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의 별들의 고향] 연극 객석에서 본 ‘장군의 아들’ 배우 박상민

- 초겨울 냉기를 열기로 바꾼 만석(滿席) 연극 ‘슈만’

2023-11-13     김두호 칼럼니스트

인터뷰365 김두호 칼럼니스트 = 모처럼 대학로에서 독일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사랑과 음악을 정갈하고 애잔한 드라마로 옮긴 ‘슈만’ 연극 한 편을 95분간 지루한 순간 없이 재밌게 보고 나오면서 타이틀 롤의 박상민 배우에 대해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1990년 임권택 감독이 영민하고 역량 있는 제작자였던 태흥영화사 이태원(1938∼2021) 사장과 의기투합, 홀가분하게 자신의 연출 장기(長技)를 살려 재미있는 흥행성 액션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주먹의 거두였던 김두한의 실존 기록을 소재로 한 ‘장군의 아들’로 뜻한 대로 대박의 흥행기록을 남겼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신인 공모로 뽑은 박상민이다. 대학생티가 나는 아주 풋풋한 청년이었다.

33년이 흘러갔다. 주로 영화와 TV 카메라 두 곳만 오가던 박상민, 노련하고 중후하고 멋있게 주름진 얼굴로 변해있는 그가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등장한 작품이 ‘슈만’이다.

1800년대 독일 클래식 음악의 거장 로베르트 슈만이라면 그의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 슈만(이일화 분), 제자인 요하네스 브람스(최성민 분)도 슈만과 한 지붕 밑에 살며 피아노의 전설을 함께 나눈 천재 음악인들이다. 연극 ‘슈만’은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음악과 사랑을 함께 나눈 삼각관계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실화라 하더라도 드라마로 가져오면 자칫 작가 맘대로 성적 감성과 자극적인 상상을 첨가해 드라마를 재가공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박상민이 분한 연극 ‘슈만’은 참으로 우아하고 정갈하고 산뜻한 사랑과 음악이 연계된 삼각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찬사가 앞서는 공연이었다.

박상민, 그의 잘 익은 배역 연기를 양쪽 날개가 되어 고르게 서로 호흡하며 손을 잡고 극을 이끌어 가는 이일화, 최성민의 연기는 모두 오버하거나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게 엔딩까지 매우 적절한 동작과 언어의 리듬을 지탱해 나간다.

사랑의 표현을 이리도 절묘한 말과 행위로 흐트러짐 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대사(작가)의 힘과 배우의 역량, 연출의 배경이 적절하게 화합하지 않고는 만들어 낼 수 없는 화음이다.

극은 쉬지 않고 틈틈이 대사를 거두고 세 사람의 피아노 연주곡이 브릿지가 되어 만석의 객석을 감미롭게 때로는 애절하고 애잔한 감정의 공간으로 몰아간다.

“한 번만 안아주세요” , “남편도, 브람스도 모두 떠났다.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클라라 이일화의 목소리는 시종 흐느끼듯이 귀를 슬프게 하지만 누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슈만의 아름다운 아내의 자태를 보여줌으로써 일어서는 관객들의 가슴 안에 아쉬움의 여운을 선물한다. 공연이 끝난 공연장 문밖에서는 한동안 박상민과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객들이 북새통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