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강윤성 감독, 시나리오 쓰며 버틴 17년 무명 생활..."다 내려놓으니 들려온 투자 소식"②

- 2017년 데뷔작 '범죄도시'로 흥행감독 반열에 - 무명 시절 시나리오 쓰며 조금씩 희망 생겨...마음 접었을 때 들려온 '범죄도시' 투자 소식 - OTT 시리즈 '카지노'로 화려한 귀환 - 연출의 목표는 항상 그 상황이 진짜 같이 보여야 한다는 것 - 작품 흥행 후에도 '카지노' 만들기까지 4편 엎어져 "작품 꾸준히 할 수 있기를"

2023-02-06     김리선 기자
카지노_강윤성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OTT 디즈니+(플러스)가 선보인 드라마 '카지노'는 제작 당시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흥행작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첫 시리즈 도전작이자, 충무로 대표 배우 최민식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스타덤에 오른 손석구의 동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다. 

최민식을 25년 만에 드라마 복귀로 이끈 인물이 바로 강윤성 감독이다. 여기엔 강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터.

'카지노'는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줄거리다. 강 감독은 이 작품의 연출뿐 아니라 각본을 담당했다.

이 작품의 출발은 최민식의 캐스팅에서부터 시작됐다. 최민식은 강 감독과 함께 하려던 영화 제작이 불가피하게 중단되자 "혹시 써 놓은 대본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제안했다. 강 감독이 건넨 '카지노' 대본을 보고 최민식은 흔쾌히 출연 결정을 했고, 제작이 급물살을 타면서 총 16부작 드라마로 탄생했다.

강 감독은 2017년 장편 연출 데뷔작 '범죄도시'로 범죄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얻으며 그해 각종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당시 그의 나이 46세. 작품에 대한 열정과 집념 하나로 17년간의 무명 생활을 딛고 일군 늦깎이 데뷔였다. 

'범죄도시'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후에도 준비하던 4편의 작품이 중단되는 시련도 있었다. 그는 "정말 최선을 다해도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쉽지 않다는 점을 공부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그의 머릿속을 채웠던 '카지노'가 지난해 말 OTT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됐다. 지난해 시즌 1 첫 공개 후 OTT 순위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디즈니+의 한국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고,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기준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화제작'에 등극했다.

오는 15일 '카지노' 시즌2 공개를 앞두고 강윤성 감독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OTT 시리즈 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그는 "앞으로도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 감독과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출, 좋은 연기란

- 연출할 때 가장 신경 쓰거나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제 연출의 목표는 항상 그 상황이 진짜 같이 보여야 한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는 연기를 안 하는 것이다. 대사를 칠 때 대사처럼 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배우들이 프레임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배우들에게 대사나 토씨 하나 틀린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맥락만 같으면 자기 언어로 바꿔도 된다고 유도한다. 진짜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면 많은 배우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더라. 많이 주목받지 못했던 분들도 현장에서 힘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나 싶다.”

- 배우들의 애드리브나 시도해볼 수 있는 연기의 범위가 넓을 것 같다.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많이 나오고, 즉석에서 대사도 자주 바뀌겠다.

“미리 애드리브를 준비해오신 분들도 있다. 촬영 전 전반적으로 리허설을 한 번 하는데 동선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대사들을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만들어낸다. 

시즌2에서 홍상구(홍기준 분)과 오승훈(손석구 분)이 대립하는 장면이 있다. 리허설을 하면서 어떤 게 최선의 방법일지 고심 하다 결국 촬영 시간이 30분 정도만 남게 됐다. 무조건 그곳에서 촬영이 끝났어야 했고, 시간상 한두 테이크만 찍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거짓말처럼 합이 이뤄지고, 대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는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였는데, 모두가 집중하는 순간이 되니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말을 던지면서 연기를 하더라. 정말 놀라웠다.”

배우들 애드리브 마음껏 쓰게 하죠...최민식, 애드리브 직접 준비

- 극 속 최민식 배우의 욕설 섞인 대사도 애드리브인 건가.

“직접 만드신 거다. 미리 준비해오셨다. 처음 듣는 욕도 많았다. "개발에 땀난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현장 리허설 때 처음 들었다. 하하. 저도 강아지를 키우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발에는 땀이 안 나거거든.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되는 재미있는 대사들이 많았는데, 과거에 선배님이 주변에서 들었던 욕을 다 기억하셔서 적용하신 거였다.”

-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차무식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범한 사람을 카지노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좋은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나쁜 사람에 가깝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차무식 위주로 봐줬으면 한다. 선과 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세상이 존재하고 이런 인간 군상들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를 보여주고 싶다.”

17년의 무명생활 끝..."다 내려놓고 그만두려 했을 때 들려온 '범죄도시' 투자 소식"

2017년 첫 장편영화 연출작 '범죄도시'가 688만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그는 그해 각종 신인감독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그의 나이 47세. 영화계에 몸담은 후 상업 영화에 대한 집념 하나로 17년간의 무명 생활을 딛고 맛본 결실이었다.

- 오랜 무명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을 말해달라. 

“그 기간 동안 장편 시나리오를 열심히 썼다. 정말 열심히 썼지만, 작품이 진행되다가 엎어지고, 또 엎어지고의 반복이었다. 그때마다 느꼈다. '아, 내가 글을 잘 못 쓰는구나.' 좋은 글을 썼다면 중단된 이유가 없으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제가 과거에 썼던, 또는 어제 썼던 글을 봐도 형편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보는 눈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매번 조금씩 희망이 생겼다. 제 글을 좋아하는 제작사가 생기고, 배우가 생기고, 또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란 생각으로 조금씩 희망에 다가섰다.”

-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을 텐데.

“20세 초반에 상업 영화에 도전했는데, 현실은 드라마 같지가 않았다. 물리적으로 17년이란 시간이 지나다 보니 더 이상 그만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46세였다. '범죄도시'를 준비한 지 3년 차가 되었을 시기였다. 냉정한 현실에 더 이상 그만하고 싶었다. 다 내려놓고 그만두려 했는데 그때 투자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 첫 장편 데뷔작으로 단숨에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이전의 삶과 비교한다면?

“경제적으로 좋아졌다. 하하. 무명 시절에는 배우 캐스팅부터 투자, 모든 것들이 힘들었는데, 그때보다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 그렇지만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2019)를 만들고, '카지노'를 만들기까지 4편이 엎어졌다. 정말 최선을 다해도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쉽지 않다는 점을 공부하게 된 시간이었다.”

- '카지노'란 작품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모든 작업을 지난해 12월 중순에 끝냈는데, '카지노'에서 이제 그만 좀 벗어났으면 했다. '카지노'를 3년간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하며 그 세상 안에 갇혀 있었다.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할 때고,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 세계를 못 벗어나겠더라. 정확히 아직은 '카지노'가 제게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제게 뿌듯한 결과물이고,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준 작품인 건 확실하다.”

- 새해를 맞아 올해 꼭 바라고픈 소망이 있다면.

“늘 갖고 있는 생각이 있다. '범죄도시'나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이 잘 됐지만 이후 4편이나 작품이 엎어졌다.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한다.”

-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나.

“대본을 받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시리즈물을 한 작품 더 했으면 한다. 시리즈물 중 관심 있게 본 대본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다.”