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아트경영인' 윤영달 메세나협회 회장 "문화예술은 기업에게 선택 아닌 필수"
- 한국메세나협회 새 회장 선출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 - '예술경영 리더십'으로 유명..."지원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통 음악 활성화에 노력 기울일 것" - 정부 지원 예산 축소에..."'매칭펀드’ 예산 확대 절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문화예술은 기업 문화도 바꿀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윤영달 한국메세나협회 신임회장(크라운해테제과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취임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메세나협회는 1994년 주요 경제단체의 발의로 설립된 이래 결제와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을 위해 215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윤 회장은 "문화예술은 직원들의 행복과 창의력을 높이고, 기업 성과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며 "메세나활동은 단순히 문화예술의 지원을 넘어 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애호가'로 유명한 윤 회장은 '예술경영 리더십'으로도 잘 알려져있는 인물이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선 예술이 필수"라는 신념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국악, 조각, 시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다.
앞으로 3년간 한국메세나협회를 이끌게 된 윤 회장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며 "국악의 일부분에 있다가 큰 물에 나오니 정신이 없다"며 웃었다.
윤 회장은 "예술 장르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통 음악의 활성화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직원이 행복하면 기업 성과도 좋아진다...기업의 1차 고객은 직원
- 오랜 기간 국악지원을 해왔는데. 국악에 빠진 계기가 있었나.
"고객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국악을 접하게 됐다. 예술과 연계해 고객들을 즐겁게 해보자 싶었다. 예술전반은 알지 못하니 음악분야에서는 국악, 미술에서는 조각, 문학에서는 시를 택했다. 국악분야만으로도 방대하기에 우리 힘만으로는 어렵다. 현재 국악 영재 발굴과 영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매주 '영재한음회'를 매주 열고 있고, 명인 보존을 위한 '양주풍류악회'공연도 매달 개최한다. 국악 영재와 명인 지원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또 고객과 거래처 직원들을 위해 매년 '창신제'를 열고 있다."
윤 회장의 국악 사랑은 유명하다. 20년간 전통 국악의 발전의 저변확대를 위해 지원해 왔다. 윤 회장은 '국악'이란 말 대신 '한음'이란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우리 소리'의 독창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한국 음악'의 줄임말인 '한음'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국악은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국악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정명운동이라고 해서 좋은 이름을 찾았는데, 그 결과가 '한악'이었다. 그러나 '악'(樂)이란 발음 대신 '음'(音)이 더 좋았다. 그래서 '영재국악회'도 '영재한음회'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추진한 '영재한음회'는 지난해 11월 200회를 맞이했으며, 소외계층 아동들과 함께하는 '한음캠프'는 11년 차다. 2004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창신제’는 국내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전통음악 공연 중 최대 규모다. 또 남산한옥마을에 위치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은 2017년 크라운해태제과의 전적인 후원으로 노후 설비를 교체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오랜 기간 아트(예술)경영을 강조했다. 직원들의 창작시를 모아 시집이 출간되기도 했다. 성과가 궁금하다.
"수치나 성과를 얘기하긴 힘들지만, 크라운해태가 지금껏 충분히 잘 갈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예술 행사를 준비하기에 다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회사를 떠날 것 아닌가. 회사에 있을 때 창(唱)이나, 악기, 조각 등 예술을 좀 배워둔다면 후에 큰 삶의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예술을 통해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바뀌었다. 많은 직원들이 행복해한다. 건배를 할 때도 시 한 자락을 읊는다. 동창회에 가면 인기라고들 한다. 하하."
- 국악, 시, 조각 분야 등에 관심이 남다르다. 예술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예술경영이라기보다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문화예술은 필요하다. 과자를 만들어 파는데, 가격을 깎는다고 고객이 행복해할까. 가격을 깎으면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기업은 존속하기가 힘들다. 기업은 적정이익을 내고 그 일부를 고객의 행복하게 해주자 싶었다. 기업의 1차 고객은 우리 직원이고, 2차 고객은 우리 상품을 취급해 주는 거래처다. 공연 초청의 상대 1순위는 거래처다. 그런데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거래처의 고객이나 부모님 등 우리와 전혀 관련 없는 분들이다. 모르는 사이지만, 그분들이 즐거우면 점주가 즐겁고 또 진열대에 과자하나라도 더 진열해주면 그게 도움이 되는 거다. 오히려 우리가 한 일에 비해 국악의 덕을 보고 있다. 우리가 투자하고 돕는 일은 미미하다고 본다."
-한국메세나협회의 예술 지원 분야를 보면 클래식이나 미술 분야 등과 비교해 연극계는 소홀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지원 방법은.
"메세나의 주 사업은 '매칭펀드'다. 메세나가 어느 분야를 선택해 지원한다는 것은 어렵다. 메세나는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좋은 훌륭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 좋은 예술은 꼭 필요하다. 메세나는 기업과 예술을 끈끈하게 연결시키고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지원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분야를 선택해 깊은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연극에 관심있는 기업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선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한국메세나협회는 2007년부터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정부 지원 예산 축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는데.
"메세나의 '예술지원 매칭펀드'를 통해 정부에서 예술지원을 하면 기업들이 함께 펀드를 하고 중계해 운영을 돕고 있다.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업이다. 그 효과는 '메가톤급'이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에서 공적기금을 투입한 매칭펀드는 240억 원 정도 된다. 예술단체는 매칭된 기업을 통해 이보다 세 배 정도 높은 87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정부의 지원이 커지면 기업의 지원이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마중물 효과다. 산술적으로 보면 세배 정도지만, 수십 배 수천 배 이상의 무형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 지원 예산이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 기업과 예술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선 강한 유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기업은 예술문화와의 연계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대기업이나 필요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발전하려면 그 크기와 상관없이 고객이 존재하고, 문화 예술을 통해 고객에게 행복을 안길 수 있다. 기업은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연계해야 한다. 또 예술문화 관계자와 만나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눠야 한다. 시간을 내서라도 만나야 한다. 그러면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술가들의 발상과 아이디어는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나다."
2012년부터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을 맡아온 윤영달 회장은 지난 2월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윤 회장은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서울 오픈아트페어 조직위원장, 한국예술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문화예술 분야후원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2011), 메세나대상 문화공헌상(2013), 메세나대상 메세나인상(2016)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