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강박과 집착’...뮤지컬 ‘레베카’ 앙코르
[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 - 뮤지컬 ‘레베카’ 10주년 기념 앙코르 공연 - 2023년 일곱 번째 시즌 누적 관객 100만 명 돌파 -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원작 X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모티브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무언가에 끊임없이 마음이 쏠려 결코 떨쳐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매달리며 잊지 못하는 감정, 우리는 그것을 ‘집착’이라고 부른다.
무언가에 대해 과도하게 많이 생각하거나 사로잡히게 되는 경향은 대부분의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집착은 일반적으로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애착관계의 실패로 인한 불안, 부적절함에 대한 분노, 죄책감과 관련이 있다.
임상심리학자인 케빈 채프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강박 증상, 즉 ‘집착’을 경험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때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계속 떠오르는 경우가 보통 이에 해당한다. 모든 집착이 강박장애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별것 아닌 사소한 경우라도 집착은 정서적 고통을 유발한다.
채프먼은 인간이 어떤 잠재적 결과에 대해 확신할 수 없음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게 될 때, 쓸데없는 시도임을 알면서도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며, “화가 나거나 슬픈 감정이 ‘10’까지 올라갔을 때, 어떤 사람들에게는 집착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10주년을 맞이한 기념 공연으로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뮤지컬 ‘레베카’의 서울 앙코르 공연이 막을 내렸다.
“한 번도 안 본 관객은 있어도 한 번만 본 관객은 없다”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뮤지컬 ‘레베카’는 2013년 한국 초연 이후 2021년 여섯 번째 시즌까지 총 874회 공연되며, 누적 관람객 95만 명을 기록했다.
2023년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 무대, 영상 디자인에 섬세한 디테일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한 10주년 기념 공연은 “작품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2개월간 이어진 앙코르 공연을 통해 1000회를 돌파했다.
한국 정서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뮤지컬 ‘레베카’는 원작자에게도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캐릭터를 잘 반영하고 풍부한 성량으로 훌륭한 무대를 구현한 배우들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맨덜리 저택의 웅장함을 대형 극장의 프로시니엄 크기를 활용해 잘 반영한 무대 세트와 거대한 저택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의 강렬함 역시 효과로 작용했다.
영국 소설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1938년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은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라이문트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를 창작한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네 번째 작품인 ‘레베카’는 오스트리아 초연 3년 동안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일본, 러시아, 헝가리, 독일, 스위스, 루마니아 등 13개국에서 총 11개의 언어로 번역된 작품은 2,400회 이상 공연되며 세계에 알려졌다.
뮤지컬 ‘레베카’의 영어 초연은 2014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계획이었으나 실현되지 못했고, 2023년 9월 영국 런던 오프 웨스트엔드의 공연이 18인조 오케스트라로 이루어졌으나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빈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내며,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과 서사적인 캐릭터, 풍성한 악보”를 결합한 ‘드라마 뮤지컬(drama musical)’이라는 형식을 발전시킨 쿤체와 르베이 콤비의 작품들은 자유, 사랑, 죽음, 주체적 자아의 발견과 같은 주제들을 탐색하는 경향이 있다.
뮤지컬 ‘레베카’ 역시 같은 주제를 탐구하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름이 제시되지 않는 ‘나(I)’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삼은 듀 모리에의 소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주체적 자아의 성장과 성숙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 특징이 있다.
초연 당시 프로그램북에서 쿤체는 “15세 때 감명 깊게 읽은 듀 모리에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고픈 욕망이 항상 있었”음을 언급하면서, 이전에 작업했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자유와 사랑, 죽음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연결선상”에 있음을 강조했다.
물론 뮤지컬 ‘레베카’의 성공은 듀 모리에 소설의 이름을 알 수 없는 화자이자 21세의 젊은 여성으로 “두 번째 드 윈터 부인”이 된 ‘나’보다는, 1년 전 죽음에 이른 ‘첫 번째 드 윈터 부인의 영혼’처럼, 대저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집사 ‘댄버스 부인’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드 윈터 부인인 ‘레베카’를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왔고, 레베카가 맨덜리의 안주인이 되었을 때부터 저택을 레베카의 취향과 지시에 맞게 관리해 온 댄버스 부인은 사교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두 번째 드 윈터 부인인 ‘나’와 지속적으로 대립한다.
무대 프로시니엄 아치에 새겨진 거대한 ‘R’은 맨덜리 저택의 공간을 지배하는 ‘R’과 함께 그 자체로 죽은 레베카가 발휘하는 ‘힘’을 상징하게 된다.
뮤지컬의 경우, 르베이의 서스펜스를 강조하고 인물의 심리적 깊이와 불안, 음침함과 오싹함을 살린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인해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넘버에 주로 레베카의 영향력이 강조된다.
특히 댄버스 부인의 넘버에 코러스로 동반되는 반복적인 속삭임의 ‘레베카’는 거대한 저택에 침투해있는 죽은 존재의 그림자와 댄버스 부인의 ‘집착’의 심리를 고스란히 음악으로 반영한다.
사실 듀 모리에의 소설은, 댄버스 부인의 존재로 인한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공포감보다는 대저택을 둘러싼 맨덜리의 정원과 드 윈터 가문의 완벽한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없다는 화자 ‘나’의 좌절감과 질투, 끝없는 집착에 의해 ‘레베카’의 존재가 부각된다.
큰 키에 “생명이 없는 듯 차가운 손”을 가진 검은 옷의 댄버스 부인이 보이는 “위엄 있는 몸가짐”은 ‘나’를 주눅 들게 하는데, ‘나’는 댄버스 부인의 입술에 스치는 ‘조소’에서 “출신을 꿰뚫어 본 듯한” 인상을 받는다.
댄버스 부인은, 당시 상류 사교계의 아내로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자질인 “혈통, 두뇌, 미모”를 소유했던 레베카와는 달리 부모를 일찍 여의고, 1년에 90파운드를 받으면서, 고용주 반 호퍼 부인의 ‘말동무’로서 생계를 유지했던 ‘나’의 ‘부족함’을 끝없이 인지하도록 만드는 인물이다.
듀 모리에의 소설 초고를 위한 메모에는 댄버스 부인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데, 이는 작가가 염두에 두었던 것이 “결혼에 있어서의 힘의 균형”의 문제와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의 이미지와 억압’이었기 때문이다.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레베카’는 “대중적 매력을 갖춘 멜로드라마”와 브론테 자매의 영향을 받은 “고딕 서스펜스 소설”로 여겨졌지만, 듀 모리에는 처음부터 두 번째 부인이 죽은 첫 번째 부인에게 품은 ‘질투’로 인한 강박에 대한 ‘심리적 탐구’를 겨냥하고 있었다.
30세에 이미 4권의 소설과 2권의 전기를 출간한 작가였던 듀 모리에는 1937년 출판사로부터 이미 1,000파운드의 선급금을 받은 상태에 있었고, 고위 장교 출신인 남편으로 인해 이집트에 거주하면서 영국 남서부 콘월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
그녀는 지인이었던 퀼러 코치 부부에게 들었던 매우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했다가 훨씬 젊은 여자와 재혼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고, 만약 자신의 남편이 이전 약혼자와 결혼을 한 경우였다면, 자신이 어떤 질투심을 느꼈을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의 책상 서랍에서 그의 이전 약혼자였던 자넷 “얀” 리카르도가 쓴 연애편지를 발견하는데, 편지에 있던 서명 ‘R’은 소설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듀 모리에는 소설 작업노트에 “아름다운 집과 첫 번째 아내, 질투심, 메너빌리 저택 근처 바다에 있던 난파선”을 적으면서, “무언가 끔찍한 일이 발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감춰진 비밀이 도사리고 있고, 두 번째 부인의 마음속에 구축되는 첫 번째 부인의 이미지로 인해 어떻게 자아가 괴롭힘을 당하는지, 어떤 고통과 혼란 속에 놓이게 되는지를 ‘1인칭 서술’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소녀 시절에 듀 모리에가 매료되었던, 오랫동안 버려진 채 콘월 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16세기 대저택 ‘메너빌리(Menabilly)’의 모습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지위를 가지는 ‘맨덜리’의 모델이 되었다.
소설에서 맨덜리는 원래 황무지와 다름없던 곳을 정성스러운 손길과 투자를 통해 정원과 숲, 계곡을 가득 채운 진달래까지, 모두 레베카의 ‘취향’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설명된다.
저택의 벽지와 가구, 그림과 같은 인테리어 역시 레베카에 의해 사람들이 동경하는 모습으로 갖춰진 것으로 제시되는데, ‘나’에게 ‘저택’은 여전히 맨덜리의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레베카’의 숨 쉬는 과거이자 현재로서, ‘나’의 존재를 질식시킨다.
수줍고, 자신감 없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여인인 ‘나’는 아름답지도 않고 하인들을 제대로 부릴 줄도 모르는 서투름과 사교계에 어울리지 않는 취향과 매너로 인해 점점 더 낮은 자존감과 자기혐오로 빠져든다.
비교 대상인 레베카가 ‘유령’처럼 계속 출몰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집사인 ‘댄버스 부인’이다. 레베카의 취향과 유산을 지키는 “무시무시한 파수꾼”이자 레베카를 향한 헌신과 사랑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그녀의 존재를 느끼는 댄버스 부인은 ‘나’에게 결코 ‘드 윈터 부인’의 자리를 내어줄 수 없음을 강조하며, 스스로 필요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절벽 아래 바다로 뛰어내릴 것을 촉구한다.
뮤지컬은 이 점을 효과적으로 극대화한다. 댄버스 부인이 ‘나’를 향해 보이는 경멸과 무시, 엄격함과 단호함, 우월감은 원작 소설보다 강렬하고, 소설을 각색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속 인물보다도 공포감을 자아낸다.
뮤지컬 ‘레베카’는 소설보다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촬영상을 수상한 1940년 영화 ‘레베카’의 각색된 서사를 따르는데, 레베카를 막심이 쏜 총에 맞아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설정하지 않고, 몸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사로 처리한다.
이러한 변경은 아내를 죽인 막심이 범죄자로 처벌받지 않고, 거짓 투성이의 악녀와 같은 전처에게서 벗어나 정숙하고 진실한 현처인 ‘나’와의 관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레이첼 사임은 미국 주간잡지 ‘뉴요커’에서, 오늘날 ‘레베카’의 이야기는 “통제, 학대, 아내가 되는 것 자체에 대한 공포의 문제를 탐구할 수 있는 비옥한 지형”이 될 수 있지만, 히치콕의 영화는 1930년 미국 영화제작 배급협회의 금기 규약을 따르기 위해 “변경이 불가피했음”을 지적한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은폐하기 위해 보트에 구멍을 내 가라앉히는 듀 모리에의 설정은 막심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듀 모리에의 설정이 남성과 여성의 권력구도와 가부장제에서 요구되고 수용되는 여성의 모습, 제도화된 가치에 적합하지 못한 여성이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7년 비평가인 루시 스콜스는 “사랑과 서스펜스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불렸던 소설 ‘레베카’가 문학계에서 “20세기 고딕 페미니즘 텍스트”로 평가받기 시작했음을 언급한다.
스콜스는 듀 모리에가 히치콕 감독의 각색을 좋아했던 것은 맞지만, “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왜곡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음을 지적한다. 듀 모리에는 바다가 보이는 서쪽 방에 머물렀던 레베카와 정원이 내다보이는 동쪽 방에 머무는 ‘나’로 양분되는 인물에게 자신의 갈등하는 성향과 입장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남편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집안을 관리하는 완벽한 안주인이 되지 못해 갈등을 겪는 일이 많았고, 보트 항해술을 익히고 사촌과 불륜 관계에 있었으며, 스스로를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진 “잘못된 몸에 갇힌 소년”으로 느꼈던 듀 모리에의 복잡한 정체성은 ‘나’와 레베카, 그리고 댄버스 부인에게 나뉘어 분포되어 있다.
‘레베카’ 출간 80주년을 맞이했던 2018년, 영국 언론 ‘가디언’에서 올리비아 랭은 소설의 끝은 맨덜리의 저택이 화염에 휩싸이는 것이지만, 막심과 ‘나’가 “지옥 같은 추방형”을 선고받고, “익명의 호텔에서 죄인처럼 지내는” 처음 두 챕터가 “실질적인 결말”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완벽함을 갖춘 아름다운 여성성을 연기했지만, 속으로는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영위하며,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아 맨덜리를 상속하겠다는 ‘위협’으로 가부장제에 도전한 ‘레베카’를 총으로 쏴 죽인 죄에 대한 ‘처벌’이 막심 드 윈터 부부의 ‘불안정한 미래와 방황’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듀 모리에의 복잡한 성 정체성과 아내를 아이를 다루듯 하거나 까칠한 성격을 폭발적으로 표출하는 막심의 가부장적 측면을 반영하면서도 완화시켜, ‘나’라는 젊은 아내의 자신감 회복과 성장, 남편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따뜻한 사랑의 승리라는 메시지를 완성한다.
사회 속에 ‘레베카’로 각인된 화려함과 우아함이 아닌, 정직함과 온화함의 ‘나’를 수용한 자아는 ‘진달래’를 자신을 대변하는 힘으로 취한다.
뮤지컬은 소설과 달리 세련됨과 매력, 사치스러움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난초’로 레베카를 대변한다. 소설의 경우, 맨덜리 저택을 둘러싼 진달래와 철쭉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에게 강요되던 ‘절제’의 상징이자 풍요로움, 커져가는 열정과 생명력으로 기능하며, 사회의 코드를 맞추지 못하는 ‘나’의 레베카를 향한 집착과 질투, 강박을 강조하게 된다.
뮤지컬은 소설과 영화가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관객은 달리는 차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맨덜리를 향해 속도를 높이는 ‘나’와 막심이 아닌, ‘불타오르는 저택’과 마주한다.
레베카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댄버스 부인은 배신감에 미친 듯이 웃으며 대저택의 복도를 돌아다니고, 막심은 불길에 휩싸인 집 안으로 뛰어든다.
저택은 무너져 내리고, 16년 전 몬테카를로 호텔에서 반 호퍼 부인의 고용인으로 막심 드 윈터를 처음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가 스케치북에 그려나가던 “어젯밤 꿈 속 맨덜리”의 첫 장면은 마지막 장면과 수미상관(首尾相關)을 이루어 하나가 된다.
삼십대 중반의 성숙한 여인이 된 ‘나’는 지팡이를 짚고 더 나이가 든 막심과 함께 지중해가 보이는 호텔에 머물며, “어둠 속의 추억”으로 사라진 맨덜리를 그리워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하는 ‘사랑’의 성취를 보여준다.
듀 모리에는 소설에서 ‘나’의 생각을 통해 “스스로의 벽을 깨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진실 앞에 눈을 감아버리는 아둔함으로 거대한 장벽을 세우고 뒤틀린 행동을 하는 사람들, 마음속에 잘못된 그림을 그려놓고, 그림에 맞추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뒷걸음치며 안주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화자는 자신 또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임을 인식한다.
듀 모리에가 ‘레베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어떤 모습이든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한 채, 다른 이미지를 그려놓고 억압에 허덕이며, 타인이 규정한 코드에 순응하는 삶의 ‘비극’과 그 안에 갇힌 심리의 강박과 집착, 공포와 불안의 ‘고통’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소설 속 화자인 ‘나’의 자아가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찾는 맥락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댄버스 부인’이라는 강렬한 캐릭터와 거대한 저택의 형상화를 통해 듀 모리에가 피력하고자 했던 강박적 집착과 질투, 공포와 불안의 느낌을 완성한다.
불안한 음계와 긴장감의 연속, 중독성 있는 음악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강박과 집착이 만들어낸 ‘스릴러’의 비극과 해피엔딩을 함께 성취한다. 3월 2일부터 10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