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팔순에도 그립고 가슴 아려오는 봄볕 같은 모정, 김한분 수필집 ‘사모곡’

- 수필가 김한분 여사의 두 번째 수필집 ‘사모곡’

2023-11-19     김두호 기자

인터뷰365 김두호 기자 = 인생이 저만치 팔순을 넘어서면 그저 노부부끼리 건강하게 살면서 저마다 자랑스럽게 사회 활동을 하는 자식들이 가까이에 있고 또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들이 다들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다. 최근 두 번째 수필집 ‘사모곡’을 펴낸 김한분 수필가를 두고 한 말이다.

23년 전 ‘한국수필’지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 후 몇 해 뒤 ‘수필과 비평’지 신인상도 받았지만 애써 수필가로 티를 내지 않고 평생 가정과 가족에 헌신하는 전통적인 주부로 살면서 틈틈이 보고 겪고 느낀 삶의 지혜와 생활 속의 체험담을 모아 10여 년 전 첫 수필집 ‘달이 보이는 정원’을 발표해 출판계의 좋은 반응을 남겼다.

김한분 작가는 신간 ‘사모곡’ 머리글에 “글을 쓰는 것도 나비가 수만 번의 날갯짓 뒤에 날을 수 있듯 글쟁이도 그렇게 성장하는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늘 그 자리에 계신 줄 알았던 어머니의 모정 뒤에 숨어있던 아픔을 추억하고, 무딘 글도 품어주는 남편, 삶의 용기와 꿈이 되어주는 손주들을 생각하며 2집을 내놓는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의 부군은 한국영화의 기획, 제작 분야의 거두인 영화사 황기성 사단의 황기성 회장이다. 1960년대 신상옥 영화사 신필름의 기획실장으로 시작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강우석 감독), ‘고래사냥’(배창호 감독), ‘성공시대’(장선우), ‘접시꽃 당신’(박철수) 등 30여 편을 비롯해 몇 해 전 ‘후궁’(김대승 감독)도 흥행영화로 성공시키는 등 충무로 시대의 마지막 최고참 현역 제작자로 건재해 있다.

‘사모곡’에는 60년 넘게 한 지붕 밑에서 살아온 남편 얘기도 등장한다. ‘H씨는 지금 생각 중’이라며 부군 이름을 이니셜로 불러냈다. “H씨는 노력을 많이 하는 영화 프로듀서”라고 소개했다. 그는 밤을 새우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작가가 보내온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하고 그러다가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자는 아내까지 깨우며 어린애같이 좋아한다는 것, 각 분야 천재들인 다윈, 다빈치, 릴케 등 자신이 좋아하는 천재들이 모두 자신처럼 게으른 듯 잠을 좋아하는 인간 명물들이라는 남편 얘기도 풀어놓았다.

동네에 하나뿐인 재봉틀로 동네 사람들 옷을 박아주면서 죽으면 썩을 걸 무얼 그렇게 몸을 아끼느냐며 할 수 있을 때 해라 말씀만 하시고 자식들에게 한 번도 꾸짖거나 매를 들지 않았던 어머니, 6.25때 신혼기의 아내를 두고 입대해 무공을 세우고 서울 서대문 전투에서 전사한 남편의 숙부 ‘황문수 중사’의 이야기 등 가족의 일화들에서는 작가의 애잔한 연민의 심금이 울려나온다.

그러나 꿈이 있고 행복에 젖어 있는 작가의 밝은 표정을 느끼게 하는 주제는 틈틈이 등장하는 자녀들과 손주들의 이야기들이다. 삼성 서울병원 의사인 큰딸과 성모병원 의사인 사위, 그들 사이에 태어난 손자 재우도 미국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것, 둘째 딸 슬하의 지민이 혜민이도 공부 잘하는 장학생, 캐나다에 사는 아들도 큰 손녀인 윤서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고 또 딸이 간호사로 진출해 온 집안에 경사가 멈추지 않는 이야기들이 ‘사모곡’에서 따뜻한 사랑과 꿈과 행복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한근 문학평론가(전 SCAU대 교수)는 ‘사모곡’의 마무리 면에 '김한분 작가는 원로 소녀작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필자가 조야하나마 살펴본 그의 수필을 통해서 그는 주목받는 작가로서 또 다른 분명하고 명증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그의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창작적 스킬로 현대사회의 총아인 영화에 대한 관심과 상상력 그리고 고전의 정수인 장자와 노자의 사상과 인류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심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여성적 감성을 작품 속에 녹아 넣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까지 수필 속에 함유하고 있는 작가임이 분명하다'고 극찬의 평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