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글로벌 누비는 한국인 VFX아티스트 김승석·순세률
- 'VFX 명가' 웨타FX서 활약...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 - '아바타: 물의 길' 이어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제작 참여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VFX(시각특수효과)의 명가'로 불리는 웨타(Wētā) FX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비롯해 '엑스맨', '아바타: 물의 길' 등 수많은 명작을 제작한 세계적인 스튜디오다.
이 곳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인 제작진이 있다. 7년 만에 돌아온 인기 시리즈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 참여한 김승석(1976~)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순세률(1998~) 모션 캡처 트래커가 그 주인공. 이들 모두 '아바타: 물의 길'에 참여하며 함께 호흡을 맞췄다.
만화가란 꿈을 안고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승석 씨는 2019년 웨타FX에 합류하기 전 10여 년간 '루카스필름'에 몸담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참여한 작품들만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레디 플레이어 원' 등 다수다.
이후 웨타FX로 자리를 옮긴 그는 '아바타: 물의 길' 등에서 페이셜 모델러로 활약하며 각 인물들의 얼굴 감정을 스크린에 섬세하게 구현해냈다. 이번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도 한층 진보된 기술력으로 유인원들의 얼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순세률 씨는 '웨타FX'가 뉴질랜드에서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다. '웨타FX'에서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와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 참여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모션 캡처 트래커로서 2D 영상을 3D 모션으로 변환시키는 섬세한 작업을 맡았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그래픽화하며 실제와 같은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오는 8일 개봉을 앞두고 홍보차 한국을 찾은 이들을 '인터뷰365'가 만났다.
김승석 "논문보며 얼굴 근육에 대해 공부했죠"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혹성탈출' 3부작을 이끈 주인공 ‘시저’의 죽음 후 300년이 흐른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오아시스에서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 군단에 맞서,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유인원 '노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김승석 씨는 배우의 표정 연기나 말하는 모습을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가 작업한 캐릭터 중 하나가 '라카'의 얼굴이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조력자, 그리고 그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안내자다. '라카'의 디테일한 모습은 한 스태프의 도움으로 독일의 한 동물원에서 찍은 오랑우탄의 사진을 참고했다.
그는 "배우의 모습을 오랑우탄의 얼굴과 표정에 녹여내 일치시키는 작업을 했다"며 "슈퍼바이저가 '라카'의 얼굴에 배우의 표정을 좀 더 담으라고 하길래 배우 얼굴 비슷하게 만들었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 웃었다. 이어 "그래서 오랑우탄의 모습부터 인간 얼굴까지 10단계의 변화 모습을 보여드린 후 이 중 선택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승석 씨는 사실감 넘치는 근육 작업을 위해 논문도 찾아봤다고 했다. 특히 이번 편은 유인원들이 말을 많이 하는 장면이 대거 등장하기에 더욱 세밀한 작업이 필요했다.
"논문에서 기쁠 때나 괴로울 때, 슬플 때 짓는 표정을 만드는 근육이 있고, 그 각각의 근육에 대해 써놓은 내용을 봤죠. 이를 바탕으로 얼굴 근육 작업을 했습니다. 각각의 사람이 가진 그 특유한 표정과 주름을 표현해냈죠. 특히 말을 하는 부분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부분입니다. 이 같은 '페이스' 작업은 웨타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기존 시리즈에 비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시각 효과가 적용됐다. 김승석 씨는 "배우와 영화 속 캐릭터를 매칭시키는 작업의 경우 이전 시리즈에서는 이미지 레퍼런스로 애니메이션에 맞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배우 연기가 캐릭터로 그대로 카피돼 정확한 매칭이 가능해졌다. 작업이 보다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처럼 표정이 풍부하지 않는 오랑우탄이기에 심각한 표정을 구현하는 작업은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심각한 상황인데, 오랑우탄 특성상 눈썹이 맥도날드 캐릭터 모양처럼 웃고 있었죠. 고쳐도 고쳐도 계속 웃고 있는 표정만 나오더라고요. 도무지 작업 진행이 안 됐죠. 심각한 장면에서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되니까요.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야 했어요."
순세률 "배우 얼굴 캡처하는 두 대의 카메라, 더욱 디테일하게 담아"
순세률 씨는 배우들의 2D이미지를 3D로 구현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항상 인간 신체의 움직임에 대해 공부를 한다. 크리처 작업에 들어가면 이에 대해 공부를 한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신기술이다. '아바타2'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기술을 이번 작품 속 유인원에 접목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모션 캡처’에서 더욱 발전한 최첨단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선보인다. 기존 ‘모션 캡처’가 배우의 신체 움직임만 담았다면, ‘퍼포먼스 캡처’는 배우의 얼굴 움직임까지 포함해 감정 연기를 더욱 온전히 담는다.
순세률 씨는 "이전에는 앤디 서키스 배우 한 명만 촬영했다고 하면, 이번에는 최대 10명까지 배우들이 같이 연기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됐다"며 "얼굴을 찍는 페이스 캠도 하나에서 두 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D를 3D로 배우의 얼굴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위해 두 대의 카메라가 사용됐죠. 이들 카메라가 배우 얼굴을 캡처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3D공간 측정이 가능해져서 사실적이고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얼굴 트래킹을 위해 배우들은 두 대의 소형 카메라를 부착한 헬멧을 쓰고 연기합니다. 배우들은 각각 101개의 점을 찍고 이 점을 촬영해 표정 연기와 근육을 캡처해요. 눈의 움직임도 16개의 마카로 따로 트래킹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디테일하게 담을 수 있었죠."
만화가 꿈꾸던 만화학도, VFX 아티스트로
김승석 씨의 어린 시절 꿈은 만화가였다. '드래곤볼', '슬램덩크'에 푹 빠져 대학에서 만화과를 전공했다. 컴퓨터 그래픽 붐이 불자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이 분야로 눈을 돌렸다. 3D 애니메이션 '큐빅스'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씨네픽스를 비롯,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에서도 몸담았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서도 근무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루카스필름에서는 '스타워즈' 게임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루카스필름이 디즈니에 합병되면서 영화 일을 하게 됐다.
그는 "웨타FX에서 일한 지는 5년째"라며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등장한 '골룸' 캐릭터를 보고 '웨타FX'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느낀 '골룸'은 디지털 캐릭터로 감정을 표현해낸 첫 번째 캐릭터였다. 컴퓨터 그래픽의 꽃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캐릭터의 얼굴이다. '아바타2' 모집 소식을 듣고 지원해 합격했다. 이렇게 일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순세률 씨는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나 이곳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 주전공이 VFX다. 그는 "운 좋게도 교수님 추천으로 웨타FX에 합격해 아바타2 제작에 합류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웨타FX에 대한 강점으로 입을 모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VFX작업을 책임질 수 있는 높은 역량"을 꼽았다.
김승석 씨는 "영화에 VFX가 많이 들어가면 아무리 큰 회사라 하더라도 모든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몇몇 회사가 나눠서 한다. 그중에 캐릭터가 말을 하거나 연기를 하는 이런 중요한 장면은 모두 웨타FX가 담당한다. 나머지 배경이나 배경 캐릭터들은 다른 스튜디오가 나눠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순세률 씨 역시 "전 세계서 한 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은데, 웨타FX는 그 중 하나다. 후보정 작업까지 다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라고 밝혔다.
한국 작품에 등장하는 VFX 기술 발전에 대해서 이들은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승석 씨는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 디에이징 기술이 많이 사용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젊은 시절을 재연하는 부분이 좋았다"며 "'미키17', '호프'에서 한국 기술이 한 번 크게 터질 때가 되지 않았나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세률 씨는 "확실히 예전보다 발전되어 놀라웠다. 한국의 VFX수준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왔다고 본다. 백그라운드 등은 손색이 없지만, 다만, 크리처 부분은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은 어떨까.
"VFX 아티스트는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연주하듯 전체 분위기와 조화롭게 멋진 하모니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손을 거쳐 멋있는 장면이 완성되죠. 이곳 회사에 많은 한국분들이 있고, 또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수많은 이름의 앤딩크레딧에 제 이름을 보고 기분이 묘했습니다. 1년 넘게 작업한 결과물이라 더욱 애정이 갑니다. 많은 부서와 아티스트들이 함께 완성한 작업입니다. 제겐 큰 프로젝트였고 재능있고 친절한 동료들과 함께해 영광입니다."(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