔로를 비웃으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의 얼굴에 검은 가면을 씌운다. 관객들은 배경에서 들려오는 “베니스의 사자에게 영광을!”이라는 군중의 외침과는 다르게 파국을 향해 나아가는 오텔로의 불행한 운명을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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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4막 무대에서, 왼쪽으로 배치된 데스데모나의 하얀 침실과 조각난 사자상이 버려진 듯 방치된 우측의 어두운 공간은 오텔로의 정신적 분열과 이중적 자아, 비극적 결말, 그리고 죽음을 예고하게 된다.

베르디는 스스로 마지막 오페라가 될 것이라고 여겼던 '아이다'를 초연한 뒤 16년이 지난 1887년, 74세의 나이로 ‘후기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오페라 '오텔로'를 초연했다.

바그너의 혁명적인 음악극 개념이 유럽을 휩쓸며,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징인 “서정성과 성악적인 아름다움, 극적 본질”을 구시대의 것으로 밀어내고 있을 즈음, 오페라 '오텔로'의 성공은 베르디라는 거장의 “끊임없는 창조적 에너지와 자기 갱신을 위한 능력”을 입증한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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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자인 샹탈 쉬츠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로 각색할 때의 어려움을 “잠재적으로 선하고 악한” 인물의 복잡한 본성을 노래와 음악으로만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곡가의 음악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오케스트라와 리브레토, 앙상블, 합창이 조화를 이루며, 셰익스피어의 인물이 지닌 여러 생각과 갈등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진 출발점은 다름 아닌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라고 할 수 있다.

베르디의 '오텔로'는 심리적 파멸의 심연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급변하는 감정 전개가 음악과 함께 극적인 액션과 속도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인물의 내면에 자리한 동기와 불안, 두려움이 음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내면의 성찰이나 심리를 드러내는 극적 흐름은 아리아나 듀엣과 같은 성악가의 강렬한 감정과 열정이 담긴 노래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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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역사가인 버튼 D. 피셔는 베르디가 오페라 '오텔로'를 통해 “성악 우월주의라는 본질적인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베르디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이탈리아 오페라가 노래를 위한 공연만이 아닌 “음악 드라마”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오페라 '오텔로'는 테너들에게 ‘에베레스트산 등정’으로 여겨진다.

음악평론가인 재커리 울프에 따르면, 강렬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아내를 살해하는 주인공 오텔로는 고음뿐 아니라 마음속에 치솟는 분노를 담아 가사를 내뱉는 으르렁거림의 깊이, 품위와 광기를 오가는 눈빛, 내면의 복잡한 갈등의 표현 등이 모두 요구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곡을 단순히 소화할 수 있는 가수도 극소수이지만, 완전히 마스터하는 가수는 한 세대에 한 번 정도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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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심포니의 상임지휘자인 안토니오 파파노 역시 베르디의 오텔로 역의 어려움을 설명하는데, “악보를 보면 노래할만하다고 느껴도 막상 결혼에 대한 의심이 증가하고, 질투심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노래하려고 하면, 갑자기 등 뒤에 2톤짜리 짐을 짊어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한다.

쉬츠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각색한 오페라 가운데 원작과 동일하다고 견줄 만큼의 비평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오페라는 '오텔로'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5막극을 3,500행의 4막 오페라로 줄이면서, 자신이 직접 쓴 대사를 700행 정도 추가하고, 압축과 응축을 통해 희곡의 정수를 해치지 않고 성취를 이뤄낸 대본가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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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년 라스칼라 극장에서 자신의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를 초연하기도 한 보이토는 오텔로를 향해 혐오의 속내를 숨기고 질투심을 부추겨 그를 파멸로 몰고 갈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모두 쥐락펴락하는 이아고의 원형을 중세 도덕극에서 가져왔다.

또 오페라의 역동성을 위해 베니스 공화국에서의 오텔로의 위치를 드러내는 원작의 1막을 과감히 삭제하면서도, 베니스의 원로 의원의 딸이 어떻게 무어인 장군 오텔로와 사랑에 빠졌는지를 셰익스피어의 두 줄의 대사를 그대로 인용해, 사랑의 ‘듀엣’으로 구성하는 중요한 지점을 잃지 않았다.

보이토의 대본은 주인공이 오텔로이지만 ‘이아고’가 두드러지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이아고의 악마적 속성으로 인한 주인공의 파괴와 몰락이라는 ‘비극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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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는 음악을 통해, 영웅적인 오텔로가 데스데모나와의 사랑 속에서 안정을 찾지만, 이아고가 자극하는 인간의 취약함과 불안의 요소로 인해 분노와 절망, 고통으로 빠져들며, 점점 “이아고화(Iagoization)”하는 오텔로의 몰락을 만들어냈다.

오페라 저널리스트인 워릭 톰슨에 따르면, 베르디는 오텔로뿐 아니라 데스데모나 역시 낭독하듯 노래하는 ‘레치타티보(recitativo)’와 반음을 통해 멜로디를 연결하는 ‘크로매틱 어프로치(chromatic approach)’를 사용하는 이아고의 보컬 표현을 점차 따르도록 만든다. 이러한 ‘이아고화’를 통해 인물들이 점차 갈등하고 몰락하는 가운데 ‘악’이 침범하고 불안이 고조되는 분위기를 강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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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비교할 경우,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단순화하거나 간과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대의 베니스 사회에서 차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체적인 선택을 한 데스데모나의 목소리가 약화되고, ‘버들의 노래’를 강조하고 원작에는 없는 ‘아베 마리아’의 기도 장면을 추가해 데스데모나를 순수한 성녀와 같은 존재로 만든 점은, 낭만주의적 시선에 머문 느낌이 있다. 하지만 소프라노를 위한 감정적 고양을 낳을 수 있는 아리아가 필요한 오페라의 장르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베르디의 ‘오텔로’가 셰익스피어의 스타일로 창작된 이탈리아 오페라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가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로 쓰인 연극”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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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주인공의 마음속에 내재된 불안의 촉발로 인해 질투심이라는 ‘괴물’의 지배에 빠져들고, 이아고의 손끝에서 움직이는 심리적 특성과 파괴를 잘 드러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현대의 관객들에게 질투심으로 눈이 멀어 아내를 죽이고 자신 또한 죽음에 이르는 오텔로의 비극이 안타까움과 연민으로만 다가오기는 힘들다.

하지만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는 처음 사랑을 나눴던 ‘키스 테마’의 선율을 반복하며 아내의 차가운 주검 위로 쓰러지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에 관객이 여전히 비극적 파토스(pathos)를 느끼도록 만든다. 감정을 고양시키고 단련시키는 음악의 힘, 바로 그 강렬한 영향력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