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연극 '참기름 아저씨' 개성 만점 주역 김민수·이진영·이윤상·임나경

- 위안과 사랑의 창작극, 유준기 연출 '참기름 아저씨' 막올려 - 다사다난 부부 인생사 고소한 참기름처럼 엮어내

2023-08-24     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위안과 사랑의 연극, '참기름 아저씨'가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원제 '참기름 톡톡'으로 알려진 '참기름 아저씨'가 지난 18일,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유준기 연출로 막을 올렸다.

타이틀을 ‘위안과 사랑’으로 붙인 연유가 있다. 으레 창작극 하면 구성이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 공연은 앙코르를 거치면서 구성이 많이 다듬어져 거의 'Well made play(웰 메이드 플레이)'에 가깝다.

공연은 티격태격하는 부부가 서로에게 사랑으로 위안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어머니와 남편, 딸에게 30여 년 인생을 허비한 부인(이선주, 이미라 더블 캐스팅)과 공직 생활이 몸에 밴 권위주의 남편(김민수, 이진영 더블 캐스팅)이 엮어내는 인생사를 그야말로 고소한 참기름처럼 잘 엮어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의 함이 들어오는 날, 남편은 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 일하지 말고 편히 쉬라는 의미에서 출장 요리사를 부르고 이벤트를 준비한다. 남편은 그야말로 부인을 위한다고 모든 이벤트를 준비하지만 딸의 함 들어오는 날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남편에게 아내는 ‘이혼’을 통보한다. 나름대로 아내를 위한다는 일념에 벌인 일이기에 아내의 ‘이혼’ 통보에 충격을 받은 남편은 당황하기에 이른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결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딸, 권위주의 남편에게 평생을 희생한 부인은 평소 딸의 결혼식만 끝나면 (정작 자신은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기에) 이혼을 결심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일방적 폭거(?)에 화가 치밀어 하필 중요한 대사를 앞에 두고 이혼이라는 폭탄을 선언한다. 출장 요리사가 중재를 하고 아파트 경비원이 좌충우돌 정신을 흩어트리며 극이 진행된다.

이번 공연에는 남편 역에 김민수, 이진영이 더블 캐스팅, 아내 역에 이선주, 이미라가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른다. 또 출장 요리사에 이윤상, 할머니 역에는 김추월과 김광혜, 딸 역에 임나경, 이세연, 그리고 특별출연에 정슬기가 경비아저씨로 출연한다.

오랜 타국 생활 후 연극 무대로 복귀한 뮤지컬 스타 김민수

남편 역의 김민수는 지난날 한국 뮤지컬이 한창 인기를 구가할 때 스타급 배우 중 1인이었다.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의 오랜만의 무대 복귀작이 '참기름 아저씨'다.  

“생계 문제로 무대에 서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 마음의 고향은 무대이기 때문에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지요. 공무원 출신으로 고집 세고 가부장적인 남편 역이 마음에 들었고 또 극 중 남편의 이름이 박민수로 저와 같아요.”

그는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환한 웃음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기쁨을 드러냈다.  

“저는 상대 배역 복이 많아요. 상대역인 이미라 씨도 뮤지컬 출신이라 호흡 맞추기가 편하답니다. 너무 잘 받쳐주고 끌어 주고..., 이 작품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 유형들의 공연이라 많은 입소문을 통해 밝은 미래를 꿈꾸는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뮤지컬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그는 “제가 어릴 때와는 뮤지컬 지형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이 때문에 뮤지컬에서는 배역 만나기가 쉽지 않고, 요즘은 실력이나 지명도 보다 '패밀리'(친분) 위주로의 캐스팅도 있더라고요. 또 일일이 오디션 보러 다니기도 쉽지 않고...마음만 있을 뿐이죠.”

연기 열정 가득한 배우 이진영..."제 장점은 핸섬함!"

남편 역 더블을 맡은 이진영은 근래 들어 배우, 마술사, CF 모델로, 또 패션 모델로 상종가를 치는 무척 바쁜 배우로 정평이 나있다. 31살 늦깎이 대학생으로 연기에 입문한 그이기에 자신의 기량 연마에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단다.

“막연하게 배우의 꿈을 꾸었어요. 군대 제대 후 몇몇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죠. 방황하다가 독일로 떠났어요. 유럽 문화를 동경했어요. 새로운 도약과 더욱 넓은 경험, 그리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죠. 어학연수를 하면서 몸으로 부딪쳤어요. 주위 많은 유학생이 중도에 유학을 포기 했는데 악착같이 버텼죠.”

항상 마음은 무대에 있었던 그는 결국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 무작정 극단에 입단하고 바닥서부터 연극을 시작했다. 4여년 간 극단 생활을 했던 그는 기초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서울예대 95학번으로 입학을 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30대였다. 그러나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누구보다도 알찬 대학 생활을 보냈다.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어 열심히 학우들의 복지에 신경을 썼던 것이 학교의 눈에 들어 교직원 생활을 6~7년 정도 했어요. 덕분에 결혼도 했고요. 하지만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연극에 대한 갈증을 지울 수 없었어요. 학교에 사표를 던지고 대학로에 재도전을 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배웠어요."

어려움도 있었다. 생활고 때문에 무대를 떠나는 선후배를 보며 마술에 눈을 돌렸다. 마술학원에 등록하고 2005년부터 ‘찰리아저씨의 마술뮤지컬’을 선보였고 좋은 반응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론의 부족함을 느낀 그는 방송대 법대에 진학해 학사 학위 취득을 하고 바로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진학, 졸업을 했다. 30여 년의 인생황로가 한눈에 들어오는 인터뷰였다.

배우로서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당당히 말했다. "핸섬함"이라고.  

“어떤 배역이든 소화할 자신이 있어요. 특히 대사 외우는데 일가견이 있어서 누구보다 빨리 대본을 외웁니다.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이윤상과 임나경

이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이윤상. 출장 요리사로 등장한다. 탄탄한 연기력에 화술 또한 능수능란해서 무대를 자유롭게 휘젓는다.

자신만의 연기 특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표정 연기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철저한 대본 분석, 그리고 기본기에 충실한 배우”라고 진지하게 답한다.  

딸 역을 맡은 임나경, 또 한명의 눈에 띄는 중고 신인이다. 신인이라 하기에는 늦은 나이다. 1983년생, 만으로 40세다. 중고 참인데 연기를 대하는 올곧은 자세는 신인 같은 신선함을 보여준다. 알고보니 5살에 데뷔한 아역배우 출신이란다. 필자의 시선에 이 공연에서 가장 맡은 바 연기를 적절하게 소화해 내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세대 한국의 연극 무대를 이끌어 나가는 여배우가 될 소질이 충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연기도 좋아하지만 또 다른 영역에 욕심이 나서 줄곧 악기를 연주했어요. 안양예고에서 오보에를 전공했고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입니다. 대학에서는(수원여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했고요. 국악, 무용 등 다방면에 재주가 많아 시쳇말로 ‘팔방푼수’(옛날의 팔방미인)랍니다.”

개막 전 리허설을 보니...행복하고 감동 가득한 공연

공연에 있어서 흠이 있다면 연출의 단조로움이다. 극적인 사건의 무게가 여타의 공연에 비해 크지 않기에 시종일관 똑같은 템포로는 관객의 지루함을 지워내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배우들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필요해 보인다. 언제 왜 화를 내고 짜증을 내야 하는지 당연성은 충분한데 연기가 따라 오지 못했던 부분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공연까지의 시간이 남아 있기에 충분히 수정 가능하리라 믿어 본다.

가을이 멀지 않았다.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라 하는데,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참기름 아저씨'는 누군가가 그립고 가슴이 허전한 이들을 위한 공연같다. 반전에 반전, 웃음과 감동이 지져지고, 볶고, 끓이고, 데치고, 무치고 버무려져서 행복하고 감동 가득한 충만감에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연극이기 때문이다. 연극사에 2023년을 가장 빛내는 연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연극 '참기름 아저씨'는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2023년 8월 18일~ 9월 17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