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연극 ‘엔트로피’ 전기광 연출 "'영적인 탈출' 갈구하는 현대인의 혼란 담았죠"
- 전기광 연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서 아이디어 얻어" - '진리', '윤리'와 '아름다움' 적절히 배분해 구성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봄비 추적거리는 대학로에 플라타너스 잎새가 제법 커졌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연극 ‘엔트로피’가 대학로를 달구고 있다. ‘엔트로피’는 1865년 독일의 루돌프 클라우지우스라는 물리학자가 만든 말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1. 열의 이동과 더불어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감소 정도나 무효 에너지의 증가 정도를 나타내는 양.
2. 정보를 내보내는 근원의 불확실도를 나타내는 양.
3. 정보량의 기대치
를 이르는 말로 기술되어 있다.
도대체가 정의를 읽고도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포스터에는 공동 창작이라고 되어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연출, 전기광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 어려운 용어를 제대로 풀어 쓰고 타이틀을 붙이려면 대학로에 그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니 말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각자의 고뇌와 선택에 대해
그는 작품 의도에서, “모든 인간은 각자의 목표에 다다르고자 한다. 목표가 다르기에 방식도 상이하지만 닿고자 하는 열망은 모두에게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인간 개개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뇌하고 선택한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진정 그들의 선택일까, 당신의 선택은 진정 당신의 선택일까, 그리고 당신의 선택을 내가, 나의 선택을 당신이..., 과연 누가?”라고 밝힌다.
막이 열리면 깜깜한 극장에 배우들의 외치는 단발마가 울려 퍼진다. 소극장에서 아주 간혹 시도되는 연출로 오랜 시간 배우들의 비명 같은 대사들만이 들린다. 몇 분 후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배우들이 전체극 같은 움직임과 대사들이 쏟아진다.
연출을 맡은 전기광은 작품의 아이디어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따 왔다고 한다.
칸트는 첫째, '순수이성비판'에서 “진리”를, 둘째, '실천이성비판'에서 “윤리”를, 셋째, '판단력 비판'에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다. 전기광은 작품 전체에서 이 세 단어를 적절히 배분하여 구성을 했단다.
그는 ”극장이 우주고, 자궁이 지구“란다. 혼란의 현실에서 ”영적인 탈출“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혼란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배우 8명과 엄마,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해골을 합쳐 10이라는 숫자를 채웠다.
배우 황도석 "매 공연마다 고민하면서 무대에 오릅니다"
배우 최임경 "캐릭터 고민할 땐 세상이 다 내 것 같아요"
이 공연에 등장하는 황도석은 팀에서 제일 고참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는 '아마데우스', '오장군의 발톱' 등 수 많은 작품을 해온 중견배우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서 “하면서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삶이 고달프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매 공연마다 고민하면서 무대에 섭니다”고 말했다.
또 한명의 눈에 띄는 배우, 최임경은 충북여고 연극반 출신이다. 학부에서 가정관리학을 졸업하고 뒤늦게 안경학과를 졸업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끼가 많다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막연히 연극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어요.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영화 '나쁜 남자'에 출연했는데 워낙 어렸고 뭐가 뭔지 몰라 버벅거리니까 영화관계자가 좀 체계적으로 배워보라고 극단을 소개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꿈에 그리던 연극배우가 되었답니다.”
그는 연극의 매력에 대해 “너무 좋고 행복해요. 일단 연습에 들어가면 잡념이 안 생겨요. 특히 캐릭터 잡을 고민에 빠질 때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자그마한 체구에서는 열의로 가득찬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최임경은 ”배역에 대한 욕심이 워낙 많다 보니 여러 좋은 곳에서 좋은 선배님들과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놀지 않는 배우가 희망 사항이고 기왕 하는 직업이라면 소리가 좋은, 특히 발음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연 내내 단 한 대사, “어두워서 아름답다”라는 대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이상의 시를 읽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또 배우에서 동물로의 전환은 생략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다. 얼핏 일반인은 물론 연극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역설적 대사나 감정이 배제된 대사와 극적 구성은 상업적으로 변모해 가는 대학로 연극인에 경종을 울리는 수작이 아닌가 싶다.
공연은 연출에 전기광, 안무 김희정, 무대 맹봉학, 음악 김민준, 조연출 이혜진이 참여했다. 출연은 배우 황도석, 전서진, 한동현, 이동숙, 권동우, 정연주, 최임경, 안호주, 송인준, 김 산, 박경환, 황정후, 전시하, 김동현, 유효찬이 더블로 등장한다.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5월 1일부터 12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