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길복순' 전도연, '악으로 깡'으로 버틴 액션②
- 넷플릭스 '길복순'서 첫 액션 연기 도전 -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해내야겠다는 생각 뿐" - ‘길복순’ 찍고 ‘일타스캔들’ 촬영 돌입...체력 바닥나 한약 투혼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액션'과 '킬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과는 거리가 먼 단어였다. 최근 종영한 로맨틱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10대 딸을 키우는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 역을 맡아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원조 코로퀸'의 건재함을 과시했던 그다. 그러나 이 낯선 단어의 조합은 현실이 됐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가 킬러로 변신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 82개국 톱10에 등극하며 'A+'의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극 속 그가 맡은 길복순은 '청부살인업자'와 '평범한 엄마'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업계에서 ‘킬복순’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킬러지만, 15살 딸 ‘재영’(김시아 분)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이다. 영화는 길복순이 소속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액션 영화 '길복순'은 26년 차 배우 전도연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전도연은 '길복순'을 "단비와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전도연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드라마 ‘인간실격’(2021), 영화 ‘비상선언’(2022) 등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며 대중들을 만났다. 그리고 올 상반기 잇달아 공개된 로맨틱 드라마 '일타스캔들'과 영화 '길복순'이 연타 흥행을 터트리며 '전도연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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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이 악물고 잘 해내고 싶었죠"
- 액션 장르는 처음이다. 극 속 화려한 액션신이 다수 등장한다. 직접 액션을 해보니 어땠나. 잘 맞던가?
“안 맞았다. 하하.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내가 잘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잘 해내고 싶었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을 꼭 해내야 한다는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해냈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마음과는 달리, 육체적인 한계가 있었다. 내가 해내지 못하는 액션도 있고, 반복하더라도 계속 (한계에) 부딪히면서 촬영을 했다. 그냥 버텼던 것 같다.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 액션물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다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감독님 역시 이렇게까지 배우들이 고생하고, 액션신이 고통스러운 작업인지 몰랐나 보더라. 감독님도 이제 두 번 다시 액션은 안 하실 거라고 말씀은 하셨는데 그건 두고 봐야지.(웃음)”
‘길복순’은 전도연의 첫 액션 영화다. 전도연은 액션 장면에 대해 “진짜 이 악물고 잘 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여자 액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도 낮을 것이고, ‘전도연 액션’이라고 하면 훨씬 더 낮았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몸이 아픈 것보다 해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속 전도연의 첫 액션 신은 야쿠자 ‘오다 신이치로’(황정민 분)과의 다리 위 격투신이다. 오랜 연습 끝에 진행한 ‘첫 실전’ 촬영신이기도 했다. 특별출연한 황정민과 4일 안에 찍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전도연은 “내 마음처럼 연습했던 것보다 잘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만족했던 액션신은 있나.
“상가식당에서의 장면 같은 경우 거의 한 달 가까이 촬영했다. 배우들도 많이 등장하고, 한 공간이지만 찍어야 할 지점이 여러 곳이었다.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액션이 조금 편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 중간에 감독님이 “지금 선배님 컨디션이면 오프닝신을 다시 찍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하는데 다시 찍을 수 없었다.(웃음) 결과적으로 보면 나름의 각각 특색있는 액션이 잘 담긴 것 같다. 후반 작업에 굉장한 공을 들인 것 같다.”
- 작품 하면서 식단조절도 했다고?
“감독님이 몸을 어느 정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원하는 근육량이 담긴 가이드 사진을 주셨다. 술도 끊고 식단을 조절하며 근육운동을 했다. 결과적으로 감독님이 만족스러워하셨다. 짧은 베드신이 나오는 신을 찍을 때까지 관리했다.(웃음)”
‘길복순’ 찍고 ‘일타스캔들’ 촬영 돌입...체력 바닥나 한약 투혼
- ‘일타스캔들’에서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등장하지 않나. 뛰는 신도 많았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했나?
“‘길복순’을 찍고 ‘일타스캔들’ 촬영에 들어가서 체력이 이미 바닥이었다. 심지어 첫 촬영이 뛰는 신이었는데, 어마어마하게 뛰는 신이 많았다. 너무 힘든 표정이어서 모니터 보기가 힘들었다. 초반에 체력이 바닥나 한약도 먹었다. 힘들어도 다행히 ‘일타스캔들’이 밝은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촬영했고, 힐링이 됐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다. 마음은 힘들어도 잘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일을 할 때 본인의 철학과 신념과 맞지 않을 때는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가.
“일로서 부딪히는 경우, 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옳다고 밀어붙이진 않는다. 상대방의 논리에 이해되는 것은 이해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많이 어필하면서 맞춰가는 스타일이다.”
- 설경구 배우와는 2001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9년 ‘생일’ 이후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극 속 설경구는 ‘길복순’가 소속된 살인청부업계 회사 대표 ‘차민규’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엔딩 액션을 찍을 때 내가 굉장히 많이 지쳐있고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설경구 씨가 저를 굉장히 많이 기다려주고 맞춰주셨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그렇게 멜로가 표면적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와닿지는 않았다. 극 속 설경구를 향해 “산 같이 옆에 있어주셨다”고 하는데, 결국 그 산에 오르다보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느껴진다. (차민규는 길복순을 킬러로 길러낸 스승이자 보스로 등장한다.)그게 로맨스였고 멜로였다. 설경구 씨가 만들어준 멜로를 작품을 찍으면서 알았다. 거기서 생겨나는 감정을 통해 ‘아, 이게 설경구 씨(차민규)가 가지고 있었던 감정이었구나’를 알았던 것 같다.”
- 길복순의 딸 재영이 차민규의 딸이란 추측도 나온다.
“사실 나도 궁금했다. 재영이가 민규 딸인 것 같았다.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 복순은 민규의 감정을 알았지만, 아이를 선택했을 땐 다른 세상을 선택한 것으로 생각했다.”
- 길복순과 같은 소속 회사의 킬러로 등장하는 희성 역을 맡은 구교환 배우와의 케미도 잘 맞던데.
“영화 ‘꿈의 제인’과 ‘메기’를 보고 구교환 씨의 팬이었다. 좀 궁금한 배우였고, 진지할 것으로 생각했다.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만나보니 유쾌하고 좀 독특한 면도 있고(웃음) 재미있더라.”
"앞으로 또 어떤 모습 보여줄지 궁금하다"는 말에 힘 얻었죠
- 과거에 상업영화나 상업물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했는데 ‘일타스캔들’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었다. 지금은 그 목마름이 충족됐는가?
“계속 가야지. 목이 말라 잠깐 물 한 잔 마셨다고 갈증이 해소되는 건 아니니까. 사실 상업영화의 기준은 잘 모르겠고, 단지 난 이야기가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작품을 선택한다.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렇지 못해서 이에 대해 답답함이 있었다. ‘일타스캔들’이나 ‘길복순’ 모두 상업적인 면을 보고 선택한 건 아니었다. 흥행 여부는 내가 알 수 없으니까. 그런데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다. 이 두 작품 덕분에 젊은 친구들에게도 전도연이란 배우를 알린 것 같다. 앞으로 저의 작품에 관심을 더 가져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 배우로서의 갈증은 어떤가. 여전히 연기가 설레는가.
“매번 글로벌 1위를 하고, 시청률 17%를 찍는 이런 작품들을 항상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지치지 않게 해준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고, 잘 해냈다는 위로와 힘을 안겨준 작품이고 시간이었다. 흥행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듯, 앞으로도 똑같을 것 같다.”
- ‘길복순’은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단비와 같은 작품이다. 메말라 있던 땅을 적셔준 단비와 같은 작품.”
- 전 세계로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칸의 여왕’으로 불려왔다. 이외에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칸에서 상을 받은 후 많은 사람이 ‘전도연의 정점이다. 이제 전도연에게 뭐가 더 있을까’라고 얘기했다. 그때 영화 ‘접속’으로 처를 처음 캐스팅한 심보경 대표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이게 너의 정점이 아니고, 앞으로 네가 너무 궁금해”라고. 얼마 전에도 ‘길복순’을 보고 좋았다며 문자가 왔는데,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는 말이 굉장한 힘이 됐다. 스스로 아무리 ‘나는 할 게 더 많아’라고 해도, 사람들이 생각에 갇혀 있으면 사실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최근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화제였다. 서울예대 동기인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서로 친구하자고 마무리했는데, 연락은 자주 하는가?
“연락처를 못 받았다. 하하. 대학교를 같이 다니긴 했지만, 곁에 있는 유재석 씨를 보면서도 신기했다. 예전 백상예술대상에서 유재석 씨가 ‘도연아 오랜만이다’며 인사를 건넸는데 그때도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다. TV에서만 보던 사람이 옆에서 계속 말을 하는 게 신기하더라고. 딸도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 앞으로 어떤 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유재석 씨한테 기대가 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