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천문학자 꿈 향한 힘찬 발걸음…외대부고 출신 10대 이선우 군
[미래 이끌 10대의 꿈과 도전] - 세계적인 천문학자가 꿈...학계와 천문우주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파 - 美 애리조나大 천문학과 장학생 입학 앞둬...열정의 질주, 이선우 군
인터뷰365 이승환 인터뷰어 = 머릿속에 우주와 천문학으로 가득 차 있는 10대가 있다.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에 반해 천문학자를 꿈꿔온 이 소년은 의대 열풍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자사고인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고등학교(약칭 “외대부고”) 출신 이선우(2004~) 군이 그 주인공이다.
오는 8월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천문학과 입학을 앞둔 그는 힘겨운 수험생활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만끽할 법도 하지만, 현재 광공학 분야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실무를 쌓고 있는 열혈 10대다.
세계적인 천문학자가 되고픈 포부를 드러낸 이 군은 “천문우주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10대답지 않게 그의 목표는 구체적이고 뚜렷했고, 답변에는 진지하게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차세대 천문학자의 꿈을 향해 거침없는 도전에 나선 이선우 군을 만났다.
美대학 천문학과 장학생 입학 앞둬..."직접 제작한 망원경으로 우주 관측하고 싶어요"
- 자기소개를 해달라.
“올해 외대부고를 졸업하고 오는 8월 대학입학을 앞둔 이선우입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University of Arizona)에 천문학과와 광공학과를 지망해 장학금을 받고 합격한 상태입니다. 당초 지원은 천문학과로 했는데, 대형 망원경 제작에도 관심이 있어서 광공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 수험생활을 마쳐서 홀가분할 것 같다. 현재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대전 유성구 관평동에 있는 광공학 분야의 회사에 출근해 일을 도우며 짧게나마 사회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인공위성 광학 탑재체를 설계 및 제작하는 회사(레오 스페이스)예요. 제가 복수전공을 하게 될 광공학과 관련된 회사라 미리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대표님과 팀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 천문학에 대한 설명을 해주자면. 광공학도 생소한 분야인데.
“천문학은 우주의 비밀을 과학과 수학으로 풀어내는 기초과학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조금 더 심화된 과학 그리고 첨단의 영역에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이죠. 크게 관측 천문학자, 이론 천문학자, 그리고 실험 천문학자로 나뉘어요. 관측 천문학자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천문학자죠. 우주를 망원경으로 관측한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합니다.
실험 천문학자는 광학망원경을 직접 개발하고 설치하는 천문학자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고요. 이론 천문학자는 우주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시뮬레이션하거나 관측 연구가 이론에 따라서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합니다.
제가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관측 천문학과 실험 천문학입니다. 제가 직접 제작한 망원경으로 우주를 탐구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요. 애리조나에 있는 ‘거대 쌍안 망원경’(LBT, Large Binocular Telescope)과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이라 불리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Giant Magellan Telescope)을 보고 과학기술의 위대함과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광공학과로 유명한 애리조나에서 대형 망원경을 공부하고 추후에 이를 설계하고 제작해보고 싶어요.”
국내외 천체관측 대회서 다수 수상...운동과 수학에도 두각
이선우 군은 국제 천문 및 천체 물리학 대회(IAAC) 은상을 비롯, 제12회 전국 학생 천체관측 대회 서울 지역 예선 금상(1위), 상문 별빛누리 천체관측 대회 은상(2위) 등 국내외 천체관측 관련 대회에서 다수의 수상 실적을 냈다. 천문학 분야로 한국청소년학술대회 우수청소년학자상(2022)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소행성 광물 채집기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도 말했다.
운동과 수학에도 두각을 드러내며 제7회 세계청소년올림피아드 대회 동상, 국제 청소년 수학 대회 동메달, 감독 겸 주장으로 고등학교 플래그 풋볼팀을 이끌어 다양한 대회에 참가했고, 대한 플래그풋볼연맹에서 주최하는 '2022년 하반기 회장배 플래그풋볼 대회'에서 남고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 천문학 분야뿐 아니라 수학, 풋볼 등 다방면에서 수상 실적이 화려하다. 천체관측 대회에 다수 참가했는데, 직접 촬영한 천체관측 사진을 소개한다면.
“2021년 1월에 촬영한 'IC443 (해파리 성운)'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천문올림피아드 겨울학교 관측 교육 당시 관측 팀장을 맡았을 때 촬영한 사진입니다. 팀원들과 어떤 천체를 찍을지 토의하고 고민한 끝에 관측했죠. 코로나 시기여서 온라인이었지만 프로그램을 사용해 팀원들과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까지 토의하며 원격으로 덕흥천문대 망원경을 조작해 촬영했습니다.”
- 좋아하는 천체 사진이 있나.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사진이에요. “창백한 푸른 점”은 1990년 보이저1호가 지구에서 61억 킬로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사진인데, 지구의 모습이 작은 점처럼 보여요. 푸르다 못해 창백해 보입니다.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우리의 행성은 거대하게 둘러싼 우주의 어둠 속에 외롭게 떠 있는 작은 반점에 불과하고, 사람들은 천문학을 통해 겸손함과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해요. 제게 큰 울림을 주었던 사진입니다.”
- 천문학은 언제부터 관심을 두게 되었는가.
“평소 공부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한 때 의대를 지망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가족과 강원도 여행을 갔는데, 하늘의 수많은 별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푹 빠졌죠. 저 드넓은 우주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속에 강하게 일었어요. 제가 다니던 양정중학교에 천체관측 동아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활동하면서 우주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우주를 공부할 때만큼은 다른 과목과 달리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습니다. 점점 공부하면서 우주 분야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중학교 2학년 때 우주를 탐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천체 관측 동아리 개설 앞장도...천문학에 대한 인식 개선되길
- 그러면 중학생 때 이미 진로를 정한 건가. 중고교시절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고, 그 꿈이 계속 바뀌기도 한다. 천문학자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동기나 원동력이 있었다면?
“계속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해주는 우주를 수학, 과학으로 풀어내는 자연과학인 천문학, 그리고 이와 관련해 멋진 기기들을 만들어내는 공학에 애착이 갔어요. 계속 공부하고 싶더라고요. 고등학교 입학한 후에도 그 꿈을 이어가기 위해 제가 주축이 되어 우주 분야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천체관측 및 천문학에 관한 공부를 하는 스카이워쳐스(SKYWATCHERS)라는 동아리도 만들었죠.”
-동아리 활동은 어땠나. 공부할 시간이 빠듯했을 것 같은데.
“동아리 친구들의 호응이 좋았어요. 제가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해줬어요. 고등학교가 위치한 장소가 산이다 보니, 별이 잘 보여요. 이 시간만큼은 학업 압박에서 벗어나 하늘의 별을 보며 배우고 대화하면서 즐겁게 힐링하자는 취지였죠. 친구들과 후배들도 많이 좋아했고, 잘 따라와 주더라고요. 아마도 친구 부모님들께서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가 졸업한 뒤에도 동아리에서 신입 부원을 뽑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고마운 마음입니다.”
- 순수과학 분야는 취업 등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그 꿈을 접는 학생들도 많은데. 그런 고민은 없었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다른 길을 가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그 길로 돌아올 것 같았어요. 다른 길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고난과 역경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헤쳐나가자 싶었죠. 내 선택을 믿고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리고 내 꿈을 넘어서 학계에 기여하고픈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별과 우주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천문우주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천문학이 실생활과도 관련이 많거든요.”
- 천문학은 실생활과는 멀게만 느껴지는데, 어떤 관련이 있나?
“천문학은 우주에서 하는 물리학이라 볼 수 있어요. 인공위성 개발뿐만 아니라 GPS 좌표 추적하는 것도 천문학의 기술이 녹아있죠. 스마트폰 통신을 할 수 있는 것도 인공위성 때문에 가능한 거고요. 우주 기상 예측 및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천문학의 발전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운석 연구도 천문학의 한 분야이고, 영화에서 나오는 소행성의 충돌에 대한 예측 등도 천문학의 일부분이죠. 이외에도 CT나 MRI의 구경 촬영법, CCD 등 생각지도 못한 곳에 천문학 기술들이 이곳저곳 숨겨져 있습니다. 천문학은 우리와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지요.”
-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말에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반대는 없었나.
““한번 사는 인생인데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재미있게 살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솔직히 제가 부모님 입장이라면 선뜻 하라고 말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거든요. 저의 열정과 비전을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천체관측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저를 말리시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절 믿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 천문학도를 꿈꾸거나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같은 관심사와 열정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 교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천문학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는 거예요. 함께 교류하고 연구하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분야의 열정을 가진 친구들과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우주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중학생 때 처음으로 '제12회 전국 학생 천체관측 대회'를 참가했는데, 친구들과 공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제겐 소중했거든요. 그때 친구들과 지도교사 선생님과도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요.”
- 한국에서는 의대와 비교해 순수자연과학이 외면받고 있는 실정인데.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천문학에 대한 인식이 좀 더 개선됐으면 해요. 제가 천문학을 지망한다고 했을 때 점성술로 오해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하하. 많이들 천문학 졸업 후의 진로 등에 대해서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아서 아직 사회적으로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많은 친구가 수학, 과학을 잘하고 우주를 좋아하지만, 업으로 삼지는 못하겠다고들 얘기해요. 이런 친구들이 취미로 탐구하고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좋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게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해요. 다양한 과학 축제를 하는 것도 좋고,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다행히 요즘에는 누리호 등의 발사 성공 등으로 우주 관련 학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는 있으나, 과학 강국으로 성장을 하려면 순수 학문을 하는 과학 연구자들이 더 순수히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우주 산업은 국가만이 아니라 대중의 영역으로까지 붐이 일어나야지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우주 산업은 국가 주도도 중요하지만, 스페이스X 사례처럼 민간 기업의 참여가 활성화되면 더 발전하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는 NASA 시민 과학자(citizen scientist) 같이 취미로 활동하는 시민 과학자들이 과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향후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10년 뒤라면 아마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 않을까요. 학계에 기여하는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다양한 지식인분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처럼 저도 우주의 무궁무진한 신비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꿈을 키워주고 싶어요. 또 우주와 천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