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펴낸 김영만 전 서울신문 사장
- ‘난소암과의 전쟁 8년의 기록’ - 아내의 8년간 난소암 투병기와 간병기 책으로 펴내
인터뷰365 김두호 기자 = 인생에서 겪는 가장 큰 슬픔을 순위별로 조사한 통계를 보면 대개 배우자와 부모 사별이 1순위에 올라있다. 또 살면서 남편이 아내를 ‘나의 반쪽’으로 당당하게 호칭하는 남자라면 대다수 아내에 대한 진실한 사랑과 경외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최근 평생을 신문기자로 보낸 김영만(1957∼ ) 전 서울신문사장이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홀리데이북스 刊)이라는 책을 펴냈다. 제목의 부제(副題)로 ‘난소암과의 전쟁 8년의 기록’이 달려있다. 적지 않은 세월을 두고 투병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며 고통의 시간을 함께한 부군의 절절한 사연들을 금방 떠오르게 한다.
몇 해 전 남편 곁을 떠난 부인 김영희(1958∼2021) 여사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미술치료를 전공한 뒤 비구상 서양화 분야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며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였다. 병원을 옮겨 다니는 투병 생활 중에도 경기도 가평 설악에 있는 화실로 돌아간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고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힌 필자가 회한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쓰기 시작한 글의 책머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아내의 암을 확인했을 때 환자는 물론 나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가 다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모든 게 황당하고 난감했다. 내 아픈 경험담이 뒤에 올 사람들의 그 황당함과 난감함을 조금 덜어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아내의 암을 확인한 뒤에 내가 한 일은 암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다음에는 교보문고에 가서 암에 관해 다룬 책을 10여 권 넘게 사서 세세히 밑줄 쳐 가면서 읽었다...
그로부터 같은 처지의 막막한 심경을 이미 경험한 주변 친지들에게 심경을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가장 아픈 상처를 돌이켜 보게 하는 결례였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는 주인의 숨결이 베여있는 가평의 화실에서 일종의 간병 가이드북을 준비한 동기를 밝히고 있다.
목차는 1부 ‘암 환자가 된 아내’, 2부 ‘재재발 암과의 싸움’, 3부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4부 ‘혼자가 되다’에 이어서 에필로그로 ‘혼자 걷는 길’까지 세부 항목을 포함하면 236쪽에 120여 제목의 투병, 간병 내역들이 수록되어 있다. 큰 제목이 바뀌는 갈피마다 원색화를 그대로 살린 김영희 작가의 작품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간병이 행복이었네’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내용 중에는 “내 경험상 고독과 분노는 적게 쳐서 동급이다. 나는 모스크바 1인 특파원 생활을 통해 고독이 엄청난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버렸었다. 거기다 아내가 발병하기도 전에 읽었던 신달자 시인의 수필을 통해 배우자의 이별이 세상에 없는 고독을 불러온다는 사실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눈길을 끌게 한다.
그럼에도 ‘휠체어를 타고 들어간 보바스병원(분당 소재) 호스피스’ 대목의 내용은 코로나 재난기에 죽음 앞으로 다가선 아내와 마지막 간병의 시간을 함께한 한의사인 큰아들 부부, 휴가를 내고 달려온 작은 아들 등 가족들이 엄마의 휠체어를 둘러싸고 잔디가 깔린 병원 부근의 카페에서 함께 한순간들을 떠올렸다. 남편이 없는 자리에서 “아버지 잘 모셔라”고 자식들에게 남기고 간 아내의 마지막 한마디를 필자는 별도의 수식 없이 한 줄로 고백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