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현장] 가슴 묵직한 울림 '그대 어이가리', 영화제 51관왕 휩쓴 비결
- 연기 경력 도합 82년의 배우 선동혁과 정아미, 현실적인 노부부 호흡...관록 연기 내공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피렌체 한국영화제 때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해외 관객들도 영화 속 정서에 공감을 한 것 같았죠. 영화가 끝난 후 기립 박수가 터졌고, 아무도 자리를 안 떠나고 울면서 우리를 맞아주셨습니다."(영화 '그대 어이가리' 이창열 감독)
영화 '그대 어이가리'는 지난해 해외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전 세계 영화제 51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30년 넘게 함께한 아내 ‘연희’가 치매란 불치의 병에 걸리며 일상이 무너진 남편 ‘동혁’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창열 감독은 17일 용산CGV에서 열린 '그대 어이가리' 언론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삶과 죽음, 치매(알츠하이머)같은 질병 등에 해외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기에 상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어떻게 잘 살고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해 왔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지인이 불치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외면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만일 그 상황이라면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시나리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영화는 연기 경력 도합 82년의 중견 배우, 선동혁과 정아미가 부부로 호흡을 맞춰 관록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선동혁은 "오늘 아침 나와 동갑아 브루스 윌리스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며 "그렇게 유명한 배우가 치매로 은퇴를 하다니, 나도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분이 이상하고 가슴이 아팠다"고 입을 열었다.
극 속 선동혁이 맡은 동혁 역은 치매 판정을 받은 받은 아내 곁을 지키며 간병에 몰두하지만, 모든 것이 자기 탓인 것 같아 고통스러워하는 캐릭터다. 그는 실제로 어머니가 16년 간 치매를 앓았다며 "영화 크랭크인 20일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대 어이가리'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 사회의 문제일 수 있겠다 싶었다. 중요한 메타포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동혁은 씻김굿, 육자배기, 상여소리(만가) 등을 들려주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그는 과거 명창 신영희 선생으로부터 판소리를 삼 년간 배웠고, 인간문화재 진도 씻김굿 보유자 고 박병천 선생한테 진도 씻김굿을 배웠다고 했다. 또 그의 어머니 역시 "동네의 숨은 명창이셨다"고. 선동혁은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서 '소리'는 늘 가슴속에서 살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동혁은 "이 감독이 대본을 써서 보여줬을 때 40여년간 갈고 닦았던 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내겐 큰 기회였고, 읽자마자 출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정아미는 1980년대 연극 무대로 데뷔한 지 40년 만에 첫 장편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아미는 "긴 호흡으로 한 영화에 쭉 스며들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그런데 40년 만에 처음 만났다. 감사히 기쁘게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극 속 정아미는 ‘동혁’(선동혁 분)과 30여 년 동안 부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내 ‘연희’를 맡았다.
40년 간의 연기생활 중 치매 연기는 처음이었다는 그는 "매일 늘 새로운 연기를 하려고 한다. 상투적이고 어디서 봤을 법한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며 "날 것 처럼 예쁘지 않게, 예쁘려고 하지 않았다. (저를) 그냥 던졌다. 예쁜 장면을 조금 잡아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매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자, 고령화시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영화를 통해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3월 8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는 이 감독과 배우들은 "열심히 찍었고, 최선을 다했다"며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